▲지난 10일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펜실베이니아 컨벤션 센터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토론한 후 회견장에서 기자들과 대화하는 모습, 지난 5월 24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디 에라스 투어의 일환으로 공연하는 미국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대통령선거 TV 토론은 끝없는 파장을 낳았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태도, 보디랭귀지까지 두 후보의 모든 것이 화제에 올랐다.
그 가운데서도 글로벌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해리스에 대한 공개 지지를 표명한 것은 압권이었다.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카멀라 해리스와 팀 월즈(민주당 부통령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며 스스로를 '자식 없는 캣 레이디(Childless Cat Lady)'라 지칭했다.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인 J. D. 밴스 상원의원이 2021년 해리스를 포함한 몇몇 민주당 인사들에게 자기 삶에서 비참한, 자식이 없는 고양이 여성들"이라고 일컬은 것에 대한 반박이다.
여기에 테슬라 최고 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엑스에 "안녕 테일러, 네가 이겼다"라며 "내가 너에게 아이를 주고, 내 목숨을 바쳐 너의 고양이를 지켜 줄게"라는 글을 올려 비판이 쏟아졌다. 이 글은 또 하나의 '캣 레이디'인 내가, 해리스와 스위프트에게 보내는 지지 성명의 하나다.
'캣 레이디'의 역사적 뿌리
'캣 레이디'는 아이를 낳지 않고 고양이를 키우는 1인 가구 여성을 비하하는 뜻으로 주로 쓰인다. 밴스는 2021년 폭스뉴스 출연 당시 '캣 레이디'를 두고 "(자녀가 없기 때문에) 국가의 미래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은 무가치하다는 여성혐오적 발언으로,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캣 레이디'라는 언설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BBC는 <
고대 이집트부터 테일러 스위프트까지: '캣 레이디'의 역사적 뿌리>라는 기사를 통해 '고양이 아줌마'라는 밈에 대해 설명했다. 기사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고양이 아줌마는 남자가 없는 여자, 또는 레즈비언을 뜻했다. '적어도 한 마리 이상의 고양이를 키우는, 가디건을 입고 안경을 쓴 은둔자'의 형태로 자주 재현됐다.
한편으로 '캣 레이디'는 이분법적 편견에 시달려오기도 했다. 책 <캣 우먼>을 쓴 작가 앨리스 매디콧은 '고양이 아줌마' 자체는 비성애적인 존재로 취급되지만, 그가 키우는 고양이는 성적 방종과 음란함을 상징하는 모욕적인 의미로 통용된다고 말한다. '캣 레이디'와 달리 여성을 고양이 그 자체로 치환하는 '캣 우먼'이 여러 영화 속에서 '섹스 심벌'의 이미지를 내포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충분히 지적이고 사람 말을 안 듣는 고양이와 여성에 대한 동일시가 일어난다는 분석도 있다. 뉴욕시립대 영문학과 명예교수이자 책 <고양이와 인간적 상상력>을 쓴 캐서린 M 로저스는 "고양이는 복종하지 않고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며 "여성을 통제할 수 없는 남성은, 여성을 통제할 수 없는 동물과 연관시킨다"고 말했다. '남자'로 상정되는 '사람' 말을 안 듣는 고양이와 여성에 대한 혐오 정서의 총체가 '캣 레이디'에 담겼다는 의미다.
'아이를 주겠다'는 말에 담긴 위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