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남 창원시 진해구 부산신항 한진터미널에서 열린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이하 탄소국경세)가 눈앞에 다가오자 한국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8월 29일 산업통상자원부(아래 산업부)와 공동으로 제1차 '산업부문 탄소중립 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청정경쟁법(CCA, 미국판 탄소국경세)이 올해 연말 통과할 가능성이 높고,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세도 2026년 1월 당장 부담금 납부가 시작되어 제조업 국가인 한국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심각한 위기 예상되자 정부와 산업계 때늦은 협의
이번에 문제가 된 미국의 청정경쟁법은 2022년 6월 미국 상원에서 발의되어 민주당과 공화당의 지지를 받는 초당적 법안으로, 당장 2025년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청정경쟁법이 시행되면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 알루미늄, 화학제품, 유리, 종이 등 12개 제품에 대해 미국의 탄소집약도 기준을 초과하는 배출량에 톤당 55달러(약 7만 4000원)를 부과한다고 한다. 부담금은 매년 5%씩 상승해 2030년에는 톤당 90달러(약 12만 1000원)가 될 전망이다.
유럽연합 탄소국경세는 철강, 알루미늄 등 6개 제품에서 시작하지만, 미국은 12개 제품에 국경세를 부과하고 있어 그 파급도가 훨씬 크다. 2023년 한국의 미국 수출은 총수출액의 18.3%로, 445억 달러(약 60조 원)라는 역대 최대 무역흑자를 냈다. 그런데 한국이 미국에서 최대 무역흑자를 내자마자 미국발 탄소국경세로 위기를 맞이할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미국의 '청정경쟁법'이 왜 한국에게 문제가 될까? 한국의 탄소발생량이 미국보다 높아 부담금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미국의 철강 약 70%가 고철을 전기고로로 녹여 생산하는데 비해, 한국은 반대로 철강 약 70%를 석탄용광로로 만든다고 한다. 미국 전기고로의 탄소 발생량은 석탄용광로의 25%에 불과해서 사실상 한국의 탄소집약도는 미국보다 약 4배 높다. 이 탄소집약도의 차이로 국경세가 부과되기에 한국의 미국 수출이 위축되거나 중단될 수 있다. 청정경쟁법 대상인 한국산 알루미늄, 정유 등 12개 제품들 모두 탄소집약도가 높아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철강 생산 세계 1위인 중국은 어떨까?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미국에 수출하는 중국의 철강 규모가 크지 않기에 그 영향도 크지 않아 보인다. 지난 1월 25일 미국 철강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 미국의 수입 철강은 한국이 4위로 263만 톤, 중국은 7위로 59만 톤에 불과하여 한국이 약 4.5배가 많다. 따라서 청정경쟁법으로 중국이 받을 타격은 한국보다 훨씬 적다.
중국은 유럽연합 탄소국경세 대책도 세운 것으로 보인다. 7월 11일 <로이터>는 올해 1월에서 6월까지 중국 지방정부가 승인한 신규 철강 생산 프로젝트 710만 톤이 모두 고철을 녹이는 전기고로 방식이라고 밝혔다. 동 보도는 석탄용광로로 만든 철강은 2030년에 유럽연합에 톤당 약 250위안(약 5만 원)의 부담금을 내야 하지만, 전기고로 방식은 추가 부담금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비해 8월 2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은 2026년부터 10년간 철강의 유럽연합 탄소국경세 누적 금액이 3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중국은 미국과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세 영향을 줄여가고 있지만, 한국은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어 실효성 있는 전략이 절실해 보인다. 한국무역협회의 1월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미국과 유럽연합 수출 비중이 총수출액의 29.1%라는 점에서 유례 없는 위기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특히 철강은 자동차, 배터리 등 제반 제품의 소재이기에 철강의 생산 위축은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그린수소와 무탄소 전원에 대한 요구, 그런데 현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