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8일 배우 문성근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 국가배상청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사례들이 블랙리스트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유인촌은 또한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좌파집단으로 규정하고 혹독한 감사를 시행했고 황지우 총장의 공금 유용, 근무지 무단이탈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며 결국 황 총장을 해임했다.
도종환 전 문체부 장관도 한 인터뷰에서 "유 전 장관 재임 당시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회원이 불법 집회에 참여하면 지원금을 반납하라'는 서약서를 요구받아 논의 끝에 아예 지원을 받지 않기로 했다"며 "(한국작가회의) 계간지 발행도 전부 취소됐다"고 증언한 바 있다. 여기서도 불법 집회에 참여한 인물이나 단체는 곧바로 블랙리스트가 되어 지원에서 배제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하에서 유인촌이 특정 인사들을 조사하고 퇴출시킨 행위가 바로 블랙리스트 실행이다. 블랙리스트란 단순히 명단이 적시된 리스트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 따라 배제‧감시‧차별‧통제하는 모든 행위를 의미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 1년 후, 문체부 산하 주요 기관 33개 중 31개 단체장이 교체됐거나 공석이었다. 솎아낸 인물들의 자리는 소위 'MB맨'이거나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로 채워졌다.
2018년 3월 21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사용하던 서울 서초구 소재 영포빌딩 지하 창고에서 다른 종류의 블랙리스트 문건들이 발견되었다. 그중에 '보조금 지원실태를 재점검해 좌파 성향 단체는 철저하게 배제, 보수단체 지원 강화'라는 내용의 문건이 있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정부 비판적 발언을 한 연예인의 마취제 중독설 증거 확보에 주력하는가 하면 포섭이 불가능한 강성 연예인들의 수입을 끊고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방안을 추진했던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특히 100여 명의 연예인을 강성과 포섭가능 등으로 분류한 블랙리스트까지 작성"하였다.
보조금 지원실태를 점검하고 지원에서 배제하는 과정은 문체부가 개입하지 않고서는 실행되기 어렵다. 지원 신청한 개인 및 단체들의 리스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이명박 정부에서 문체부가 블랙리스트를 실행한 정황은 차고 넘친다.
2023년 11월 17일 이명박 정부 당시 블랙리스트 피해를 입은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이 판결로 유인촌 장관의 블랙리스트 연루는 분명해졌다. 재판부는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하고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한 "국가와 이 전 대통령과 원 전 원장이 정부가 표방하는 것과 다른 정치적 견해나 이념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들을 포함한 문화예술인들의 신상정보가 기재된 명단을 조직적으로 작성·배포·관리한 행위는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 행위"라며 "불법행위로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은 경험칙상 명백하기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배상 판결을 통해 "블랙리스트는 절대 없었다"던 유인촌의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로 판명되었다. 문체부가 발간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백서를 엉터리라 부정했던 그는 법원의 판결마저 부정할 것인가.
2023년 11월, 유인촌 장관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원정책에 대해 "자본과 권력에서 독립하겠다는 영화들까지 왜 정부가 돈을 줘야 하나. 좁은 문을 만들어 철저히 선별해야 한다", "나랏돈으로 국가 이익에 반하는 작품을 만드는 게 말이 되나"라고 했다. 다시 말해 현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예술단체나 작품들은 철저히 선별하여 지원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대놓고 블랙리스트를 실행하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었다.
국가범죄에 가담하고도 오히려 승승장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