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40분 간의 국정브리핑과 85분 간의 기자회견, 윤석열 대통령은 무려 125여 분간 수많은 말을 내뱉었으나, 그 기저에 흐르는 핵심은 '무지'와 '권위주의'였다.
대통령의 '무지'는 국정브리핑과 기자회견 내내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인사과정과 역사의식에 대한 대답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는데, 대통령은 마치 무지한 것이 자랑인 것처럼 말한다.
윤석열 정부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이후 뉴라이트 인사들을 등용한다는 지적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두 가지를 자신 있게 말한다. 먼저 인사와 관련된 답변은 아래와 같다.
"김형석 관장에 대한 인사는, 저도 개인적으로 전혀 모르는 분이다. (중략) 보통 1, 2, 3등으로 심사한 서열을 매겨서 보내는 모양이다. 보통 1번으로 올라온 분을 제청한다. 저는 그런 인사 과정에 대해서 장관이 위원회를 거쳐서 1번으로 제청한 사람에 대한 인사를 거부해 본 적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답변이 사실이라면, 문제가 되고 있는 김형석 관장을 모른다는 것을 넘어, 어쩌면 그동안 윤석열 정부의 인사과정이 이번처럼 진행되었다고 실토한 것은 아닐까. 그저 대통령이 지난 2년 반 동안 진행한 상당수의 인사에서 모두 1번으로 추천된 사람을 선택했다면, 지금까지 대통령은 인사권자로서 무엇을 기준으로 인사를 했단 말인가. 도대체 지금 윤석열 정부의 실질적 인사권자는 누군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다음으로 최근 뜨거운 이슈인 뉴라이트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답한다.
"뉴라이트 이야기가 요새 많이 나온다. 저는 솔직히 뉴라이트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판단력 없는 리더
2004년 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연세대학교에서 진행한 특별 강연에서 한 학생으로부터 "지도자에게 필요한 덕목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받는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판단력"이라고 답한다. 왜냐하면 지도자인 리더는 많은 사람들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인데, 만약 그 리더의 판단력이 잘못되면 여러 사람이 낭패를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그 판단력을 "역사를 꿰뚫어 볼 줄 아는 통찰력"이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저는 솔직히 뉴라이트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답변은 단순한 의미의 무지가 아닌 역사의식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뉴라이트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등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기록된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임명한 독립기념관장이 누군지 모른다고 하는 대통령, 뉴라이트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하는 대통령. 엄밀히 말하면 대통령이 모르는 것도 문제지만, 우리 대통령은 알아야 할 내용조차 알려고 하지 않는 듯하다.
특정 국가와 사회의 사상을 형성하는 가장 결정적인 토대는 동일한 역사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이런 관점에서 1910~1945년까지 대한민국 국민이 경험했던 식민지 역사와 항일독립운동의 역사를, 일본의 주장으로 왜곡하는 세력이, 또 그걸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방향을 정하는 리더가 될 수 있겠는가.
기자회견 중 대변인에게 반말로 질문하는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