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구 녹색병원
권우성
임 원장은 석면피해구제법 제정 활동과 공군사격장 환경피해 해결을 위한 환경영향조사 사전연구에 참여했다. 화학물질 관련 제도 개정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이후 보건·환경·의학계 전문가 500명은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요구하는 국민선언'(2016년)을 발표했다. 선언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사고와 비슷한 사고가 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화학물질법규와 정책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그는 화학물질로부터 근본적으로 안전한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무책임한 기업을 처벌할 수 있어야 하며, 피해자들이 제대로 보상받아야 하고, 화학물질에 엄격한 사회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발암물질 없는 사회 만들기 국민행동의 공동대표와 운영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시민들이 요구하면 우리가 새롭게 변화를 만들 수 있어요. 노동자가 일터에서 금속 기계를 갈 때 절삭유를 쓰는데 발암물질이 많이 들어 있어 발암물질을 낮추자고 제안했어요. 노동자들이 요구하고 전문가들도 근거를 갖추어 논의가 함께 되면 기업에서 협약해 유해물질을 낮추는 결과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발암물질을 줄였다고 기업이 직접 발표도 하고요. 그런 요구를 만들어나가고 노동자나 판매자나 소비자가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는 환경보건적 관점으로 환경 속 건강의 문제를 주목하고 사회적 운동에 동참해왔다. 또한 화학물질의 수입과 생산과 소비, 폐기의 전체 과정에서 취약한 지점이 어떤 점인지 파악하고 건강에 대한 문제를 공론화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해 화학물질은 노동자와 소비자뿐 아니라 다음 세대의 건강에까지 영향을 주는 심각한 사안이다. 그 사용을 없애거나 줄여가는 방법을 찾고 있다.
"환경 오염에 취약한 사람은 어린이와 임산부입니다. 이들에게 해로운 환경을 바꿔보자고 시도했어요. 아이들이 쓰는 문구나 용품들이 납, 카드뮴, 프탈레이트 같은 내분비계 교란 물질, 안 좋은 화학물질로 범벅이 되어 있어요.
문구가 예쁘고 반짝반짝 빛난다면 대부분 중금속이 들어 있다고 보시면 돼요. 어린이집에 가보면 아이들을 위해 화려하게 꾸며놓는 경우가 있는데 살펴보면 안 좋은 물질로 만든 게 많거든요. 어린이집 원장님들한테 말씀드리고 바꿔나가는 방법도 소개합니다. 안전한 제품을 만들고 유통시켜 보자고 제안도 하고요. 사람들이 관심이 없어서 바꾸지 못하는 건데, 관심을 가지면 다양한 대체재가 많이 나올 수 있어요."
2021년에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아동 친화 공간 만들기 사업을 진행해 어린이의 화학 안전을 점검하고 환경 표지 인증을 받은 내장재로 공간을 바꿨다. PVC 재질인 바닥재와 교구와 가구류를 교체하자 먼지 내 프탈레이트 함량이 71퍼센트 정도 감소하고 영유아 체내에 있던 프탈레이트 물질 함량도 감소했다. (<어린이의 눈으로 안전을 묻다>, 임상혁 외, 철수와 영희 출판사 참고)
2019년에 국제적 규준으로 페인트의 납을 규제하기 위해 페인트 업계, 환경부,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원진직업병관리재단 등이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있었다. 그때 그가 깜짝 놀랐던 일이 있었다.
참여한 기업들이 "납 프리 페인트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모두 대답한 것이다. "그동안 왜 안 만들었어요?" 기업에 물었다. "만든 것도 있었지만 잘 안 팔리기도 했고 다르게 요구받지 않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기술적으로 가능한데 그동안 시장성이나 선호도 등의 이유로 제대로 만들지 않은 셈이었다.
논의를 통해 협약을 체결했고 서울시에서 안전한 페인트를 쓰는 것으로 정했다. 서울시 산하기관은 안전하지 않은 페인트를 구매하지 않고 기업에서는 안전한 제품을 납품하겠다고 약속했다. 2020년 서울시는 '국제기준 준수 납 저감 페인트 사용 다자간 협약'을 체결했다. 5개 페인트 제조기업과 서울시설공단, SH공사, 녹색서울시민위원회, 한국페인트잉크공업협동조합 등이 참여했다. 새로운 환경을 만들기 위해 문제를 제기하고 요구할 때 새로운 결과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우리 사회에서 최근에 시작된 것이다.
"유럽에서는 정부 관계자와 노동자와 시민이 같이 한 테이블에서 충분하게 의견을 듣고 논의를 해요. 그런 게 우리 사회에서도 많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생겨나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많이 퇴보해서 아쉽습니다. 같이 논의하면서 생산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이 앞으로 더 활발해졌으면 합니다."
임 원장의 큰 꿈, 전태일의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