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9일,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공사를 앞두고 백지화를 촉구하며, 오체투지로 대청봉까지 올랐다. 오체투지를 하기 위해 전날 모인 활동가와 시민들이 하부 정류장 예정지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전국 지자체들이 케이블카 설치하겠다고 발표하는 지금도, 케이블카 사업 승인을 두고 환경부가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사이에도, 산은 꾸준히 망가져 가고, 동물들은 죽어갔다.
박그림이 처음 설악산에 올 때 만해도 사람이 이렇게 많지 않았다. 70년대가 지나면서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시설물이 들어선다는 뜻이었다.
설악산은 점점 패여 갔다. 대청봉 땅이 다 드러났을 때, 그는 자신의 손에서 피가 묻어나는 것만 같았다. 산을 오르내릴 때는 올무를 없애는 게 일이었을 만큼 산에는 올무가 많았고, 올무에 걸려 죽은 산양과 동물들이 많았다.
나무들도 죽어갔다. 산양이 살아있는 화석이라면, 아고산대(亞高山帶, 저산대와 고산대 사이에 있는 아한대기후대)는 '빙하기의 유산'이라 불린다. 빙하기 때 내려온 한대성 식물들이 지금의 생태계를 이루어 산꼭대기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아고산대는 고산식물들의 생존에 절대적인 곳이며, 희귀성이 높은 식물종, 기후에 취약한 종들이 사는 특수한 생태계이다.
설악산에도 아고산대 식물들이 살고 있다. 케이블카가 들어서는 오색지구에는 해발 800m이상부터 신갈나무가 있으며, 1000m 이상이 되면 마가목, 분비나무, 눈측백이 살고 있다.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이 예정된 곳은 기생꽃이 서식하는 곳이다.
케이블카 아니어도 뜨거워지는 기후에 땅은 말라가고, 식물들의 피난처인 아고산대에 사는 생물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식물들이 이동하는 속도는 기후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서식지를 잃고 사라져간다는 것은 죽는다는 뜻이다.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곳이 아니면 다른 곳은 없다. 산양의 얘기이며 눈잣나무의 얘기이다. 그리고 나의 얘기이다. '이러다 다 죽는다'는 얘기다.
"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자기 목을 조르고 있는데 자기 일이 아닌 거예요. 무관심이죠. 결국에는 무관심이 세상을 다 죽이잖아요."
박그림은 '동물이 살지 않는 산은 죽은 산'이라고 했다. 생명은 관심을 두지 않으면 사라진다.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 함께 살아야 한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살아 있는 땅, 살아 숨 쉬는 지구가 필요하다.
[필자 소개] 정윤영: 이러저러한 일로 밥벌이하며 르포를 쓴다. <숨은노동찾기>, <달빛노동찾기>, <기억의 공간에서 너를 그리다> 등을 함께 썼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