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의 전경.
윤성효
일본은 윤 정부 출범을 기회로 삼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한일 관계를 유도했다. 2023년 3월 강제징용 '제3자 변제안' 발표를 계기로 정상회담, '셔틀 외교' 복원,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정상화까지 일본의 의도대로 이끌어냈다. 이는 표면적 관계 개선으로 포장되었으나, 실질적으로는 일본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과였다.
더불어 일본은 미국과 연계하여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를 추진했다. 2022년 하와이 인근에서의 '퍼시픽 드래곤' 합동훈련을 시작으로, 2024년 동중국해에서의 '프리덤 에지' 훈련, 3국 해군 합동훈련 등을 통해 한국을 미일 주도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 빠르게 편입시켰다. 이는 군사대국화를 꿈꾸는 일본의 전략적 이해에 부합하지만, 장기적으로 우리의 국익과 주권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 윤 정부의 양보에 일본은 더 강한 요구로 화답하고 있다. 최근 일본 방위상은 독도 관련 훈련을 일절 중단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했고, 윤 정부 출범 이후 수십 차례 독도 근방에 군함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일본은 독도 도발 수위를 계속 높일 것으로 보인다. 독도 문제가 한일 관계 개선의 걸림돌이 되면 미국의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미일 3국 군사협력을 중국 견제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어, 오는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한일 관계의 경색이나 위기를 수수방관할 수 없는 처지다.
윤 정부는 내년 6월 한일 기본조약 60주년을 맞아 '신한일공동선언'과 같은 공동합의를 통해, 정권이 바뀌어도 회귀하기 어려운 수준의 대타결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도 윤 정부 최대의 외교 치적으로 역사책에 기록되길 희망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독도 도발 수위를 높이면 높일수록 그 협상 과정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본은 독도 문제를 한미 양국을 상대로 한 전략적 '꽃놀이패'라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일본은 한일 갈등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미국의 개입을 유도하고 자국 이익을 극대화해왔다. 1965년 한일 기본조약, 2015년 위안부 합의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이는 미일 동맹을 한미동맹 보다 우선시하는 미국의 입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패턴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체결 과정에서부터 명확히 드러났다. 당시 일본은 미국 측 협상 대표자들에 대한 로비를 통해 독도 영유권 문제를 협정에서 배제시켰고, 이에 반발한 이승만 대통령은 1952년 1월 '평화선'을 선포하며 독도를 우리 영토로 편입시켰다. 이에 일본은 미국의 개입과 중재를 요청했고, 미국은 이승만 정부에 원조 문제 등으로 다각적인 압박을 가했다.
최근 일본이 독도 도발 수위를 높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일본은 윤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까지 도발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한일 관계의 긴장과 갈등도 상당 기간 감수할 것이다. 이는 한미일 3각 군사협력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개입을 유도하고, 결국 윤 정부에 대한 외교적 압박과 양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독도와 관련해 특히 주목할 점은 일본 정치권의 극우화다. 일본 국회의원 중 상당수는 2~3세 정치인들로, 많은 이들이 극우 성향의 '일본회의'와 연관되어 있다. '일본회의'는 천황 중심 국가 체제 복원, 야스쿠니 신사 공식 참배, 교육 칙어 복권, 전후 평화 교육 폐지를 목표로 하는 극우 조직이다. 이들은 국내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도 독도를 더욱 쟁점화해 나아갈 것이다.
행동으로 말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