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아동의 부모일수록 학교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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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학부모회와 운영위원회 차이를 먼저 알아야 할 듯합니다. 학부모회는 재학생의 학부모 전체가 구성원입니다.
"나는 학부모회 신청한 적 없는데?" 학부모회 임원직을 신청하지 않았을 뿐 자녀 입학과 동시에 학부모회 회원으로 가입된 상태입니다. 임원은 회장과 부회장, 감사로 구성되고요. 회장 지명에 의해 간사를 두기도 합니다.
학부모회는 다음과 같은 일을 합니다. ▲ 학교운영에 대한 의견제시 및 학교교육 모니터링 ▲ 학교교육 활동 참여/지원 ▲ 학부모교육 ▲ 지역사회 연계 비영리 교육사업 ▲ 그 외 학부모회 규정으로 정한 학교 사업.
이 중에서 주목할 것은 '학교운영에 대한 의견제시 및 학교교육 모니터링'입니다. 자녀의 교육 활동을 모니터링해서 학교 운영에 공식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교육의 3주체가 교사, 학생, 학부모라고 합니다. 저는 여태까지 학교라는 공적 공간의 주체는 교사와 학생인 줄로만 알았어요. 학부모도 학교교육의 주체라는 생각 자체를 못했던 거죠.
사실 학부모 입장에선 담임과의 상담 외엔 학교교육에 관여할 기회도, 여지도 없잖아요. 그런데 학부모회 역할 중 하나인 '교육 모니터링 및 운영에 대한 의견 제시'를 통해 학부모도 당당한 학교의 3주체 중 하나가 될 수 있더라고요.
학교 운영위원회는 학부모회와 성격이 다릅니다. 학부모회는 주로 학부모들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는 역할인데 반해 운영위원회는 말 그대로 학교의 크고 작은 대소사를 논의하는 일을 합니다. 공적 권위가 있는 셈이죠. 한마디로 힘이 더 셉니다.
저는 아이가 어릴 때만 해도 학교 운영은 교장 선생님 혼자 독단으로 막 결정하는 줄 알았어요. 그만큼 '학교'라는 사회에 대해 몰랐던 겁니다.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학교 운영에 관한 사안은 운영위원회가 모여 결정합니다. 운영위원회는 상정된 안건을 심의하는 기구인 거예요.
학부모회 구성이 학부모만으로 이뤄져 있다면 운영위원회에는 교사위원, 외부위원, 학부모위원이 다 포함돼 있습니다. 이들이 함께 모여 학교의 예산, 인사, 사업, 소위원회 활동, 급식, 교육과정, 학칙 제·개정 등에 관해 논의하고 심의합니다.
그렇지만 운영위원회는 의결 기구가 아닌 심의기구인 만큼, 학교장이 운영위원회 의결에 반드시 따라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관리자인 교장의 의지와 방향성에 따라 각 학교 운영은 저마다 차이가 나곤 합니다.
내 자녀가 수련회를 못 가게 된다? 그건 막아야 하니까
그렇다면 특수교육대상자의 부모 입장에선 학부모회 활동을 하는 게 좋을까요. 운영위원회 활동을 하는 게 좋을까요? 일단 통합교육을 먼저 살펴볼게요.
통합교육에선 학부모회 활동을 하는 게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에요. 학부모회 구성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비장애 학생의 부모들과 관심사 자체가 다르거든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학부모회는 '교육 모니터링을 통한 의견'을 공식으로 제안하지 않는 이상 그렇게 큰 힘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러니 이왕 활동을 할 거면 학부모회가 아닌 운영위원회를 권합니다.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급식지원 인력이 더 필요하다" "장애이해교육 자료로 이런 콘텐츠를 활용했으면 좋겠다" "방학중 교육활동이나 수련활동에서 특수학급 학생들에 대한 고려와 지원이 추가되어야 한다" 등의 안건을 내고 이를 심의할 수 있는 게 운영위원회입니다.
보통 이런 학교 구조를 모르고 있는 경우엔 수련 활동에 지원 인력이 없어 내 자녀가 수련회를 못 가게 될 경우, 애먼 특수교사만 붙잡고 감정싸움을 벌이게 되는데요. 수련회 일정이 다가오기 전 운영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려 학교에서 미리미리 예산과 지원 인력을 확보하게 해야 합니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게 운영위원회입니다.
그래서 특수교육대상자의 부모일수록 통합학교 운영위원회에 반드시 1명 이상씩은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비장애 학생의 부모들이나 일반 교사들은 아무도 우리네 사정을 잘 알지 못합니다.
특수학교는 또 다릅니다. 학부모회 활동을 해도 좋고 운영위원회를 해도 좋아요. 그런데 이왕이면 학부모회 회장은 운영위원회 학부모위원으로 동시에 들어가 있으면 좋을 듯합니다.
그러면 학부모회 회장은 그동안 누적해 받은 학부모들의 민원과 의견을 운영위원회 안건으로 제안할 수 있거든요. '교육 모니터링을 통한 의견 제시'가 실질적 형태로 발현되는 방법인 것입니다.
물론 운영위원회에 의견을 낸다고 모든 의견이 안건이 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학교 관리자와 행정 책임자, 교사와 학부모와 외부인사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어떤 문제의식을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방법을 논의하는 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특수학교에서 필요한 '활동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