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 프랑스인들
목수정
케이푸드 열풍 뒤 젊은 유학생들의 활약
- 도약의 계기가 뭐였다고 보나 ?
"흔히들 케이팝, 케이드라마의 역할이 크다고 얘기한다. 아이돌 스타들의 팬들, 드라마 주인공들이 먹는 음식을 따라 먹고자 하는 10대, 20대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한국 음식 시장을 움직였다고. 이를 부인하진 않지만, 그것이 동력의 전부는 아니었다고 본다.
한국이 외환위기를 맞았을 때, 많은 젊은 유학도들이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파리의 한인 식품업계 1세대들 보다 좀 더 열려 있고, 대부분 현지에서 교육도 많이 받았기에, 현지인들과 유연하게 소통하며 적극적으로 현지의 요구에 답할 수 있는 세대들이 도약의 발판을 다진 것이 오늘의 성장을 이끄는 또 하나의 요소였다고 본다."
- 외환위기에 처했던 것이 결국 전화 위복의 계기가 되었다?
"그런 셈이다."
- 팬데믹의 긴 터널이 끝날 무렵이던 2022년말, 에이스마트 루브르점이 문을 열었다. 놀라웠다. 다들 간신히 숨만 쉬고 있던 그 때, 에이스마트는 더 크게 한 걸음 내디뎠다.
"우리는 당시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지 않은 드문 업체였다. 코로나 기간 중 대부분의 식음료 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으면서 억대의 보상금을 받았지만, 우리는 사실상 타격이 없었다. 물론, 사람들의 발걸음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그걸 계기로 돌파구를 궁리하던 끝에 에이트마트 인터넷 쇼핑몰을 열게 되었고, 그게 전국 배송까지 가능해지면서,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되었다. 그 때, 시간적 여유가 좀 생기면서, 음식 뿐 아니라 오브제, 식기, 다기들도 같이 파는 매장을 열어보자 구상했다. 건축 공부했던 남편이 모든 내부 도면을 직접 그려가며 공사했고, 에이스마트 루브르점이 탄생했다."
- 매번 위기에서 더 큰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는 비결이 뭐였을까 ?
"사실 손님들과 소통하다 보면, 거기에 언제나 답이 있다. 지금도 매일 매장에 나와서 카운터에서 직접 손님들을 만나는데, 그 분들이 지나가면서 해주는 말, 질문하는 것들, 요구하는 것들을 잘 들어보면, 어떻게 가야 하는 지에 대한 답이 나온다. 다기에 대한 아이디어도, 손님들이 그런 것들을 찾으셨기 때문이다."
- 에이스마트 본점이 있는 오페라 지구는 일본인들이 터줏대감인데 일본 식료품 매장은 하나 밖에 없고, 기모노 매장, 일본 전통 소품 매장, 서점 등 문화 상품이 많다. 반면 한국은 오직 음식만 팔아왔는데, 에이스 매장에 소품, 그릇 코너가 생겨서 반가웠다. 지금까지 오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같은 길목에 케이 마트가 생겼을 땐, 사실 타격이 좀 있었다. 그들은 거대 자본을 가진 기업이었고, 우리는 아시다시피 부부 둘이 운영하는 작은 규모다. 사실 케이마트는 우리에게 물건을 납품해 주는 도매상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같은 길에 더 큰 규모로 매장을 낸 것이다. 우리가 더 이상 그들로부터 물건을 받을 수는 없어서, 한국과 직거래 통로를 뚫게 됐다. 벼랑에서 아래로 떠밀었는데, 우린 그 바람에 낚시하는 법을 익히게 된 셈이다.
그리고 대기업들 상품만이 아니라,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만들어내는 지역 소농들의 물건도 들여오고 싶은데, 프랑스가 음식물에 대한 통관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한 번 그걸 뚫으려면, 필요한 서류가 산더미다. 그래도 지자체나 농협 등을 통해 대기업이 안 뛰어든 분야의 농수산물들을 다채롭게 들여오려고 애쓰고 있다."

▲김치 클래스에 참여하여, 김치를 담그고 있는 프랑스인들
목수정
- 프랑스 사람들이 제일 잘 사가는 품목은 뭔가 ?
"루브르 점의 고객 80-90%는 프랑스인들인데, 이들이 제일 많이 찾는 품목은 김치다. 에이스마트가 자체적으로 만든 김치. 그리고 고추장, 된장 같은 양념 , 장류다. 프랑스 고객인들은 구매력도 높은 편이다. 한국인들은 점점 장류를 덜 사가는데, 이제 프랑스인들이 장류 소비의 메인 고객이 되었다. 남녀 노소를 가리지 않고, 매우 다른 음식 문화에 대해 여전히 호기심을 가지고 있고, 기꺼이 도전해 보는 프랑스인들 특유의 태도가 프랑스에서 한국 음식이 성공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다. 결명자차를 드셔보라고, 단골 고객에게 권하면, 처음보는 차인데도 기꺼이 시도해보고, 그 맛을 이해하고, 즐긴다."
- 맞다. 프랑스 중장년층은 이국의 음식뿐 아니라, 다른 문화적 호기심도 왕성하다. 그들을 통해서 우리 문화를 재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한국 음식 자체가 가진 매력이 크다. 사실 이게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다. 한국 음식은 일본 음식보다 장도 풍부하고(된장, 고추장, 쌈장 등) 맛이 강해서 발휘할 수 있는 맛의 스펙트럼이 넓다. 중국음식보다 덜 기름지고. 장과 기본 양념만 있으면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어, 진입 장벽도 낮은 편이다."
- 나도 김치의 영양학적 장점들을 알게 되면서, 채식을 할 수 있는 영리한 방법의 하나로 이것을 전파하기 위해 이웃들 대상으로 김치 교실을 열어서 한 적이 있다. 그 본질을 알게 되면, 전파하고픈 생각이 절로 든다.
"바로 그렇다. 그래서, 한식의 미래는 앞으로도 꾸준히 밝으리라 예측한다."
당분간 파리는 물론 프랑스 전역에서 한국 음식의 폭발적 유행이 멈출 일은 없어 보인다. 한국 요리에 필요한 가지각색의 재료를 공급해주는 한인마트들이 있고, 한식 요리 진행법을 가르쳐 주는 유튜버들과 요리 책들이 얼마든지 있으며, 끊임없이 욕구를 자극해주는 강력한 촉매제 한국 드라마들이 매일 전파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국 음식의 깊고 건강한 맛에 제대로 접속한 문화적 호기심 왕성한 프랑스인들이 있다.
▲파리 샹젤리제에 오픈한 고급 한식당 순 그릴 내부
Soongr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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