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장이 지난 2023년 3월 2일 경기 고양시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서울·인천·경기 합동연설회에서 최고위원 후보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남소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공영방송 이사를 선임한 이튿날인 지난 1일 방송통신위원회(아래 방통위) 산하 기관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아래 코바코) 사장에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을,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에 최철호 전 선거방송심의위원을 새로 선임했다. 이들 역시 정치색이 분명한 '친윤계' 인물이다.
'다른 식으로 MBC를 응징해 주셨으면 한다. 시청 거부하고 광고를 주지 않는 등 방법은 많다.'
지난 2022년 10월 대통령실이 MBC 기자의 전용기 탑승을 불허할 당시,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MBC 응징' 방법으로 '광고 압박'을 제안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도 그해 11월 "국민의 기업인 삼성과 여러 기업들이 MBC에 광고로 동력을 제공하는 것을 즉각 중단해야 하며, 이는 선택이 아닌 의무"라고 발언해 논란을 키웠다.
정부 비판 언론으로 찍힌 MBC는 이때를 기점으로 정부 광고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언론진흥재단으로부터 받은 정부 광고 현황을 보면 지난 2023년 MBC의 정부 광고액은 443억 1200만 원으로, 2022년(448억 7200만 원)과 비교해 5억 원가량 줄었다. 정부 광고집행 총액은 2023년 3388억 원으로 전년(3036억)에 비해 352억 원 늘었지만, MBC 광고만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KBS는 94억 원(553억 → 647억), SBS는 75억 원(542억 → 617억) 늘어났고, TV조선은 2배(79억 7천만 → 160억6300만)나 증가한 걸 보면 더 대조적이다.
올해 1월부터 6월 정부 광고 집행액도 지상파 3사 중 MBC가 꼴찌(105억 원)다. KBS(171억 원)와 SBS(163억 원)는 MBC보다 50~60억여 원이나 더 많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경우 지난 2023년 57억여 원의 방송광고를 집행하면서 MBC 집행액은 0원인 사실이 지난 7월 국회 문체부 전체 회의에서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민영삼 코바코 사장, MBC 광고 판매 위축 우려
이런 가운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탄핵 직전인 지난 1일 '친윤', '극우' 성향으로 평가받는 민영삼씨를 코바코 사장에 앉혔다. 민 사장은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 국민통합추진위원회 전략본부장을 지냈다가, 19대 대선에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특보, 20대 대선에는 윤석열 캠프에 합류하는 등 여러 정당을 거친 인물이다.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에는 '귀순 용사'라고 자칭하면서 '좌파 타파'를 외쳐왔다.
민 사장은 지난 1월 한 유튜브에 출연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김경률 당시 최고위원이 김건희 여사를) 마리 앙뚜아네트에 비유한 것은 큰 실수다, 김건희 여사의 인격 모독, 인격 말살이고, 정치적으로 판단하더라도 너무나 허황된 비유"라면서 "여당 지도부가 해선 안 될 말을 한 것"이라고 김 여사를 감쌌다. 잇따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그는 "윤석열 대통령은 결점이 없기 때문에 김건희 여사를 악마화하려고 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22년 '대통령 바이든-날리면 보도' 당시 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이 거부되자 민 사장은 한 종편 채널에 출연해 "언론탄압은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조선일보> 탄압한 게 언론탄압이다. 기자실 대못질한 것하고, 문재인 정부 때 <조선일보> 곤란하게 하려고 장자연 사건 수사한 것이 언론탄압"이라며 "MBC가 (대통령 욕설 보도에 대해) 반성의 자세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불편을 겪는 것으로, 함께 취재 편의를 받으려면 최소한 입장 표명을 해달라는 것 아닌가"라면서 해당 조치가 정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23년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하면서 "민노총 소속으로 노영방송이란 오명을 들을 정도로 편향적인 방송을 하는 좌파 언론노조에 맞서 공정한 방송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이런 이유로 민영삼 임명에 줄곧 반대해 왔던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지부는 민 사장 취임 이후 성명을 내고 "정치색을 공적 업무에 입히려는 생각은 버려라, 코바코와 조직원들을 정권에 바치는 희생양으로 만들 생각도 버려라"고 경고했다.
이런 인물이 사장으로 앉은 코바코는 MBC의 방송 광고 판매를 위탁, 대행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공공기관이다. 미디어렙법에 따라, MBC는 사기업을 상대로 직접적인 광고 영업을 할 수 없는데, 이 역할을 대신하는 기관이 코바코다. 방송사의 광고판매 실적은 프로그램의 경쟁력이 우선이지만 코바코의 '영업 의지'도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MBC에 대한 광고 압박이 정부 차원 뿐만 아니라, 코바코 차원에서도 이뤄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박성제 전 MBC 사장은 공동취재팀과의 통화에서 "방송사 광고 판매는 전적으로 기업의 선택에 따라 좌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광고 판매에선 프로그램 경쟁력이 가장 중요시 되는 요인"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코바코의 영업 능력과 영업 의지도 광고 수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정부가 최근 MBC 광고를 줄이는 상황과 맞물려 우려가 되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공동취재팀은 민영삼 사장의 입장을 청취하고자 전화와 문자로 연락을 취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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