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시내의 한국슈퍼에 진열된 김치 및 한국 음식들.
한소정
<데어슈탄다드> 1월 26일자는 새로 오픈하는 한국 식당 '신라'를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발효에 대해서라면 한국인들을 따라갈 수 없다. 한국인들은 뭐든 마늘, 고추, 젓갈과 함께 뭐든 항아리에 넣고 발효시킨다. 힙스터라서가 아니라 수천년 그렇게 해왔다. 좋은 게 뭔 지를 이미 오래 알고 있었던 것이다"라며 한국 음식을 설명했다.
김치와 비빔밥
2월 15일자 '지구 저편의 크라우트(독일과 오스트리아식 양배추 절임): 직접 만드는 김치 성공시키는 법'이라는 기사는 비엔나에서 김치를 만들어 파는 시몬 바우어(Simon Baur)의 이야기를 통해 김치를 설명하기도 했다.
한반도의 김치는 300여 가지며 뭐든 발효해 김치라고 하는데 남북을 통틀어 표준 김치는 배추김치이며 집집마다 레시피가 다르니 딱히 따라야 하는 방식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라고 소개했다. 요오드 없는 굵은 소금으로 배추를 절일 것, 적어도 한시간은 절여야 하고 두시간쯤 절이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등 성공적인 김치담그기를 위한 노하우도 적었다.
이쯤되어 나는 간단한 고백을 하나 해야겠다. 김치의 유행과 함께 우리 집 김치 레시피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 내게는 K푸드 유행의 부작용 정도 된다. 모든 한국인이 김치를 만들어 먹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 순진한 사람들에게 나도 김치는 사 먹는다고 말을 해야 하는 것이다.
김치는 안 담그더라도, 친구들을 집에 초대할 때는 가끔 음식을 해서 대접해야 하는 순간이 오게 마련이다. 가장 손쉽게 낼 수 있는 것은 비빔밥인데, 다행히 비빔밥은 인기도 좋다. 어떤 재료를 얼마나 넣을 건지 주방장 마음이니까, 그때그때 볶은 야채나 어린 상추 등 손이 가는 대로 알록달록하게 밥 위에 얹어 낸다.

▲오스트리아에서 손님 초대할 때, 비빔밥은 단연 인기가 좋다.
한소정
마음 동하는 날에는 달걀도 흰자, 노른자 나눠 지단까지 준비한다. 그러면 색색이 예뻐 보기가 참 좋다고들 하고, 간장과 참기름, 고추장이 섞인 조합이 아주 맛나다고 한다. 야채를 많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좋은 방식이라는 것이다. 매운 걸 못 먹으면 고추장을 빼고, 고기를 못 먹으면 고기를 빼고, 다양한 손님의 요구를 반영하기도 쉬워 나로서는 아주 편한 요리다.
맛있게 매운 맛
사실, 유럽 사람들은 대체로 매운 음식에 익숙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 내 경험에 비추면 이것도 나라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의 경우 전통적으로는 고추나 마늘을 먹지 않아 매운 맛이나 마늘의 냄새를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내가 함께 일한 동료들 중에는 매운 음식이 맛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
나이가 어릴수록 이런 경향이 뚜렷했는데,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매운 음식을 먹으러 갔다거나 집에서 만들어봤다는 경험담을 자주 듣는다. 생각해 보면 불닭볶음면의 열기도 주로 어린 세대에서 뚜렷이 나타나는 편이다.
▲빈 시내 한국슈퍼에 진열된 한국음식들
한소정
그러고 보면 이전에 6년쯤 살았던 스페인에서는 그런 경향을 딱히 느낀 적이 없다. 다정한 내 스페인 동료들 몇 명은 나에게 고추가 하나 들어있는 '매운' 올리브유를 건네줄 때 '조심해 이거 매우니까' 말하곤 했다. 먹어보면 고추 향이나 날까 말까 한 정도였지만, 그들에게는 꽤 매웠던 모양이다. 내가 매운 음식을 잘 먹는 사람도 아닌데도 말이다.
어떤 동료는 한국 음식점에 가서 비빔밥을 먹은 후기를 전하며, 그 맵기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입이 너무 아파서 전혀 즐길 수가 없었단다. 때문에 스페인에서 동료들을 초대하거나 실험실 야유회 등을 가 한국 음식을 하는 경우에는 매운맛을 늘 조심해야 했다. 물론,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는 사람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서의 경험에 비하면 현저히 적었다.
▲나쉬마크 거리 상점에서 한국라면을 파는 모습.
한소정
이것이 내게 흥미로웠던 것은 사실 고추가 중앙아메리카에서 온 식물이기 때문이다. 한국 음식은 고춧가루나 고추장을 많이 써 맵기로 유명하지만, 역사를 따져보면 조선으로 고추가 전파되어 우리가 고추를 쓰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초 무렵이 아닌가. 그전에는 매운맛을 내는 다른 향신료가 있었다고 했다.
스페인은 아메리카에 진출해 식민지를 삼고 교역한 것이 오래고, 오죽하면 지금도 대부분의 중남미의 나라들은 스페인어를 쓰는 정도이니 그들이 흔히 쓰는 고추가 스페인에서도 흔히 쓰일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재미있는 일이었다.
역사는 알쏭달쏭해서 '맛있게 매운맛'은 케이푸드의 유행을 타고 세계로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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