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갛게 칠해진 곳이 노바야제믈랴 제도
World Fact Book by CIA
인류 전체를 몰살할지도 모를 상상을 초월한 핵실험 후 미국과 영국, 구 소련은 1963년 대기권, 지상, 수중에서 핵폭발 실험을 하지 않기로 하는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PTBT)'을 체결했다.[5] 하지만 구 소련은 이후에도 노바야제믈랴 제도 지하 핵실험장 등에서 200회가 넘는 소규모 핵폭발을 일으켰고 그 과정에서 약 260메가 톤의 핵에너지가 방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6]
ESA-NASA 연구진이 구 소련이 가동한 영구동토층 인근의 원자로를 조사했을 때 인류 건강에 위협이 될 고위험 수준의 방사성 물질이 발견됐다. 러시아 정부가 구 소련 붕괴 이후 과거 원자로가 존재했던 지역에서 정화작업을 진행했다고 했지만 이 조사에서도 여전히 방사능 위협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북극해가 '핵 바다'로
설상가상으로 해안 인근 해저에는 수십 척의 핵잠수함이 사고로 침몰해 있어 일대가 거대한 핵폐기물로 뒤덮여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핵잠수함의 원자로 사고는 러시아 정부의 비밀 유지로 공식적으로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거나, 공개되었다 하더라도 그 진상 및 환경 오염 등 피해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기 힘든 상황이었다.
1970년 4월 노벰버급 핵잠수함 K-8의 비스케이만 침몰 사건은 사건 발생 20여 년이 지난 1991년까지 비밀로 부쳐졌다. 이 외에 1986년 10월 양키급 K-219, 1989년 4월 K-278 콤소몰레츠호 등이 대표적인 침몰 사례들이다.[7] 노르웨이 북부 바렌츠해에서 콤소몰레츠호가 화재로 침몰할 당시 잠수함에는 플루토늄 탄두의 핵 어뢰 2기가 장착되어 있었다.
30년이 지난 2019년 노르웨이 방사능 핵안전국(DSA)은 수중무인탐사기(ROV)를 동원해 수심 1680m의 바렌츠해 해저의 콤소몰레츠 잔해를 침몰 이후 처음으로 조사했다. 조사 결과 800Bq(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됐다. 세슘은 방사성 물질로, 바렌츠해의 평상시 방사능 수치는 0.001Bq 정도이다. 조사가 이뤄진 2019년 7월에도 바렌츠해에서 러시아의 연구용 핵 추진 잠수정이 화재로 침몰했다.[8] 2000년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가 북극해 부근에서 훈련 중 두 차례 폭발로 가라앉는 등 화재와 폭발 등 다양한 문제로 북극해에 수장된 핵잠수함이 수십 척이다. [9]
노르웨이 환경단체 벨로나재단(Bellona Foundation)은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가 침몰한 바렌츠해를 핵폐기물이 대량으로 적체돼 있는 '핵 바다'로 지목하며 이곳에서 체르노빌 원전 폭발과 같은 위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바렌츠해는 북극해의 일부로 북서쪽으로는 스발바르 제도, 북동쪽은 젬랴프란츠요세프 제도, 동쪽은 노바야제믈랴 제도에 둘러싸여 있다. 벨로나재단에 따르면 2000년 쿠르스크호 침몰 사고 당시 전 세계 원자로의 18%가 바렌츠해에 면한 러시아 북서부 콜라 반도에 본부를 둔 러시아 북해 함대의 주요 작전 지역에 위치했으며 이들은 대부분 관리가 소홀한 상태였다.
북해 함대는 2000년 기준 쿠르스크호를 포함해 67척의 핵 잠수함과 2척의 핵 추진 순양함을 운용했으며 핵 잠수함은 총 115기의 원자로를, 핵 순양함은 각각 2기의 원자로를 탑재했다. 퇴역한 잠수함 52척에도 아직 핵 연료가 남아 있는 원자로 101기가 실려 있어 콜라 반도/세베로드빈스크 지역에는 지상 원자력 발전소의 4기를 포함해, 총 240기 원자로가 몰려 있는 셈이었다. 세계적으로 원자로 집약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여기에 더해 70개 원자로 노심에서 나온 핵 폐기물이 불안전한 상태로 쌓여 있으며 18개 노심도 바렌츠해의 배나 바지선에 보관돼 있었다. 아울러 전체적으로 3만㎥의 고체 핵 폐기물과 7000㎥의 액체 핵 폐기물이 바렌츠해 지역에 쌓여 있다고 벨로나는 전했다. 벨로나는 이 지역의 핵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국제적인 협력과 자금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지난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10]
하지만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날까지 이 지역의 방사성 물질을 없애기 위한 국제적 노력이 없었기에 막대한 양의 위험 물질이 이미 영구동토층으로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은밀하게 숨겨진 핵 폐기물과 방사성 물질이 지구온난화를 통해 은폐를 뚫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건 시간 문제이다.[11]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위협, 화학 물질이 북극으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