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5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학기부터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늘봄학교가 시작됩니다. 올해는 1학년, 내년엔 1~2학년에 이어 내후년엔 모든 학년으로 대상이 확대됩니다. 특수교육대상자도 늘봄학교 대상입니다.
늘봄학교는 '돌봄+방과후교실'의 결합모델 같은 것입니다. 매일 2시간씩 맞춤형 프로그램이 무료로 제공되고, 프로그램만 이용할지 이후의 돌봄까지 이용할지, 돌봄까지 이용한다면 몇 시까지 이용할지 등을 정할 수 있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제 아들은 중학생이라 늘봄학교를 이용할 수 없지만 만약 아들이 초등학생이었을 때 이 제도가 있었다면 이용했을 것 같습니다. 다만 특수교육대상자도 늘봄학교를 무리 없이 이용하기 위해선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합니다.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고려 없이 무조건 이용하라는 건 "국가가 책임지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과 돌봄"을 기치로 내건 늘봄학교에서 사실상 특수교육대상자는 제외하겠다는 뜻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수학교 늘봄학교
특수교육대상자의 늘봄학교는 특수학교냐 통합교육(특수교실)이냐에 따라 사정이 달라집니다. 일단 특수학교는 늘봄학교 운영에서 어느 정도 연착륙이 가능할 듯합니다.
기존의 방과후 프로그램이나 돌봄교실을 운영하며 축적된 '인력풀(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이 있고 '경험(맞춤형 프로그램과 돌봄 운영)'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부 특수학교는 아직도 프로그램 강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지만요.
제 생각에 특수학교 늘봄교실 운영의 가장 큰 난관은 '공간'일 듯합니다. 남는 교실이 없기 때문입니다. "늘봄학교라고 해서 별도의 교실을 따로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 교실을 이용하는 것"이라는 게 교육부 입장인 듯한데요. 그건 특수학교의 사정을 모르고 하는 얘기입니다.
특수학교에는 초등학교만 있지 않습니다.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전공과가 한데 모여있는 게 특수학교입니다. 일반 초등학교야 내후년(늘봄학교 전면 시행)이면 기존의 방과후교실과 돌봄교실을 그대로 늘봄학교에 내어주면 되지만 특수학교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초등에서 늘봄학교가 전면 시행돼도 중고등학생을 위한 방과후교실과 돌봄교실은 동시에 계속 운영돼야 합니다. 미술 수업이야 각 교실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체육활동엔 강당이 필요하고 요리 교실 등 특별 프로그램엔 특별실이 필요합니다.
기존 방과후교실에도 그런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초등, 중고등이 나눠서 잘 사용하지 않았냐고요? 그건 방과후교실이었기에 가능했어요. 방과후교실은 늘봄학교처럼 주 5일 내내 운영되지 않았고 인원수 제한도 있었습니다.
특수학교의 고질적 문제인 공간 부족에 대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수도권 특수학교들은 교실 하나 더 늘릴 공간조차 없어 대부분이 과밀학급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공간에 대한 대책 마련, 후속 조치 및 지원 없이 늘봄학교가 전면 시행되면 특수학교 학생들은 말 그대로 공간 때문에 제대로 된 프로그램이나 돌봄을 받을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요리 교실에 사용할 특별실이 없어 모니터로 밀가루 반죽법을 보고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통합교육 늘봄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