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영 장례에 참여한 시민들이 고인께 올린 국화꽃
김민석
자신의 장례식을 생각해 본 적 있나요? 그냥 막연한 상상 말고, 구체적인 계획으로요. 상주는 누가 맡을지, 며칠 동안 치를 것인지, 장지와 장법은 어떻게 할지 잠깐 생각해 보세요. 그게 실현 가능한 일인지 한 번 알아보려고 합니다.
생각을 돕기 위해 제가 생각한 제 장례를 예시로 들어 볼게요. 저는 제 친구 중 가장 건강한 사람이 상주를 맡아 주길 원합니다. 3일장은 굳이 필요 없을 것 같고요. 발인하는 날 발인제만 간단히 치르면 좋겠어요. 화장하길 원하고, 화장이 끝난 후 유골은 곱게 가루 내어 바다에 뿌리길 원합니다. 일반적인 장례에 비해 꽤 소박해 보이네요. 크지 않은 바람인데, 이 장례는 실현 가능할까요?
머릿속으로 정리가 되셨다면 일단 가장 먼저 언급한 상주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나의 장례식'이라는 말에는 일종의 아이러니가 담겨 있습니다. 바로 '나'는 참석할 수 없다는 점이에요. 최근엔 살아있을 때 장례식을 미리 하기도 한다지만, 그건 예외의 경우니까 지금은 논외로 둘게요. 일반적인 경우 나는 내 장례식에 살아있는 상태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 말은 직접 장례를 주관할 수 없다는 뜻도 되지요.
상주는 그런 나 대신 장례식을 주관해 줄 사람을 뜻합니다. 보통은 직계가족의 남성이 맡아서 해요. 한국의 상장례에는 가부장제가 여전히 공고하기에 여성이 상주로 서는 것에는 분투의 과정이 수반됩니다. 성차별적인 장례 문화에 대한 이야기로도 이 글을 가득 채울 수 있지만, 그건 다음에 기회가 닿는다면 하도록 해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상주를 누가 맡을지 생각해 보셨나요?
만약 머릿속에 떠올린 사람이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가족의 범위에 속해있다면 특별히 걱정할 게 없습니다. 범위는 이래요.
가. 배우자
나. 자녀
다. 부모
라. 자녀 외의 직계비속(손주)
마. 부모 외의 직계존속(조부모)
바. 형제·자매
'무연고 사망자'
혹시 떠올린 사람이 여기에 속하지 않나요? 그렇다면 안타깝게도 당신이 사망한 이후 그 사람이 상주가 되기 위해선 여러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족이 아닌 이가 장례를 주관하기 위해선 당신이 '무연고 사망자'로 확정되어야 하거든요. 이 과정은 한 달이라는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거나,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어요. 가족이 직접 장례를 치르겠다고 하면 당신이 그걸 원했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가족이 하게 될 테니까요.
외동에, 비혼에, 입양한 자녀도 없는 사람의 경우 장례가 부드럽게 진행되려면 부모님보다 먼저 사망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부모님이 돌아가신 상황에서 사망하게 된다면 당신의 장례를 치르고자 하는 이가 있더라도 바로 장례를 시작할 수 없어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무연고 사망자'로 우선 확정되어야 하거든요.
반복해서 '무연고 사망자'가 언급되고 있지요. 그렇습니다. 언론에서 종종 노출되는 '무연고 사망자'는 앞선 범위의 가족이 없거나, 그들이 장례를 지자체에 위임한 경우를 말합니다.
저는 친구가 상주를 맡길 원한다고 말했지요. 일단 제 장례식은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셈입니다. 제 바람대로 장례를 치르려면 저는 우선 '무연고 사망자'가 되어야 해요. 그 이후에 장례를 주관하기 위한 여러 절차를 친구가 밟아주어야 하고요. 이 과정이 번거로우니 미안한 마음에 가족에게 상주를 맡긴다면 얘기가 달라질까요?
저는 결혼할 생각이 없고, 아이를 가지거나 입양할 계획도 없습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가족의 범위에 속한 사람은 부모님과 동생뿐이에요. 그럴 일은 없어야겠지만, 만약 제가 부모님보다 먼저 사망하게 된다면 적어도 장례는 걱정이 없습니다. 부모님은 제 장례를 직접 치를 능력이 충분히 되시거든요. 하지만 먼 미래에,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제가 노인이 되어 사망하게 된다면 마찬가지로 노인인 제 동생이 장례를 모두 책임져야 합니다. 혼자서요.
과연 그때에도 저나 제 동생이 지금처럼 건강할까요? 우리 남매의 사이가 여전히 좋을까요? 모든 것이 의문 부호입니다. 지금의 법과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저는 일종의 '예비 무연고 사망자'입니다.
가장 많은 위임 사유는 '경제적 어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