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유성호
"(민영방송도) 어느 정도의 중립, 본인들의 기업 생존을 위해서라도 나름대로는 균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법인카드 의혹에 가려졌지만,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언론장악'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냈다. 한편으로 MBC 노조에 대해 뿌리 깊은 불신을 여과 없이 드러내면서, MBC 민영화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은 특히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청문회 자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5.18 폄훼 댓글에 '좋아요'를 누른 것을 두고 "손가락 운동" 운운했던 그는 방통위원장으로서의 자격을 증명하기는커녕, 기본적인 소양과 역사관에도 물음표가 붙는 인물이 됐다. 청문회에서 나온 이 후보자의 문제적 발언들을 정리했다.
[이진숙의 말①] "(민영방송도) 균형 찾을 수 있다"
이 후보자는 과거 MBC 간부 시절, MBC 지분 소유주인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만나, 지분 매각을 논의하는 등 MBC 민영화를 추진했다고 의심받는 인물이다. 이 후보자는 지난 2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1공영 다민영 체제'를 주장하는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공영은 선이고, 민영은 악인가"라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MBC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답변이었다.
"민영의 경우 단정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으나 특정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경우 특정 정권에 지나치게 치우친 방송을 하게 되면 만약에 정권이 바뀌게 되면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 (민영방송도) 어느 정도의 중립, 본인들의 기업 생존을 위해서라도 나름대로는 균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진숙의 말②] "경영은 중대 해임 사유, MBC 흑자의 질 따져야"
이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으로 취임하면 안형준 MBC 사장 교체는 사실상 정해진 수순으로 보인다. MBC가 흑자 경영을 하고 있지만, '흑자의 질'을 따져봐야 한다고 언급한 대목에서 그 의도를 읽을 수 있다.
"(MBC 흑자가) 불황형이라고 하는 것들이 현 사장에 대한 해임 사유가 된다고 보나"라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질문에 이 후보자는 "경영은 가장 중요한 해임 사유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비정상적인 흑자인지 흑자의 질을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진숙의 말③] 5.18 폄훼 논란에 "손가락 운동", "민노총, MBC 좌지우지"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를 비롯해, 민주노총 노조에 대해선 "힘에 의한 지배", "오염되지 않은 노조원" 등을 언급하면서 맹목적 '적의'를 분명히 드러냈다.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노조를 언급했던 대목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민노총 조합원들이 압도적으로 MBC를 좌지우지 지배하고 있다, 민노총 노조가 무언가 공정하고 정의롭기 때문에 그래서가 아니라 사실상 힘에 의한 지배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다, 비민노총 노조들이 공정하지 않고 정의롭지 않아서가 아니라 사실상 민노총 언론노조가 노조의 지배층 상층부가 (되어) 사실상 (MBC) 후배들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과거)이 후보자도 언론노조원이었다"고 하자 이 후보자는 "당시 오염되지 않은 언론노조의 노조원"이라며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뉴라이트' 역사관이 의심되는 답변도 나왔다. "일본군 위안부가 강제적 동원인가, 자발적 동원인가"라는 최민희 위원장 질문에 이진숙 후보자의 첫 대답은 "논쟁적 사안이기에 답변하지 않곘다"였다. 이 후보자는 '논쟁적 사안'이라는 발언은 황급히 취소했지만, "개별적 사안에 대해 답변하지 않겠다"면서 입을 닫았다. 결국 청문회에선 "일본 대변인 같다"는 말까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