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라스고시에 있는 '김 씨네 길거리 한국음식점'(Kim's Korean Street Food)에서 먹었던 떡볶이, 김치전, 돈가스
제스혜영
글래스고시에 있는 '김씨네 길거리 한국음식점'(Kim's Korean Street Food)은 글래스고 대학교가 있는 큰 쇼핑센터 2층에 자리 잡고 있다. 버거킹 바로 옆에서 한국식 패스트푸드로 알려져 있다. 핫도그, 떡볶이, 돈가스, 김치전 등을 판매한다. 어묵 떡볶이와 김치전이 7파운드(1만2500원), 돈가스 10.80파운드(1만9200원). 여기다 음료수까지 시키면 버거킹의 햄버거 세트와 비슷한 가격이다.
스코틀랜드에서 떡볶이 떡이 하도 귀한지라 오랫만에 통통한 쌀떡볶이가 쫀득하게 씹히는 맛이 좋았다. 김치전은 김치가 별로 없었지만 고소했다. 가격에 비해 양이 적어서 식사라기보다는 스낵에 가까울 것 같다.
영국 <더 미러>(The Mirror)에서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15%가 슈퍼마켓에서 장을 볼 때 한국 식품을 골랐다고 한다. 가장 많이 먹어본 요리로는 한국식 프라이드치킨(68%), 김치(55%), 소 불고기(28%), 비빔밥(34%)을 꼽았다.

▲큰 슈퍼마켓에 파는 한국식 프라이드치킨.
제스혜영
K푸드 열풍 덕에 매일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분
2011년, 내가 영국 런던에서 살았을 때만 해도 한국식품을 사려면 한국인이 가장 많은 뉴몰든시를 직접 찾아가거나 런던 대학교 근처에 있는 아시안 마트를 갔어야 했다. 거기서 한국 글자가 적힌 '고추장'과 '라면'을 잔뜩 사들고 오는 날은 마치 한국을 방문하고 온 것처럼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이제는 시내까지 멀리 가지 않고도 가까운 큰 슈퍼마켓에서 고추장, 된장, 컵라면뿐만 아니라 한국식 양념치킨, 비빔밥 키트나 김치전 믹스를 찾을 수 있다. 최근 이쓰(Itsu)에서 만든 냉동만두도 원산지가 한국으로 표시되어 있어서 놀라웠다. 솔직히 이런 정보들은 스코틀랜드 친구들이 종종 알려준다.
▲영국 슈퍼마켓에서 만난 냉동만두. 원산지는 한국.
제스혜영
▲테스코(TESCO) 슈퍼마켓에서 팔고 있는 비빔밥 키트
제스혜영
▲슈퍼마켓에서 팔고 있는 김치전 믹스
제스혜영
스코틀랜드에서 막상 김치를 만들려고 보니 배추 찾기가 어려웠다. 우리 집 건너편에 사는 피터가 꿀팁으로 배추 대신 청경채를 넣어보라고 권했다. 청경채는 어느 마트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청경채로 김치를 만들었는데 아삭아삭한 맛이 배추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이번 여름에는 뒷마당에 배추를 심었다. 머나먼 한국에서 배를 타고 영국까지 건너온 이 배추 씨앗들이 스코틀랜드의 흙 속에서 잘도 뿌리내리는 것이 기특했다. 무럭무럭 자란 초록 배추에다 고춧가루를 팍팍 넣어서 김치를 만들었다. 두 병에다 김치를 꼭꼭 눌러 담고는 스코틀랜드 두 명의 친구한테 나누어 주었다. 어찌나 좋아하던지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이틀 만에 다 먹었다고 했다. 여기서 김치가 아주 특별한 선물이 될 줄이야.
이렇듯 스코틀랜드의 작은 틸리 마을에서도 K(한국)의 바람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나에겐 피터의 김치가 아직도 남아 있다. 푸른 언덕으로 하얀 솜사탕 같은 옷을 입은 양들을 바라보며 식탁에서 먹는 피터의 김치는 나를 고향으로 데려다준다. 나는 그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고향을 방문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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