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앤레디쉬 창업자 키미님영국에 프리미엄 김치를 소개하고 있는 한인 김치 사업가 김지현님(KIMMY)
김명주
또 한편에서는 '한식의 고급화'를 고민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 현지에서 하이엔드(고급) 김치를 판매하고 있는 사업가 한 분과 런던 해크니(Hackney)에서 귀한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김치 앤 래디시(Kimchi & Radish)라는 이름을 걸고 런던 현지에서 가공 및 유통 사업을 하는 그녀는 키미(Kimmy, 한국명 김지현)님. "공장 대량 생산이 아닌 좋은 재료로 직접 맛을 낸 신선한 김치를 소개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라고 상품을 소개했다. 현재 그녀는 런던 남부 서더크 구에 김치 스튜디오를 직접 운영하면서 윔블던, 노팅힐 등 런던의 부촌 지역 상점들에서 '김치 앤 래디쉬 김치'를 프리미엄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최근까지 런던 중심가 웨스트민스터 지역 리젠트 스트리트, 노팅힐, 카나리 워프 등에 체인점을 둔 아티스(Atis)에서 키미김치볼(Kimmy Kimchi Bowl)이라는 이름으로 음식을 판매하기도 했다. 이곳은 주문과 동시에 직접 샐러드를 만들어 바로 서빙하는 웰빙 지향 체인점으로, 건강식을 찾는 입맛 까다로운 런던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다.
나는 직접 온라인쇼핑을 통해 그녀의 김치를 구매해서 먹어봤다. 매운 정도에 따라 차이를 둔 전통 김치 2종을 비롯해 물김치, 아삭한 깍두기 김치도 있다. 현지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명이잎으로 만든 와일드 갈릭(Wild Galic) 김치는 영국 현지에서 자란 재료를 이용한 김치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최근에는 타바스코 소스처럼 뿌려 먹는 김치 소스, 호랑이와 김치 재료들을 일러스트 해서 만든 '티 타월' 등도 판매하고 있다. 김치 본연의 맛을 지키고 싶다는 키미님의 고집이 김치맛에 담겨 있었다.
내가 사 먹어 본 저렴한 중국산 김치는 배추 식감이 물컹했고, 발효된 음식이라기보다는 절임채소를 매운 소스에 담근 듯한 맛이었다. 김치찌개로도 끓여먹기 싫은 정도였다. 이 상품을 처음 먹어본 현지인이 이것이 김치의 원래 맛이라고 생각할까 싶어 부아가 치밀기도 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한식, 특히 김치를 프리미엄 음식 단계로 끌어올리는 그녀의 노력이 감사하고 다행스럽다.
한식 대중화,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영국 현지에서 직접 만들어 판매되고 있는 김치앤래디쉬.
김명주
영국 현지에서 한식을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도 많다. 영국에서 사랑받는 외국 음식으로는 이탈리아식, 인도식, 중식, 일식, 태국식이 보편적이다. 중국 음식은 지방 소도시 어디든 배달음식으로 사 먹을 수 있을 만큼 영국 문화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일식의 경우에는 조금 더 건강식 이미지가 강한데, 비싼 일식 레스토랑에서부터 테스코와 같은 쇼핑 체인점에서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포장식까지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다.
중식, 일식에 비하면 영국 내 한식은 현지인들의 접근이 아직 쉽지 않다. 한국음식점은 대도시 일부 지역에서 주로 만날 수 있다. 내가 사는 영국 남서부는 영국인들이 국내 휴가지로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다. 아시아마트는 있지만 한국 식료품점은 없고, 한국 음식점이 전체 도에 하나 정도 있을까 말까 하다. 한식은 대부분 중국음식점이나 태국 음식점에서 비빔밥이나 불고기 정도의 메뉴로 끼워 팔리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분명히 긍정적인 신호들이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최근 테스코에서 프리미엄 점심 메뉴로 한국식 덮밥을 출시해서 판매하고 있다.
한 현지 지인은 한식이 건강하고 색다른 음식인 것은 인정하지만, 염분이 너무 높은 게 아닌가 걱정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간식·간편식 또는 매운 음식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식을 세계화할 때 싸고 푸짐한 음식 이미지보다는 '건강한 음식'으로 초점을 맞추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한식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주로 건강에 관심이 많고,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그에 걸맞은 한식의 장점을 잘 마케팅할 필요가 있다.
한식에도 '스토리'가 필요하다
▲장건강을 위한 음식들을 소개하는 서점가 책들영국인들이 장 건강에 주목하면서 김치와 같은 발효식품이 자주 소개되고 있다.
김명주
요즘 영국 현지 서점에 가보면 가공식의 위험과 그에 대한 해결책을 나누는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 영국 성인병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처방치료보다 식생활과 소비 식품에서부터 문제점을 찾는 이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식품 관련 베스트셀러로 팔리는 책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장 건강(Gut Health)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장내 유산균에 좋은 식품이 소개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음식이 바로 김치다. 한식은 고추장, 된장 등 발효식품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련 키워드들이 자주 회자될수록 한식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소비가 진작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식품점 '오세요' 런던 소호점 한국식품점 '오세요'는 런던 시내를 넘어 맨체스터, 셰필드, 버밍엄 등 대도시로 지점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
김명주
한류 문화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는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스토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식의 전통 가치는 살리되 전 세계인이 공유할 수 있는 한식에 관한 스토리가 많아진다면 어떨까. 현대인들이 갖는 식생활의 문제점을 잘 살펴 세계인 누구나 공감하고 한 번쯤 먹어보고 싶은 한식이 많아지면 좋겠다.
최근 영국 내 12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한인마트 '오세요(Oseyo)' 가 최대 규모로 맨체스터에 2호점을 오픈했다는 소식이다. 런던 중심이던 체인점을 버밍엄, 셰필드 등 지방 큰 도시들로 그 저변을 넓혀 가는 분위기다. 앞으로 더욱 풍성해질 영국 현지의 한식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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