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7.22 07:14최종 업데이트 24.07.22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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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현 선거 구도가 유지된다면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이 될 가능성도 크다. 공화당이 트럼프 당으로 완전히 탈바꿈된 것을 고려하면, 2기 정부는 트럼프에 의한 트럼프를 위한 정부가 될 공산이 더욱 커졌다.

이에 따라 각국은 트럼프 2기 정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먼저 트럼프 2기가 1기 정부와 어떻게 다를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발표된 공화당 정당 강령은 그 좋은 참고 자료다. 이 강령은 트럼프가 추인한 새 지도부가 2016년 강령을 개정한 것으로, 현재까지 트럼프가 승인한 유일한 문서다. 이 두 강령을 비교하면 트럼프 2기 정부의 변화를 더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미국 우선주의의 진화
   
이번 강령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은 '트럼프주의'가 더욱 강화된 것이다. 서문부터 트럼프를 "미국 국민의 변함없는 챔피언"이자 "미국 정신을 다시 불태운 인물"로 칭하며 당의 중심에 두고 있다. 2016년 강령에서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던 '트럼프'가 이번에는 19차례나 언급된다. 이는 공화당이 곧 트럼프이고, 트럼프가 곧 공화당임을 선언한 것이다.

강령의 핵심 주제도 트럼프의 상징적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이다. 미국의 '심각한 쇠퇴'에 대응해 경제력 회복, 국경 강화, 글로벌 지배력 재확립, 보수적 전통 가치 회복을 위한 20개의 포괄적 의제를 제시하고, 이 목표 달성을 위해 '미국 우선주의' 원칙을 강조한다.

2016년 강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주로 무역과 외교 정책의 맥락에서 언급했다면, 이번 강령은 이를 교육, 이민, 기술 정책 등 국내 정책 영역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강령의 서문이 "미국 우선주의: 상식으로의 복귀"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것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익 최우선이 모든 정책의 목표이자 원칙이란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주먹 쥔 손을 들어 보이자 참석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 정책에서 2016년 강령이 자유 시장과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면, 새 강령은 국가 주도의 산업정책을 더 중시한다. 미국을 "제조업 초강대국으로 전환"하고 "세계 최고의 에너지 생산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2016년 강령이 공정 무역을 주장했다면, 새 강령은 훨씬 더 보호주의적 입장을 취한다. "외국산 상품에 대한 기본 관세"와 "중국의 최혜국 지위 철회"를 예고하며, "연간 1조 달러 이상의 상품 무역적자"에 대한 대응책으로 합리화한다.


외교·안보 측면에서 2016년 강령이 글로벌 리더십과 동맹 강화를 강조했다면, 신 강령은 "힘을 통한 평화"를 주장한다. "세계 최강의 군대 재건"을 공약하면서도 "미국의 이익이 직접적으로 위협받을 때만" 군사력을 사용하겠다는 선택적 사용 입장을 보인다. 동맹 강화를 단 한 차례 언급하지만, 미국 전역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 등 '자강'에 더 방점을 찍고 있다.

이민 정책은 더욱 강경해졌다. "국경을 봉쇄하고 이민자 침공을 중단"하며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추방 작전 수행"할 것을 공약한다. '침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국경 강화와 불법 이민 문제를 국가 안보적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는 의미다. 마약·인신매매 카르텔과의 전쟁을 위해 군사력 동원도 언급한다.

교육 정책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2016년 강령이 학교 선택권과 지방 교육당국의 자율성을 강조했다면, 새 강령은 "비판적 인종 이론, 급진적 성 이데올로기" 등에 명확히 반대하며, 이를 가르치는 교육기관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 중단을 선언한다. 이는 교육을 통해 보수적 가치를 수호하겠다는 의도다.

기술 정책도 '미국 우선주의'를 강화했다. 새 강령은 중국에 비해 경쟁력이 뒤지는 "전기차 의무화를 취소"하고 "비용이 많이 들고 부담스러운 규제를 삭감"하겠다고 명시한다. 인공지능(AI), 암호화폐, 우주 탐사 등 신기술 분야에서의 미국 주도권 확보도 강조한다.

이렇듯 패권국이 자국 이익 우선주의에 입각해 보호주의와 일방주의를 강화하면 국제질서는 더욱 불안정해지고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트럼프의 공화당은 동맹 관계를 어떻게 재조정한다는 걸까? 강령은 "공동 방어"에 제대로 기여해야 한다고 할 뿐 이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트럼프의 전략적 침묵

이번 강령에서는 한국, 북한, 한반도 문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2016년 강령이 "대한민국과의 동맹을 재확인"하고,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지지"하며, "북한의 핵무기 및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물론, 한국만 특별히 생략한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을 제외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일본, 호주 등 다른 동맹국들에 대한 구체적 언급도 없다. 중국 견제를 국가 대전략의 핵심으로 천명하지만 대만 문제도 언급하지 않는다.

강령이 짧아진 이유도 있지만, 이는 분명 전략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국제 관계에서는 말하지 않는 것이 명시적 언급보다 중요할 때가 많다. 먼저 속내를 드러내기보다 입을 닫고 있어야 더 많은 것을 얻기도 한다.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트럼프와 공화당이 전략적인 이유로 침묵하는 것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

이번 신 강령의 '전략적 침묵'은 동맹 관계 재조정 협상에서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동맹국에 먼저 패를 보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는 동맹 의존도를 줄이고, 양자 관계에서 미국의 비대칭적 힘의 우위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명시적 입장을 밝히지 않음으로써, 향후 북한과의 관계 설정이나 주한미군 문제 등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두는 효과가 있다. 한미 협상에서 한국 정부의 요구나 제안보다 더 높고 강한 역제안을 할 것이 유력하다.

또한 이 침묵은 트럼프에게 광범위한 외교적 재량권을 부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협상에서 기존 합의나 규칙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얘기다. 즉, 기존 질서의 유지나 복원이 아니라 '재편'에 방점을 찍은 전략이다. 한미관계에서도 기존 합의에 구속되지 않고 일방주의적 접근을 취할 개연성이 크다.

한편 이번 강령은 적대국들에 대한 구체적 언급도 없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미국의 이익에 따라 적대국과도 협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 견제를 최대 목표로 하되, 이념 및 가치 기반의 진영을 묶어 봉쇄하는 전략보다는 중국과 그 우호세력 내부의 균열을 유도하는 공세적 접근법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분할 정복(divide & conquer)" 전략이 상대가 두려워하는 강한 미국을 재건하겠다는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의 기대에 더 부응하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북중러 3국 관계의 가장 약한 고리인 북한을 매개로 북한-중국, 북한-러시아 관계를 약화시키는 전략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인권과 가치에 기반해 적대시하는 것보다 북한과의 직접 외교로 북핵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미국의 안보에 더 낫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아도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해 왔다. 작년엔 그와 나눈 편지들을 포함한 서간집을 발간해 정치자금을 모으기까지 했다.

주한미군은 철수할까
 
지난 9일부터 19일까지 강원 인제군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에서 실시된 '한·미·UAE' 연합 KCTC 훈련에서 육군 제6보병사단 초산여단 연합전투단의 장병들이 수색 정찰을 위해 전술 토의를 하고 있다. 육군
    
트럼프의 발언과 새 공화당 강령을 고려하면, 전면 철수는 아니더라도 일부 병력 감축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주요 근거는 주한미군의 높은 지상군 비율이다.

2024년 3월 기준, 한국(1만 4971명)과 독일(2만 1250명) 주둔 미 육군이 전체 해외 주둔 미 육군의 약 76%를 차지한다. 반면 일본은 전체 5만 4774명 중 육군이 2351명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과 독일 주둔 미군이 주요 감축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트럼프가 미 남부 국경 수비 강화를 위해 해외 주둔 미군을 활용할 경우, 주한미군이 그 첫 대상이 될 수 있다. 병력 감축은 북미관계에서 돌파구를 만들고, 방위비 분담, 주한미군 역할 변경, 통상 협상 등에서 한국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협상 카드로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윤석열 정부의 외교 행태를 고려하면 트럼프의 압박 이전에 먼저 양보부터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트럼프는 그 양보안마저 거부하고 더 많은 걸 내놓으라고 할 것이기 때문에 섣부른 양보는 자제해야 한다. 야권과 시민사회의 균형자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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