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빅웨이브, 기후변화청년단체GEYK,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며 국회에 계류 중인 기후변화 관련 법안의 통과를 촉구했다.
유성호
다시 <폭염 사회>로 돌아가 보자. 이 책의 저자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미국 시카고 웨스트사이드의 지역에서 발생한 폭염으로 인한 사망률을 비교한다. 인구통계학적으로 유사한 지역들을 비교하면서 폭염 사망률의 차이를 밝히는데, 저자는 이 차이의 원인을 '사회 하부 구조'의 차이로 지적한다.
사회 하부 구조라 함은 "인도와 상점, 공공시설, 친구와 이웃 사이를 연결해 주는 공동체 조직"을 총칭한다. 이웃 간 친밀하게 지내는 수준 혹은 만나는 빈도, 반상회와 교회 활동에 참여하는 수준이 달랐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폭염 기간에 누가 혼자 살고, 누가 나이가 들었으며, 누가 아픈지 알았고, 서로 격려한 점이 폭염에 따른 사망률의 차이를 결정짓는 요인이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지역 사회의 문화나 환경은 극심한 어려움을 견딜 수 있으면서도 그 어려움을 포기하게끔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과연 우리 사회는 서로 돌보는 문화나 환경이 있는지 의문이다.
코로나19 시기를 벗어나 한국 사회는 서로 단절되고 고립된 문화가 공고화되었다. 내 친구가 어떻게 지내는지, 이웃에는 누가 살고 있는지 등을 알 수 없어도 우리는 큰 문제 없이 잘 지낼 수 있는 풍요로운 사회에 살고 있다. 돈만 있으면 집에서 편히 음식을 시켜 먹을 수도 있고,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몇 시간 동안 친구나 애인을 대행해 주기도 한다.
스마트폰 어플을 손가락으로 켜서 클릭만하면 온라인에 들어가 다양한 정보를 쉽게 취득하고 타인의 일상생활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보여주고 싶은 삶의 일부분도 공유할 수 있다. 그러나 공동체를 만드는 근간인 진정한 인간관계는 어느덧 우리 삶에서 멀어지고 있다. 우리는 고립이 일반화된 사회에 접어들었다. 기후위기 시대에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보다 공동체의 부재로 인한 피해를 더 걱정해야 하는 시대에 사는 것 같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정부의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내가 사는 동네에서 어떻게 이웃을 받아들이고 돌보는지에 대한 사안도 중요하다. 정부의 책무와 함께 시민의 책무가 필요한 시대다.
폭염 사회 - 폭염은 사회를 어떻게 바꿨나
에릭 클라이넨버그 지음, 홍경탁 옮김, 글항아리(2018)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