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새친구 활동 직전에 방음벽 아래에서 발견된 촉새 (77번 국도 충남 태안 송남 교차로)
녹색연합
법이 바뀐 것은 분명 성과다. 하지만 처벌조항 등을 비롯한 강제조항이 없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잘 적용될 지는 의문이었다. 개정 법률 시행을 앞두고 작년(2023년) 녹색연합에서 서울 시내 25개 구청을 대상으로 유리창 새 충돌 저감조치를 시행하고 있거나, 계획이 있는지 물었을때도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지 못했다. 25개 자치구 중 구로구, 금천구, 노원구 3곳만이 저감조치를 시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종로구는 추진 계획을 검토 중이라는 답변을 보내왔을 뿐, 대부분의 자치구가 저감조치를 시행한 적도,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무응답인 자치구도 15곳이나 되었다.
1년이 지나 녹색연합은 서울 시내 25개 구청을 대상으로 유리창 새 충돌 저감조치 시행 여부에 대해 다시 물었다. 결과는 참담한 수준이었다. 설문에 응답한 자치구가 8곳에 불과했다. 물론 실무자들이 현장에서 유의미한 새 충돌 저감을 위해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지자체도 있었다. 강동구, 관악구, 구로구, 노원구, 성동구, 중랑구는 개정 야생생물법 시행 이후 새 충돌 저감 조치를 시행했거나 계획하고 있었다. 1년 전 3개 자치구였던 것에 비하면 증가한 셈이다.
특히 강동구는 조류 충돌 저감 조치를 일부 구간에 시행하고 있었고, 관내 공공기관이나 회사, 단체 등에도 독려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또한 조류 충돌 저감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관악구도 관련 부처와 협력하여 저감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며, 예산 확보에 힘쓰고 있었다. 성동구도 올해 3월 몇몇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조류 충돌 저감 조치 시행을 독려한 바 있고, 올 하반기에는 국립생태원과 협업으로 직원과 시민을 대상으로 야생조류 인공 구조물 충돌 저감 교육과 활동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2024년 건축물·투명 방음벽 조류 충돌 방지 테이프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지원을 신청한 자치구도 관악구청 1곳에 불과했다. 다른 자치구는 지원 사업 자체를 몰랐거나 지원 규모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환경부의 지원사업 공모는 투명 유리창 조류 충돌을 저감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인공구조물로 인한 야생동물 피해를 방지하는 정책의 필요성을 알리고 민간의 자발적 확산을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민간의 참여를 독려할 필요가 있었으므로 아쉬운 일이다.
변하지 않는 사이, 죽어가는 야생조류들

▲태어난 지 약 2개월 된 멸종위기종 새호리기가 강남구의 한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 죽어있다. 2023년 8월 12일 관찰기록
ⓒ얌얌 at 네이처링
서울 자치구 곳곳에서 새 충돌 저감 조치 시행에 늑장을 부리는 사이, 건물 유리창에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수많은 조류가 충돌하는 사고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서울 강남구에서 멸종 위기인 새호리기가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 목숨을 잃었다.
네이처링에 기록된 데이터를 보면 천연기념물인 소쩍새(관악구)와 새매(서대문구)도 건물 유리창과 충돌해 죽었고, 칡부엉이(송파구)는 충돌 직후 얼마간 정신을 잃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2023년부터 올해 2월까지 멧비둘기, 참새나 까치를 포함해 밀화부리, 박새, 소쩍새, 직박구리, 멋쟁이새, 붉은머리오목눈이, 울새, 흰눈썹황금새, 노랑지빠귀, 오색딱따구리 등 약 56개 종의 새가 유리창에 충돌한 것이 기록되어 있다.
2023년부터 올해 2월까지 최근 1년 1개월간 시민들이 직접 기록한 서울 시내 유리창 새 충돌사고는 946건인데, 중복되어 기록된 충돌 흔적이나 종을 특정하기 어려운 개체의 기록을 제외해도 대략 383건이다. 그중 방음벽에 충돌하는 사고는 127건, 건물 유리창 충돌 사고는 143건이었으며 난간 등 기타 구조물에 충돌하는 사고는 113건이었다. 이 데이터는 새 충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고자 하는 이들이 서울 각지에서 발견한 새 충돌 사고를 자발적으로 '네이처링'에 기록한 것이므로, 실제 충돌 건수는 이보다 비교할 수 없이 많다.
법이 바뀌는 것은 쉬운 과정이 아니다. 조문 하나를 더 넣기 위해, 단어 하나를 넣기 위해 무던히 애쓴다. 시민들의 제안과 요구가 쌓여 국회에서 발의가 되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서 본회의를 통과한다. 그러나 적극 행정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조차도 무용해지기 마련이다.
지금도 유리벽 충돌로 죽어가는 수많은 새들이 더 이상 방치되지 않도록 서울시 자치구에
요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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