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상풍력시설.
윤성효
앞서 보았듯이 기후위기 피해자들은 주민들과 주민공동체다. 한국 정부는 기후피해 주민들에 대해 어떤 정책을 갖고 있을까? 요즘 수출 기업들에게 당장 필요한 재생에너지 100% (RE110) 확보가 현안이 되면서, 해상풍력과 태양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아울러 해상풍력과 태양광에 대한 현장 주민들의 '주민수용성'이 중요한 정책 현안이 되고 있다. 주민들의 수용과 신뢰 없이 재생에너지는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다는 것을 그동안 한국사회가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주민수용성 관련 정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을까?
가까운 사례를 한번 보자. 2020년 7월 이후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4기에 해당하는 해상풍력 발전 14.3기가와트의 대규모 개발 계획을 세웠다. 해상풍력의 큰 장이 선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의 성적표는 1%도 안 되는 125메가와트를 달성했을 뿐이다. 왜 이렇게 저조할까? 정부는 주로 어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왜 어민들이 반대를 하고 있을까?
한국전력 경제경영연구원 정은호 전(前) 원장은 한국 정부가 어민의 혜택보다 기존 풍력사업자들에 대한 우대 조건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5월 17일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WEC) 보고서는 '한국 해상풍력개발에서 어민과의 협의는 일관성이 없고, 결정도 부적합하고, 보상을 미루고, 보상효과도 미미해 어민들의 불신을 증가시켰다"라고 발표했다.
한국 정부가 추진해 온 해상풍력 정책에는 기후위기 피해자인 어민들을 위한 정책은 애당초 없었던 것이다. 정부의 무대책이 어민들의 불신을 키운 이유로 보인다.
이는 태양광도 마찬가지다. 정은호 전 원장은 한국 정부에 책임이 크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주민수용성을 해결하려면 첫째, 정부는 태양광이 기후위기 해결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홍보하여 주민들의 이해를 높이고 둘째, 특히 농촌 주민들이 태양광에서 경제적인 혜택을 얻을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 정부는 태양광에 대해 이해를 구하지 않고 있고, 농민들의 혜택에는 무관심하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주민수용성 정책은 지금 정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2030년이 되면 지금보다 3배의 재생에너지를 설치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를 믿을 수 있을까?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자. 지난 6월 21일 미국 정부는 '기후적응 계획 2024-2027' (2024-2027 Climate Adaptation Plan)을 발표했다. 이 계획을 통해 미국 정부는 향후 4년간 당면한 기후위기에서 기후회복력을 갖춘 나라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주민들에게 필요한 역량개발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미국 정부는 기후위기에 대응력을 갖춘 노동자, 주민, 지역공동체를 육성하고 데이터, 정보, 기술과 재정지원을 직접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2022년 8월에 결정된 미국의 기후대응법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1800억 달러(약 248조 원)의 재생에너지 지원 예산을 결정했는데, 그중 1/3인 600억 달러(약 83조 원)를 주민 공동체에 직접 지원한다. 아울러 인플레이션감축법의 지원을 받는 기업들은 정부지원 예산, 펀드 등의 40%를 주민공동체의 혜택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만이 아니다. 주요 국가들이 추진하는 기후정책들도 기후피해 주민들을 보호하고 기후회복력을 갖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기후정책 성공은 주민들의 참여와 지지로 결정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기후지옥에서 빠져나오려면 주민들의 신뢰와 지지가 핵심이다. 그러려면 정부는 기후피해 당사자인 농민, 어민, 주민들이 문제해결의 당사자가 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기후피해 지역 주민들이 기후회복력을 갖도록 제도와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것이 기후정책의 기본이고,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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