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미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날 토론에서 두 후보는 경제, 낙태, 불법 이민, 외교, 민주주의, 기후변화, 우크라이나·가자 전쟁 등 주제마다 격돌했다.
연합뉴스
미 상원의원 평균 나이는 65세로 미 의회 약 4분의 1이 70세 이상의 의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 유권자들에게 고령의 정치인은 상수다. 그의 덕을 보고 있는 단단한 지지층이 있어, 노령 정치인을 정치 무대에서 밀어내지 못하게 만든다.
공화당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은 작년 공식 석상에서 얼어붙는 모습이 여러 번 포착됐다. 답변을 기다리는 기자들 속에 멍하니 서 있다가 측근들의 도움으로 정신을 차리는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잡힌 것. 그의 나이는 현재 82세.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언론에선 누가 봐도 불편해 보이는 그의 건강을 지적했고 결국 그는 올해 말 원내대표 자리를 물러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그 계획이 실천될지는 지켜볼 문제지만.
1992년부터 캘리포니아 지역 상원의원이었던 다이앤 파인스타인. 그는 작년 중요한 상원 표결에 연거푸 참가하지 않았다. 한 표가 아쉬운 민주당에선 그의 부재가 치명적이었다. 1933년 생으로 정신 건강에 심각한 우려가 있었던 그는 9월 29일 사망 소식을 전한다. 기억 상실을 포함한 인지 기능 저하의 명백한 징후가 있었음에도 90세 생일이 석 달 지난 2023년 사망 때까지 그는 상원의원직에 매달렸다.
여성 최초 미 연방 하원의장이었던 낸시 펠로시도 40년생 84세이다. 몇 주 전 뉴욕 브롱크스에서 직접 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목소리도 체구도 4년 전보다 많이 왜소해졌다. 그는 바이든보다 한 살 많은 41년생이다.
7월 4일 자 미국 인터넷신문 <복스(Vox)>는 노령의 정치인들이 미 정가를 움직이고 있는 사실을 '미국 민주주의 퇴행의 징후'라고 말한다. 정치인들은 대표성을 가져야 하는데, 젊은이들이 과소 대표되는 상황이 변화하는 세계에 적응 못 하는 정부의 모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영화 <패터슨>의 배경 지역인 뉴저지 패터슨 지역의 현 하원의원은 민주당 빌 파스크렐, 1937년 1월 생으로 올해 87세다. 1997년부터 시작된 하원의원 이력은 지난달 민주당 경선을 통과해서 올 11월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몇 년 전 파스크렐에 대항하는 젊고 진보적인 민주당 후보로 바꾸자는 교체 운동이 펼쳐졌다.
지역의 의식 있는 중·고등학생들을 포함해 젊은 층이 주축이 된 자원봉사그룹이 그를 대신할 후보를 내세우기 위해 대대적인 운동을 펼쳤다. 하지만 그는 건재했고 젊은이들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27년째 굳건히 이어온 하원의석과 동시에 파스크렐의 지역구는 뉴저지 내에서도 높은 범죄율과 빈곤율의 도시라는 오명도 함께 한다.
<복스>는 교체되지 않는 정치의 원인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바로 1) 양극화와 2) 게리맨더링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으로 양극화·양분화된 미국인들은 후보의 자질이나 능력보다 점점 지지 정당에 투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당파적인 게리맨더링으로 경쟁적인 선거는 점점 더 어렵게 됐다. 이 문제로 악명 높은 매사추세츠주의 경우, 2022년 미 하원 선거에서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현직 의원들이 그대로 직을 이어받았다.
이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전문가들은 선거를 보다 공정하고 경쟁력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러모로 유리할 수밖에 없는 현직의 당선 보장을 제한하기 위해 1) 의원들의 당파적 게리맨더링 제한 2) 더 저렴하게 선거 출마를 하게 하고 3) 돈 많은 기부자들의 영향력을 줄이며 4) 유권자 누구나 쉽게 투표할 수 있게 투표권 접근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
이런 제한 없이 시행되고 있는 현 미국의 투표 제도는 2009년 바이든이 부통령이 되어 그 직을 버려야 하기까지 무려 36년 동안 상원의원 타이틀을 보유할 수 있는 기현상을 낳았다. 젊고 유능한 다음 세대가 그 능력을 펼쳐 보일 기회가 그 기간 동안 철저히 박탈당한 채 말이다. 그 결과는 지금 펼쳐지는 대혼돈의 미국 대선이다.
가족, 측근, 그리고 당 주류에 대한 분노
"만약 전능하신 주님이 내려와 '조, 레이스에서 물러나거라' 한다면 나는 물러날 것입니다... 하지만 주님은 내려오지 않으실 겁니다."
지난 5일 ABC와의 인터뷰는 바이든에겐 한 주 전 토론만큼이나 중요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더 많은 이들이 바이든 변명과 잘못된 확신이 담긴 인터뷰를 보며 그에 대한 애정이 싸늘해짐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바이든의 사퇴를 촉구하는 사람들 누구도 바이든이 좋은 사람이라는 얘기는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 전제마저 달라지고 있다.
바이든은 여론조사 결과를 믿지 않고 인지 테스트를 받을 계획이 없다. 그 오만과 오류의 바탕에는 아내와 아들, 가족, 측근들이 있다는 의심이 있고, 그 의심은 분노가 되어가고 있다.
시간은 민주당의 편이 아니다. 그럼에도 주류 민주당 내 긴장은 유권자들의 불안감보다 옅어 보인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더 불안하다. 11월 선거까지 하루하루가 시한폭탄 같은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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