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준표 대구시장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연합뉴스/유성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했다. 그러자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6월 26일 한 전 비대위원장을 겨냥해서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상한 애'가 당선되면 윤석열 정권은 파탄이 올 것"이라고 비난했다고 한다. 현직 시장이 여당의 전직 비대위원장을 '애'라고 지칭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일이다.
그리고 이상한 걸로 따지면, 홍준표 시장도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국민세금을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서 그렇다는 얘기다. 물론 그와 관련해서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도 이상한 점이 여럿이다. 그런 점에서 홍준표 시장과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닮았다.
홍준표의 공개 고백, 나중에 말 바꿔
홍준표 시장은 과거에 '특수활동비를 생활비로 썼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 때문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었다.
홍 시장은 2015년 5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008년 여당 원내대표를 할 때 매달 국회 대책비로 받은 4~5천만원 중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주곤 해서 그 돈들을 모아 집사람 비자금으로 만들어 대여금고에 3억 가량을 가지고 있었다'는 글을 썼다. 이 글은 자신에 대한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쓴 것이었는데, 이 글의 내용이 오히려 더 큰 파장을 낳았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경남 지사 시절인 2015년 5월 11일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 홍준표 후보 페이스북
홍준표 시장이 당시에 언급한 '국회 대책비'란 특수활동비를 의미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특수활동에 써야 하는 국민세금을 생활비로 썼다고 자백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 후 홍 시장은 이를 비판하는 언론을 향해서도 "내 활동비 중에서 남은 돈은 내 집에 생활비로 줄 수 있다"라고 우겼다.
한마디로 너무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특수활동비는 그 용도가 엄격하게 제한된 돈이다. 그래서 전직 국정원장 3명이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건으로 실형을 살기도 했다. 그런데 여당 원내대표를 지낸 정치인이 '특수활동비를 생활비로 썼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것이다.
그러다가 나중에 홍준표 시장은 말을 바꿨다. '급여로 대던 국회의원들과 기자들 식사비용 등을 원내활동비로 대체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급여에서 쓰지 않아도 되는 그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주었다는 것이지 국회 특수활동비를 유용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을 바꾼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해명으로 논란이 말끔하게 해소될 수는 없는 일이다.
특수활동비 자료, 1~2개월에 한번 폐기해도 문제없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도 특수활동비와 관련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그 논란은 아직도 해소되지 않았다.
시민단체들과 뉴스타파가 검찰 특수활동비 정보공개소송에서 승소한 후에 자료를 수령해 보니 2017년 4월 이전의 대검찰청 특수활동비 자료가 무단 폐기되고 없었다. 다른 많은 지방검찰청, 고등검찰청 자료도 2017년 상반기 무렵까지 무단 폐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래서 작년 7~8월 국회의원들이 이 문제에 대해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게 질의를 하자 그는 "2개월마다 자료를 폐기하는 게 오히려 원칙", "그 당시 상황에서 교육할 때 월별로 폐기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그게 뭐가 문제냐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국민세금을 써놓고 관련 자료를 무단폐기한 것이 아무 문제가 없는 일인가? 거기다 불법폐기를 하라는 교육자료까지 있었다면 조직적인 범죄를 저지르도록 교육까지 했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도 법무부 장관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답변한 것은 심각한 일이다.
자료 불법폐기는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야 하는 범죄행위이다. 그런데 법무부장관이 범죄를 비호한 것이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 명절을 앞두고 2억 5천만 원의 떡값을 돌린 것과 관련된 국회의원의 질의에 대해서도 '뉴스타파 뇌피셜'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네 차례의 명절을 앞두고 2억 5천여만 원의 검찰 특수활동비가 명절 떡값으로 지급된 것은 명백한 팩트다. 그런데도 한동훈 장관은 검찰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의혹의 실체를 밝히기 보다는 이를 덮는 데 급급한 태도를 보여왔다.
이처럼 홍준표와 한동훈, 두 정치인은 지금 서로 대립각을 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국민세금인 특수활동비와 관련해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태들을 해 왔다는 점에서는 닮았다.
정보공개 안 하는 점도 닮았다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6월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남소연
홍준표, 한동훈 두 정치인의 닮은 점은 또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예산사용과 관련된 정보공개를 거부해서 소송을 제기당했다. 대구경북 지역 독립언론인 '뉴스민'이 홍준표 시장의 관사비용 등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이를 거부했던 것이다. 여기에 대해 지난해 12월 13일 대구지방법원은 정보공개 거부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도 법무부 장관 시절에 자신이 사용한 해외출장비, 업무추진비와 관련된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필자가 원고가 되어 제기한 소송에서 1심에서 모두 승소 판결을 받았다.
국민세금을 제대로 쓰고, 자료를 잘 보존하고, 정보공개를 잘 하는 것은 공직자로서의 기본이다. 그런 점에서 홍준표 시장과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모두 낙제점이다. 이런 문제적 정치인들이 서로 대립하면서 공격하는 모습이 참으로 씁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