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가 지난 5월 23일 뉴욕 브롱크스 자치구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이는 현실성이 전혀 없는 주장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해 온 트럼프가 그의 임기 4년을 기존 비확산체제를 스스로 무너뜨리며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할 이유가 없다. 그로 인해 얻을 정치적, 전략적 이득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바이든 정부의 대부분 정책을 거부하거나 폐기할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 선언' 역시 폐기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은 복잡하고 긴 과정을 필요로 한다.
양국 정부의 협상 개시부터 시작해, 초안 작성, 국내외 검토, 미국 정부 내 광범위한 검토, 대통령 승인, 의회 심사, 그리고 최종적으로 한국 국회의 비준까지 많은 절차가 필요하다. 이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어도 최소 1~2년이 소요된다. 트럼프가 그의 재집권 초기 2년을 이처럼 큰 정치적 업적으로 평가받기 어려운 일에 투자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더군다나 미국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약 25개국 및 국제기구와 유사한 원자력협정을 맺고 있다. 유럽원자력공동체, 일본, 캐나다, 호주, 인도 등이 모두 이에 포함된다. 물론 각 협정들의 세부사항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핵심 목표는 공통적으로 핵비확산체제 유지에 있다. 따라서 미국이 한국만을 위해 이 광범위한 양자 및 다자 원자력협정 체계를 훼손할 이유가 전혀 없다.
나아가 국제 비확산체제의 견고함도 간과할 수 없다. NPT에는 현재 191개국이 가입해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을 얘기하지만 이들 국가는 NPT에 가입조차 한 적이 없다. 북한이 NPT 탈퇴 선언 이후 지금까지도 혹독한 국제 제재에 시달리는 이유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미국이라고 해도 한국에만 예외를 적용해 줄 수는 없다.
원자력 원료 공급 체계 역시 소수의 국가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 주요 우라늄 생산국인 카자흐스탄, 캐나다, 호주, 나미비아, 니제르, 그리고 농축 서비스를 제공하는 러시아, 프랑스, 중국, 미국, 영국, 네덜란드, 독일 등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 하에 원료를 공급하며, 핵무기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의 공급은 극도로 제한한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일본, 대만 등 주변국의 핵 개발 도미노 현상을 촉발할 수 있다.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한다면 이런 핵 도미노 효과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이런 모든 제약을 무시하고 한국에만 핵무장을 허용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실질적 이득은 거의 없다. 오히려 동북아 전체의 핵 균형을 무너뜨리고 미국의 글로벌 비확산 정책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다.
안보포퓰리즘 경계해야
한국의 핵 딜레마는 단순한 해법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최근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 강화, 그리고 미국 대선으로 인한 정책 변화 가능성은 상황을 더욱 불확실하게 만든다. 여기에 국가의 안보와 자존심 문제가 얽혀 감정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핵무장이라는 단순한 해결책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그것이 '희망적 사고'에 근거해 있더라도 자연스러울 수 있다. 핵무장이 복잡한 안보 관련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줄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 리더란 사람들이 대중의 불안과 공포를 자극해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는 안보 포퓰리즘은 오히려 안보에 더 해롭다. 핵무장하겠다고 동네방네 떠드는 것은 오히려 실질적인 핵무장으로의 진전을 방해할 뿐이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겠으나, 핵무장을 주창하는 이들을 경계하는 것이 오히려 핵 능력 확보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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