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재판 끝에 삼양식품을 비롯한 모든 기업이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
한겨레
하지만 그 사이 삼양식품은 거의 문을 닫을 뻔했다. 1천 여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나야 했고, 1980년대 말부터 삼양식품과 업계 1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 다투던 농심에 오랫동안 1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박헌재 전 익산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잘못 판단한 사안이고, 삼양라면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을 알리려고 상공회의소 차원에서 애를 많이 썼다"고 기억했다.
"이대로 놔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중앙정부에 건의도 하고, 전국 상공회의소들에도 공문을 보내 삼양식품의 억울함을 풀어주려고 했다."
그런 지역사회의 노력에도 익산공장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멀리 원주공장으로 파견을 가야했다. 다행히 익산공장에서 어렵게 개발한 쌀라면이 인기를 얻으면서 떠났던 직원들을 다시 불러들일 수 있었다. 전영일 전 익산공장장은 "익산공장은 삼양식품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도약한 원동력"이었다고 했다.
익산하면 떠오르는 먹을거리 '삼양라면'
전중윤 전 회장은 2014년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익산과 삼양라면은 지금도 끈끈하다. '불닭볶음면'을 개발한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도 창업자의 뜻을 잊지 않고 있다('삼양식품그룹'은 지난해 삼양라면 출시 60주년을 맞아 그룹 이름을 '삼양라운드스퀘어'로 바꿨다). 전영일 전 공장장은 "전중윤 전 회장의 며느리인 김정수 대표는 익산공장에 부임하는 공장장들에게 '선대들이 익산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아꼈다. 공장운영뿐만 아니라 익산시민, 지역사회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각별히 당부한다"고 했다(<익산열린신문>(2021.9.17)).
익산공장에선 지금도 260여 명의 임직원이 월 200여 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 2021년 기준으로 삼양식품 전체매출의 약 30%에 달하는 규모다. 또 익산은 다른 지역에 견줘 삼양라면 소비량이 전국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높은 도시다.
노랗고 자잘한 기름기로 덮인 국물에 곱슬곱슬한 면발이 담겨 있었는데, 그 가운데 깨어넣은 생계란이 또 예사 아닌 영양과 품위를 보증하였다... 철은 갑작스레 살아나는 식욕으로, 그러나 아주 공손하게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그때의 주관적인 느낌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맛난 음식을 먹고 있는 듯했다. (이문열의 <변경> 중)
그래서다. 누군가 내게 익산하면 떠오르는 먹거리가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앞으로 '삼양라면'이라고 말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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