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시청을 향해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이들은 ‘발달장애인 건강생명권 보장, 발달장애인 사회적참사 진상조사위 구성, 발달장애인 행정전수조사 실시, 사회적 고립에 처한 발달장애인 가정 구출, 사각지대 없는 지원체계 구축 등을 촉구하며, 지난 5월말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 15개 광역시도를 순회하며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권우성
이날 오체투지 행진에 나섰던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대치하며 협상을 요구한 결과, 서울시는 3번이나 삭감되었던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인건비 전액을 다시 살리기로 했습니다.
이미 아스팔트 위를 기어 오느라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부모들은 협상 결과에 기뻐해야 했지만 마냥 기뻐할 수도 없었습니다. 왜 우리는 이렇게까지 해야만 할까요. 수 백명이 모여 오체투지를 해야만 바뀌는 현실이 참담하고 슬펐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발달장애 관련 예산은 은근슬쩍 사라지고, 슬그머니 사라지고, 대놓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부모들은 오체투지 행진을 마무리하면서 현수막을 들었습니다. 현수막엔 "엄마가 목숨 걸고 지켜줄게"라고 적혀 있었어요. 사뭇 비장하기까지 한 그 말에, 아들(자폐성 장애)의 엄마로서 공감했습니다.
이날 오체투지에 나선 부모들의 나이는 50대와 60대가 주를 이뤘습니다. 70대와 40대가 뒤를 이었고요. 이게 무슨 뜻이냐면 학령기 부모들의 참여가 갈수록 줄고 있다는 뜻입니다.
정책투쟁으로 특수교육법과 발달장애인법을 일궈냈던 부모들은 이제 나이가 들어가고 있어요. 학령기 부모들이 뒤를 잇지 않으면 멀지 않은 미래의 언젠가 발달장애 관련 예산이 은근슬쩍 사라지고, 슬그머니 사라지고, 대놓고 사라질 때 그것을 알아차리고 감시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단이 아무것도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자녀가 발달장애인이라면 학령기일 때부터 관련 정책에 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며, 자녀가 발달장애인이 아니라면 오체투지 행진 옆을 지날 때 "XX것들 XX한다"라며 욕이라도 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날 부모들은 발달장애인평생교육 인건비 예산 분리 책정 외에도 자녀의 생존을 위한 8가지 정책 요구를 했습니다. 심심해서 그러는 게 아닙니다. 부모 사후 혼자 남게 될 자녀의 생존을 위해서 엎드립니다.
하지만 더는 엎드리지 않고도 관련 정책과 예산이 무리 없이 자리잡을 수 있길 바라봅니다. '약자와의 동행'을 기치로 내건 만큼 그 말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시장님과 서울시가 되길 바라봅니다.
류승연 작가 scaletque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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