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에서 제1야당인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가 총선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때 유행했던 대륙 극우의 EU 탈퇴론을 잠재운 결정타는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다. 브렉시트는 보수당에 시장이란 과제를 주었고 노동당에는 애국주의란 과제를 던졌다.
영국의 보수는 역사적으로 전통과 공동체를 중시하는 복고적 사회상과 개인과 시장을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 사회상을 가지고 있다. 마거릿 대처 총리 이후 신자유주의 기조를 유지했으나 브렉시트는 그에 대한 사회적 회의감의 표시였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중심축을 자국 정체성 중시로 옮기는가 싶더니 '파티 게이트'로 물러났다. 이후 시장주의자 리즈 트러스 총리는 다시 신자유주의를 극단으로 밀어붙이려 하다 혹독한 비판 속에 한 달여 만에 사임했다.
현 리시 수낵 총리는 온건 시장주의자로 무난하지만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불법 이주자를 제3국으로 보내는 르완다 계획은 유럽인권재판소(ECHR)와 영국 대법원이 불법으로 판결했다. 이후, 논란이 되었던 부분을 수정해 통과시켰으나 실행을 총선 이후로 미룬 상태다. 청소년 흡연 금지나 영국 청년의 군복무 의무화안은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자 발급 수에 제한을 두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브렉시트가 노동당에 던진 숙제는 애국주의다. 전통적으로 노동자 계층을 대표하는 노동당은 국가보다는 계층, 사회 불평등에 초점을 맞추고 사고한다. 몇 년간의 내부 논쟁 끝에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애국주의를 수용했다.
지난주 발표한 노동당의 총선 공약을 보면 애국주의 색채가 배어 있다. 보수당의 르완다 계획을 철폐하겠다면서 대신 국경 수비대를 강화하고 불법이주 알선 범죄 집단을 막겠다고 했다. 영국 노동자 직업 훈련 과정을 필수로 함으로써 섣부른 해외 고용을 막아 이주민 수를 감소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기후변화 대처에 있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에너지 공기업(Great British Energy)을 세우는 안도 제시했다.
노동당이 20% 앞선 상황에서 지난 3일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가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보수당의 EU 회의론 측과 같이 브렉시트를 이끈 인물이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후 영국 정치인 가운데 처음으로 만날 만큼 정치적 교감이 있다. 패라지는 유입 인구와 유출 인구의 차이를 0으로 만들겠다며 이민자 논의 축을 한 번 더 오른쪽으로 당겼다.
패라지의 재등장은 파급력이 있었다. 지난 13일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의 조사에 따르면, 영국개혁당의 지지도(19%)가 보수당(18%)을 1%포인트 앞섰다. 노동당은 37%로 멀찌감치 앞서있고 보수당을 앞선 영국개혁당의 지지도는 오차범위 내라 오래된 양당 구조에 변화를 주지는 않겠지만 노동의 이동 제한 논의를 어느 선까지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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