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뚱뚱이 홀쭉이 논산훈련소에 가다>의 포스터
한국영상자료원
1959년 2월 6일 개봉된 <
뚱뚱이 홀쭉이 논산훈련소에 가다>는 남북관계나 정치문제와는 전혀 무관한 작품이다. 이 시기 최고의 코미디언 콤비인 양석천·양훈과 배우 김승호·김진규·윤일봉 등이 출연한 이 작품은 엎치락뒤치락하는 몸개그와 각종 공연 장면이 어우러진 영화다.
그런데 주제와 전혀 무관한 엉뚱한 대사가 작품 중간에 툭 튀어나온다. 위 논문에 소개된 내용이다.
"에~, 세계 정세로 보아 바야흐로 공산 침략이 날로 심하여가는 이때,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더욱더 일치단결하야 세계의 평화를 좀먹는 공산도배를 분쇄하기 위해 일(日)로 매진하지 않으면 아니 되는 것입니다. 더욱이 육이오사변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이에 가일층 힘을 기울이는 마당에 우리 동(洞)에서도 홀쭉이와 뚱뚱이 두 장정을 입대시킬 영광을 갖게 되었다는 것은 정말로 축하해야 할 일인 것입니다."
코미디 영화를 만들어야 자금 지원도 받고 정권의 호의를 받을 수 있었다. 이런 흐름을 타고 메이저급 영화사인 한국연예주식회사를 경영한 영화인이 있다. 정치깡패 임화수다.
2017년 <한국극예술연구> 제55집에 실린 유인경의 '1950년대 한국연예주식회사의 설립과 활동 연구'는 <한국악극사>를 저술한 박노홍의 회고록을 근거로 "한국연예주식회사는 대중의 위안·오락을 목적으로 한 공연·영화를 제작하고 배급·유통을 담당하고 극장까지 구비한 대형 연예기획사 겸 제작사로서, 운영자는 이승만 정권과 유착되어 연예·영화 분야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임화수 사장이었다"고 설명한다.
경찰이 검찰을 압도하고 군대에도 밀리지 않던 시절이다. 이런 시절에 경찰과 어깨를 나란히 한 집단이 정치깡패들이다. '깡패의 전성기', '코미디 영화의 전성기'라는 두 흐름을 접목해 임화수가 한국연예를 설립하고 "대중의 위안·오락을 목적으로 한 공연·영화"를 쏟아냈던 것이다. <뚱뚱이 홀쭉이 논산훈련소 가다>도 임화수 회사 작품이다. 위 김청강 논문은 임화수 영화의 특징을 "현대적이고 화려하고 쇼와 개그맨의 몸 연기 위주인 화려한 영화"로 요약했다.
이승만 정권은 일제 치하에서 갓 벗어나 한국전쟁을 겪고 자신의 장기집권하에 노출된 한국인들이 현실 분석적인 영화에 빠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는 국민들이 재미있고 웃기는 영화에 탐낙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이 시기의 극장 간판들만 보면, 한국인들은 사랑에 빠져 있거나 아니면 즐겁게 노래하거나 익살맞은 표정을 짓는 국민들이었다. 이것이 제1공화국 극장가에서 형상화되는 대한민국의 이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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