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경남본부가 2022년 5월 18일 창원에서 "돌봄 국가책임, 공공성 강화, 돌봄노동자 고용안정 적정임금 보장 촉구” 관련 활동을 벌이는 모습.
윤성효
한국 사회는 비뚤어져 있습니다. 이는 경제 수준이나 사회의 발전 정도와도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버티지를 못하게 만듭니다. '네가 못한 것은 오직 네 탓'이라는 마인드가 사회에 팽배합니다. 도와줘야 할 상황에서 '민폐'라고 욕을 하고,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 죽비를 내리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알빠노'(내가 알 바 아니야)', '누칼협'(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 같은 말이 온라인에서 유행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닐 겁니다. 현시대를 상징하는 적확한 말이기 때문이겠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도래한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각자도생'을 일종의 생존 모델로 채택한 이후 '한국'이라는 공동체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 갔는지 모릅니다. 지금 이곳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이들조차 아프거나 경제적으로 무너지면 어디선가 도와줄 거라는 믿음이 없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돌보지 않는 세상이다 보니 불안이 심화됩니다. '내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 역시 온전히 내 책임이 될 뿐이니, 리스크가 큰 행위가 됩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돌봄의 절차나 항목은 늘어나는데, 돌봄을 공공화·사회화하는 시스템도 온전히 갖춰지지 못한 상태이다 보니 개인의 부담만 커지는 것이죠.
저출생을 이야기하기 전에, 지금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누군가의 돌봄을 받으며, 또 누군가를 돌보기도 하며 단단한 토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인지 살펴야 하지 않을까요? 상호부조와 연대의 가치가 상실된 사회에서는 약자들부터 힘들어집니다. 여성과 아이가 살기 어려워지니, 출산을 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될 수밖에요.
얼마 전에 영국 런던,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스페인 바르셀로나, 프랑스 파리를 다녀왔습니다. 공통적으로 느꼈던 것은 어딜 가나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아이들과 반려견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이 시끄럽거나 작은 소란을 피워도 특별히 통제하지 않았고, 반려견들도 대중교통을 타거나 가게 등에 자유롭게 드나들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었습니다. 그것이 저는 한 사회가 약한 존재들을 돌보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면 한국은 어떻습니까. 그렇게나 아이가 절실하다고 외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정작 아이가 공공장소에서 울거나 떠들면 정색하고 부모와 아이를 욕합니다. 카페나 식당에서도 '노키즈존'을 만들어 입장을 막습니다. 이런 행위를 당연시하는 사회에서 무슨 공동체에 대한 믿음이 생기겠습니까. '더불어'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자괴감만 늘 뿐입니다. 그렇다고 제도적 돌봄을 보장해야 하는 정부가 믿음직스럽지도 않습니다.
2017년 낙태죄 폐지 이전에 '임신중단 합법화' 시위에서 피켓에 적힌 한마디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니들이 별짓 다 해봐라, 내가 애 낳나 진짬뽕 사 먹지." 광고 패러디 문구였던 이 말이 '시대정신'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차라리 진짬뽕이라도 잘 먹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일단은 아프지 않고, 버텨서, 살아남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새로운 아이의 탄생은 점점 줄어들고, 사람들의 얼굴에선 생기가 사라지는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꿈꿀 수 있을까요. 저출생 시대, 정훈님의 최근 고민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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