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템스강의 우버보트 노선도. 23개의 선착장과 선착장과 연결된 대중교통 수단을 표시하고 있다.
우버보트
반면, 서울은 수상 교통수단을 운행한 경험이 부족하다. 2007년, 오세훈 시장이 야심차게 도입했던 한강 수상택시는 2022년 총이용객이 1400여 명에 그칠 정도로 처절하게 실패했다. 지자체가 수상 교통수단을 운영해 본 경험도, 시민이 이용해 본 경험도 적다.
한강 둔치 공원의 존재로 인해 선착장과 지하철역의 거리가 멀 수밖에 없고, 넓은 강폭을 자랑하는 만큼 선착장이 남북으로 많아질 수록 운항 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한강은 1년에 보름 가까이 결빙 현상이 일어난다. 애초에 1년 365일을 모두 운항한다고 가정한 서울시의 비용추계서가 허황된 이유다. 결국 리버버스 이용객이 서울시의 계획처럼 순탄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한강 리버버스의 장점도 있다. 서울시는 편도 3000원이라는 저렴한 요금을 내세워 리버버스의 대중교통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장점은 반대로 수익성 약화라는 단점을 안게 된다. 서울시의 계획대로 리버버스가 1년에 235만 명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으로 성장하더라도, 운항 요금으로 인한 수익금은 70억 원에 불과하다. 리버버스 운영 비용이 계획상으로만 쳐도 매년 150억 원이 넘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택도 없는 금액이다.
물론 서울시도 이를 고려해 운항 요금보다 선내 광고나 선착장 편의 시설 수입 등 부대사업으로 운영료를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서울시의 청사진대로 되더라도, 2029년까지 매년 10억 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한다. 그리고 조례에 따라 민간사업자의 적자는 서울시 재정으로 메워야 한다. 서울시는 2028년까지 44억 원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만약 이용객 수가 계획대로 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상황이다.

▲리버버스 운영조례안 비용추계서와 재정수지분석 비교
(2024년 5월 1일 서울시의회 송재혁 의원이 발표한 보도자료 인용)
송재혁
더 큰 문제는 서울시가 이리저리 숫자를 주물럭거리면서 비판을 회피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1일
서울시의회 송재혁 의원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적자투성이' 비용추계서에 대한 논란이 일자, 서울시는 2027년부터 흑자 전환이 될 것이라는 오세훈 시장의 발언에 맞추어 갑작스럽게 비용 산정 기준을 바꾸기 시작했다. 선박 내용연수를 15년에서 30년으로 늘리는가 하면, 보험료나 선박수리비 역시 큰 폭으로 축소했다. 탑승객의 안전과 직결된 비용이라도 일단 줄이고 보자는 식의 태도다.
황당한 것은 가장 기본이 되는 선박 가격 역시 발표할 때마다 이리저리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 사업을 발표한 23년 4월에는 20억 원가량이라던 선박 가격이 10월의 비용 추계서에서는 50억 원으로 책정되었다가, 24년 2월 기자간담회에서는 43억 원, 3월의 재정수지 분석 자료에서는 36억 원 등으로 이리저리 날뛰다가,
4월 선박 착공식에서야 44억 1백만 원이라는 계약 금액이 정확하게 발표되었다. 총 10척을 도입할 예정이고, 서울시 재정이 직접 들어가는
선착장 조성 예산이 208억 원이니 가장 기본적인 선착장과 선박을 갖추는 것에만 650억 원 가까운 비용이 드는 셈이다.
오세훈 시장, 서울시민들의 진짜 요구를 들어라
▲서울시가 발간한 [2023년 데이터에 담긴 서울교통]에 실린 서울시민 일 평균 대중교통 이용 건수
서울특별시
막대한 예산 낭비라는 비판에 대해 오 시장은 한강 리버버스는 공공이 이용하게 될 대중교통 수단이기 때문에
초기에 적자가 발생해도 감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설령 서울시의 발표대로 2029년에 리버버스 이용객이 하루 6500명, 연 평균 235만 명으로 늘어난다 하더라도, 서울의 버스와 지하철 이용자만 매일 1000만명에 달한다는 것에 비추어본다면 리버버스의 교통 분담률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오히려 리버버스 10척(440억 원)의 금액이 시내버스 200대(저상버스 1대 당 2억 2천만원 )에 맞먹는 가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오 시장의 욕심으로 일평균 10만 명이 탑승할 교통수단 대신 6500명 짜리 배를 선택한 것이나 다름 없다. 오 시장이 교통공공성을 운운하는 것이 우스운 이유다.
정작 매일 출퇴근 전쟁에 내몰리는 평범한 서울시민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한강변 아파트' 사는 사람들이나 탈 만할 리버버스 말고, 우리 동네를 지나는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를 증차하고, 배차 간격 단축하며, 털털거리는 노후 차량을 교체하는 것이다.
오 시장이 언제쯤 그 사실을 깨닫게 될지 모르겠다. 아니, 역시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것 아닐까.
* 아무리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한강 리버버스 사업의 또다른 특이한 지점은 운영 주체로 '서울교통공사'도 아닌 '서울주택도시공사'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급증하는 현 시기에, 주거약자를 위한 주거복지 확충에 힘써야 할 SH공사가 예비비 수백억 원을 끌어 쓰면서 리버버스 사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지난 3월 13일 열린 <SH공사 공공성 위기 긴급토론회> 영상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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