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6~10일, 시진핑 주석은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유럽을 방문했다. 위 사진은 6일 파리에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왼쪽)과 유럽 집행위원장 폰 데어 라이엔(오른쪽)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그렇다면, 외교정책과 국제정치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국제정치학이 20세기 초반 세계대전과 함께 본격적으로 발전했다면, 외교정책학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학문적으로 정립되기 시작했다. 국제정치학은 주로 전쟁과 같은 현상을 분석하면서 국가 위에는 어떠한 정부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국제사회의 무정부성'(international anarchy)을 전제로, 국가를 '단일하고, 합리적인 행위자'로 가정하는 경향이 강했다. 반면, 외교정책학은 국가 내부적으로 특정 외교정책을 결정하는 개인의 역할과 그 국가의 정부 및 정치체제의 형태 등에 집중했다.
외교정책 이론은 국가 내부의 다양한 행위자들이 특정 사안들 두고 거래하는 과정 또는 국가를 구성하는 다양한 행정부처들의 내부적 관행과 절차 등을 중요한 변수로 간주했다. 국제정치학이 국가를 하나의 단일한 행위자로 인식하고 주로 '합리성'에 집중했다면, 외교정책 이론은 국가 내부의 다양한 행위자들을 상정하고 이들의 '비합리성'을 분석하는데 용이했다.
이러한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외교정책과 국제정치는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외교정책이 국가 행동의 미시적인 측면이라면, 국제정치는 국가의 외교정책과 그 밖의 미시적인 행동이 모여서 만들어 내는 거시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근욱, 2007). 즉, 외교정책과 국제정치는 분석 대상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특정 국가의 특정 외교정책에 대한 분석은 이 두 가지 맥락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미국 정치학자 로버트 퍼트넘(R. Putnam)의 '양면게임이론'(2017)은 향후 한국 외교를 분석하는데 흥미로운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이 이론은 소위 세계화, 민주화, 정보화와 같은 외교정책 환경의 변화를 잘 반영한다. 과거 외교정책은 특정 국가 또는 정부가 상대 국가 또는 정부와 맺는 외교적 관계만을 고려했다. 그러나 양면게임이론은 선거라는 제도화된 민주화 등의 영향으로 인해 시민사회의 중요성이 증가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특정 외교정책은 정부 간 협상도 있지만, 그 협상 후 선거로 선출된 의회와 시민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정부간 협상의 차원(1 Level)과 자국 및 상대 국가의 시민사회와의 관계 차원(2 Level)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지금까지 다소 재미없는 이론적인 이야기를 했다. 이제 이 같은 이론을 토대로 향후 22대 국회가 한국 외교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한국 내부 차원(2 Level)이다. 간략하게 표현하면, '외교의 실종'을 경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외교는 사실상 대통령의 역할이 가장 크다. 대통령을 필두로 한 행정부가 외교의 방향을 정하면 이를 두고 야당과 시민사회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서로 협상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특검 정국을 앞두고 대통령실로 대변되는 행정부는 검찰이라는 방패로 수비에 전념할 태세다. 이외에는 어떠한 국정운영 방향도 보이지 않는다. 반면,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입법부는 '채상병 특검'을 시작으로 192석이라는 민의를 등에 업고 공격에 나설 게 자명하다. 이 상황에서 레거시 미디어는 물론 유튜브 등을 포함한 모든 언론은 이 전쟁을 취재하는 데 열을 올릴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대다수 시민들의 관심 또한 여기에 쏠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교 사안은 '중요하지 않은' 이슈로 치부될 위험이 크다.

▲지난 5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 재의결 건이 부결되자,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유성호
덧붙여, 외교 사안을 다루는 외교부, 통일부와 같은 관료 집단은 눈치 보기에 들어갈 것이다. 이는 관료사회가 가진 특징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제시하기보다는 하달된 명령을 따르고 잘 관리하는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통령이 여러 특검으로 인해 탄핵의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이라면, 이 같은 관료집단은 지금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에 따라 국가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지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보다 숨을 고르며 향후 정국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집중할 것이다. 특히, 장·차관과 같은 관료 집단의 리더들일수록 향후 자신의 자리를 고려해 더욱 몸을 사릴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로, 정부간 협상 차원(1 Level)이다. 퍼트넘에 따르면, 이 정부 간 협상 차원을 '윈셋'(winset) 개념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그보다는 쉽게 우리 정부의 협상 파트너가 될 상대의 입장에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이 차원에서는 부정적인 측면과 긍정적인 측면이 모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전자의 경우, 대통령이 특검 등으로 궁지에 몰리는 상황에선 상대 국가는 FTA와 같이 국회 비준이 필요한 중요한 외교 사안을 협의하려고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한국 정부와 어렵게 협상을 통해 결론을 도출해도 국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국회 비준을 얻기가 매우 어렵다는 판단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회 비준 여부와 상관없이 한국 정부는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반대로 후자의 경우는 오히려 협상에서 특검 정국을 협상의 전략적 카드로 활용하는 것을 상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약 특정 국가와 협상을 해야 한다면, 우리 정부는 이를 역이용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미국과의 방위비 분담 협상을 생각해 보자. 기본적으로 미국은 한국 정부로부터 많은 비용을 이끌어내려 할 것이고, 한국은 그 상승폭을 최소화하려 할 것이다. 이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협상대표단은 오히려 불리한 국내정치적 상황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협상 전략 차원에서 미국 측에 현재 한국 행정부가 처한 정치적 상황을 밝히며, 방위비 분담금을 높이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이러한 전략을 퍼트넘은 '발목잡히기' 전술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과연 이러한 전략을 활용할 수 있을지는 매우 의문스럽다.
일본의 움직임을 주시하라

▲미국을 국빈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4월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연설에서 기시다 총리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이 부담을 혼자 짊어지지 않도록 일본이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지금까지 지난 4월 총선 결과를 토대로 오는 22대 국회 구성이 향후 대한민국 외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해 보았다. 이를 위해 외교정책을 설명하는 이론 가운데 하나인 양면게임이론을 살펴보았다.
정리하면 3가지로 결론 내릴 수 있다. 첫째, 소위 특검 정국 속에서 행정부는 대통령과 그 부인을 법적으로 사수하는데 모든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외교는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둘째, 정부간 협상에서 우리 정부는 상대 국가에게 협상의 주도권을 내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런 국내 정치적 상황을 오히려 협상의 카드로 활용해 한국 정부에 유리한 국면으로 협상을 이끌어 갈 수도 있으나, 이는 그저 희망 사항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은 일본과 같은 국가들의 외교적 행태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국제정치의 무정부성, 즉 약육강식의 국제정치의 현실을 고려할 때 매우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22대 국회 이후 국내 정치의 모든 관심이 국내 정치 사안으로 쏠릴 때, 그리고 우리 정부가 외교 사안에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할 때, 이러한 시기를 노리는 외부 움직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러한 움직임이 최근 독일 베를린 소녀상 철거와 같은 이슈다. (관련 기사: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일본 정부 압력에 굴복하고 있다" https://omn.kr/28r2f)
비교적 국내에서 관심이 적고, 우리 정부가 적극 대응을 하지 못할 때, 일본과 같은 나라는 이를 기회로 삼고 적극적인 외교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게 또 하나의 큰 걱정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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