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인 세종누리학교 학생들이 14일 학교 인근 숲 체험 시설에서 '숲에서 놀(놀며) 자(자란다)'란 숲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상만사가 다 그렇습니다.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해도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방식이 달라집니다. 특수교육 현장도 예외가 아니고요. '인력 부족'이라는 문제에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제시하는 해결책이 저마다 다릅니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특수교육 현장의 인력 확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겼던 '1교실 1실무사제'가 어떻게 '1수업(교실) 2교사(담임)제'로 이어지는가에 관한 내용입니다.
아직 결론은 없고, 솔직히 정답이 무엇인지도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마다 다른 입장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고 서로의 의도를 왜곡하지 않을 수 있거든요. 무엇보다 이런 이야기가 수면 위에서 투명하게 논의될 수 있어야 더 나은, 최선의 방향성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참고로 이번 내용은 아주 길고 특수교육에 대한 '사전 이해'가 필요합니다. 특수교육 시스템에 대해 잘 모르는 분이라면 선명하게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특수교육과 관련된 일반교사, 특수교사, 학부모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1(특수)교실 1실무사제
특수교육이 존재하는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인한 온갖 문제가 발생합니다. 현재 특수교육 현장은 1특수교실, 1특수교사, 1특수교육지원인력(실무사 또는 사회복무요원), 6~8명 학생(특수교육대상자)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인력 부족으로 내 자녀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느끼는 학부모 입장에선 특수교육지원인력 확충이 시급한 문제처럼 여겨집니다. 이왕이면 사회복무요원에 비해 전문성을 갖춘 실무사(지원사)가 많이 늘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경향은 특수학교로 갈수록 더 짙어집니다. 아무래도 장애 정도가 중한 학생들이 한 교실에 온종일 모여 있으니 손 하나가 아쉽거든요.
학부모들을 만날 때마다 지원인력 확충에 관한 요구가 한결같이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모든 특수교육이 행해지는 교실(특수학급, 특수학교)마다 실무사가 최소 1명씩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023년 특수교육지원인력 배치 현황에 따르면 특수교육지원인력 1만4058명 중 34%에 이르는 4778명이 사회복무요원입니다. 전체 특수학급(특수학교) 교실의 3분의 2만을 실무사가 지원한다는 뜻이죠.
학부모들이 교육부나 교육청, 시·도·구청, 지역구 의원 등에 실무사 배치를 호소하고 부탁해 보지만 소용없습니다. 특수실무사 총수는 교육부(교육청) 관할이 아닌 행안부 관할이거든요.
특수실무사 총수가 늘지 않는 상태에선 지역 교육청이 목소리 큰 학교에 한 명 더 넣어주는 대신 목소리 작은 학교에서 한 명 더 빼는 식으로 우리 안에서 '파이 나눠먹기' 게임을 할 뿐이에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이럴 게 아니라 아예 '1(특수)교실 1실무사제'를 법으로 발의해 버리면 어떨까. 법으로 제정되면 모든 특수학급(특수학교) 수에 맞춰 실무사를 뽑을 수밖에 없을 거야. 행안부가 총수를 늘리지 않곤 못 배기는 거지. 모든 특수학급, 특수학교 교실마다 1특수교사, 1실무사가 기본으로 배치된 상태에서 사회복무요원이 추가(+@)로 들어오는 그림을 만들어 보자."
국회의원들을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1(특수)교실 1실무사제' 법안 발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피력했습니다. 마침내 관심을 보이는 국회의원이 나타났어요. 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총회에 모인 특수학교 학부모회장단도 각자의 지역구 의원에게 해당 내용을 전달하고 협력을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통합교육은 어쩌라고?
지난 주말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을 만나 '1(특수)교실 1실무사제'에 관한 얘기를 나눴어요. 함께 모인 멤버 중 자녀가 특수학교에 다니는 이는 저뿐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통합교육을 받고 있어요. '1(특수)교실 1실무사제'가 빨리 현실화되면 좋겠다고 말하는데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승연씨, 잠깐 이리 와봐". 한 엄마가 사뭇 진지한 얼굴로 얘기를 시작하는데 '1교실(특수학급, 특수학교) 1실무사제'에 대한 법안 발의 움직임에 반대합니다. 깜짝 놀랐어요. 반대할 일이 아닌데 왜 반대를 하지?
알고 보니 놓쳤던 부분이 있었어요. 바로 통합교육에 대한 고려가 없었던 겁니다. 통합교육에서 필요한 건 1개 특수학급에 1명의 실무사가 있는 게 아니었어요. 이미 1개 특수학급에 1명의 실무사(또는 사회복무요원)가 있거든요. 통합교육에서 필요한 건 원적학급(원반 - 2학년 3반, 4학년 5반 등)에 직접 따라들어가 수업을 지원할 지원 인력이었어요. 통합교육을 생각한다면 실무사 수는 특수학급 당 1명이 아니라, 원반 당 1명씩 붙어야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러니까 A중학교에 특수학급 1개 반이 개설돼서 전교에 특수교육대상자가 6명 있다고 치자. 그러면 실무사도 6명이 있어야 한다는 거야?"
처음엔 발끈했어요. 지금 아들이 다니는 특수학교는 37개 학급 중 절반 가까이 실무사 자체가 없는데 통합교육엔 학생 6명에 실무사 6명을 붙여달라고?
"아니 6명을 다 배치해 달라는 게 아니라 학년별이라도 좋고 다른 방법도 좋아. 원반에도 직접 투입돼 통합교육을 지원할 실무사가 더 필요하다는 거야. 실무사 수를 증원한다면 특수학급 수에만 맞추면 안 된다는 거지. 이 부분도 고려해야 해."
파이 나눠먹기 게임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맞는 말입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1(특수)학급 1실무사제'는 어떻게 보면 통합교육보단 특수학교가 처한 어려움을 당장 타개하기 위한 '빠른 해결책'이었던 겁니다.
법안은 한 번 발의되어 통과되면 비슷한 주제의 법안이 다시 발의되거나 개정되기까진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러니까 한 번 발의될 때 여러 사안을 고려해서 제대로 발의해야 하죠. 아들이 특수학교에 다니다 보니 통합교육 지원에 대한 부분을 놓쳤던 겁니다.
'1(특수)학급 1실무사제'와 비슷한 맥락으로 2022년 김영호 의원이 발의했던 '장애인 등에 관한 특수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왜 좌초됐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렀을 때 번뜩 하나의 사실을 깨달았어요. 통합교육 받는 학생들을 위해 6명 학생에 6명 실무사가 붙으면 또 어때. 그건 당연한 학습적 지원이고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 같은 '발달장애인의 부모'이면서도 나는 왜 순간적으로 발끈했던 것일까.
저도 모르게 길들여져 있었던 겁니다. '파이 나눠먹기 게임'에요. 전체 파이를 늘릴 생각을 먼저 해야 하는데 저도 모르게 한정적 자원을 나눠먹기 할 생각을 하다 보니 순간적으로 특수학교가 손해 본다는 생각이 들어 발끈했던 거예요.
이 사실을 깨닫곤 너털웃음이 났습니다. 그래도 깨어있으려 노력한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이런 사고에 점령당할 때까지 눈치조차 못 채고 있었던 걸까요.
그러는 한편 궁금해졌어요. 모르는 사이 '파이 나눠먹기 게임'식 사고에 지배당해 버리고 만 게 과연 저뿐일까요. 저만 어리석어서 그랬던 것일까요. 특수교육과 관련된 모든 주체들은 이런 사고에서 자유로운 통합적 사고를 하고 있을까요. 정말로 궁금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