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롱크스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반대 시위대와 충돌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그는 인종, 젠더, 다문화주의 등을 둘러싼 논쟁에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려는 '정치적 올바름' 운동에 대한 거부감을 부추겨 보수 백인과 개신교계 복음주의자들의 지지를 강화했다. 이로 인해 그의 지지자들에게 트럼프는 단순한 정치인 이상의 존재, 즉 자신들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대변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그 결과 트럼프에 대한 개인적 충성심은 정책 논쟁을 압도하는 수준에 이르렀고, 그의 말과 행동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로 이어졌다.
트럼프 현상은 양극화, 문화적 갈등,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대중의 울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과정에서 소외되고 기성 정치에 환멸을 느끼던 백인 노동자 계급, 보수 성향 기독교인들의 강한 불만과 반발심을 부추기며 열렬한 지지층을 형성해 왔다.
결국 트럼프 현상을 통해 드러난 미국 사회의 양극화와 분열은 단순히 정치적 노선의 차이를 넘어, 서로 다른 가치관과 세계관의 충돌이라는 더 근본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다름에 대한 관용, 상호 이해와 존중, 열린 대화와 타협의 정신 등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어야 할 가치들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2기 대비한 한국의 전략적 대응
미국 사회가 이렇게 분열될수록, 패권국의 지위와 역할보다는 내부 갈등 해소와 재건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남의 나라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개입주의에서 중립주의나 고립주의 외교 노선으로 방향을 틀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즉, 세계 문제에 대한 개입의 범위와 부담을 줄이되, 중국과의 전략 경쟁에 집중하고, 가장 취약한 동맹이나 나라들을 흔들어 미국의 핵심 국가 이익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트럼프 지지층은 미국이 더 이상 동맹국들의 '호구' 노릇 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결국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기 행정부보다 더욱 강경한 대외정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주요 우방국들과의 동맹 및 경제 관계를 재조정하며 마찰과 긴장,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