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향은 옳았다. 다만 국민과의 소통이 미흡했다. 총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관련 발언 요지다. 앞으로 3년도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지난 9일 있었던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도 마찬가지였다. 모욕감을 느끼는 국민들이 오히려 미안해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방향이 옳았다는 인식은 특검 거부 등 국내 정치 현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외교 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9일 국민보고에서 윤 대통령은 150여 회의 정상회담과 활발한 세일즈 외교,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를 통해 외교 지평 및 경제영토를 크게 확장했다고 자평했다. 정말 그럴까?
경제영토 확장의 실상
우선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20년 세계 10위로 정점을 찍은 이후 매년 하락 중이다. 2020년 10위에서 2021년 11위, 2022년 13위, 작년에는 러시아, 멕시코, 호주에도 뒤처져 14위로 집계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추산에 따르면 5년 후엔 인도네시아에도 추월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6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받지 못한 데에는 한국 경제가 확실히 10위권 내로 진입하지 못하고 오히려 하락세인 것도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총선 결과로 사실상 레임덕에 접어든 외국 정상을 초청해 미래를 진지하게 협의하고 관계 개선을 도모할 동기 유인이 약하기도 하다. 게다가, 외국에서 보는 한국의 언론자유와 민주주의 지수는 계속 하락하면서 국가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은가.
사실 개방형 통상국가로서의 중장기 국익을 생각하면 아세안 및 인도와의 경제협력에 더욱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윤 정부 들어서는 별로 들리는 소리가 없다. IMF 추산에 따르면 2024년 아세안 10개국 전체의 GDP는 4.1조 달러를 넘어 단일경제권으로 치면 세계 5위권에 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한국의 수출 비중에서도 아세안 지역은 26.1%로 중국 못지않게 중요한 경제권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인도가 급상승해 올해는 일본을 제치고 GDP 세계 4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최대 무역 흑자국에서 적자국으로 변한 것도 작년이다. 작년도 대중 무역수지는 180억 달러 적자였다. 1992년 수교 이후 31년 만의 일이다. 중국이 최대 무역 흑자국에서 적자국으로 전환되면서 무역수지도 2년 연속 적자였다. 2022년에는 477억 달러, 2023년에는 약 10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윤 정부가 그토록 중요시하는 일본과의 무역에서도 2022년 241억 달러, 2023년 187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사실 일본과의 무역에서 한국은 1965년 수교 이후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특히 주목할 점은 무역적자가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다. 2000년부터 2023년까지 누적 대일 무역적자는 700조 원을 훌쩍 넘는다.
그나마 유일하게 무역흑자 폭이 늘어난 나라는 미국이다.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는 자동차 및 이차전지 등 수출 호조로 445억 달러의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무역적자를 빌미로 경제적 압박 및 주한미군 철수론을 본격 꺼내 들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리스크와 주한미군 철수론 대응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