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자료사진.
연합뉴스
심리안정실의 본래 목적은 '심리적 안정'을 위한 것이지만 심리안정실의 위치성으로 인해 이런 목적은 그 본래의 기능을 상실해 버리고 맙니다. 모든 특수학교가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많은 특수학교의 심리안정실은 주로 한 곳에 나란히 모여 있습니다. 학생들은 학교 전 층에 걸쳐 고루 분포해 있는데 말이죠.
만약 학교 5층에서 한 학생이 텐트럼을 일으켜 학생 주변에 교사와 지원 인력이 모여 있다고 가정해 봅니다. 극도의 흥분 상태에 있는 이 학생을 심리안정실에 보내기 위해선 3층까지 내려가야 합니다.
비장애 학생처럼 말로 어르며 안내하면 텐트럼 터진 학생이 "네 선생님"하고 잘 따라갈까요. 아니요. 어른 서넛이 들러붙어 씨름해야 할 겁니다. 비명과 고함을 지르고 있는 학생을 3층까지 이동시키기 위해 주변 어른들은 해당 학생을 사실상 끌어내다시피 해야 할 겁니다. 학생 입장에선 끌려가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죠.
학교에선 학생에게 심리적 안정을 취하도록 돕기 위해 심리안정실로 안내했지만 해당 학생도 그렇게 느끼고 있을까요.
당사자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어른들에게 끌려가 독방 같은 공간에 갇혔다고 생각할 겁니다. 해당 학생은 '심리 안정'이라는 단어의 뜻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기에 그 공간이 자신을 위한 공간이라는 생각도 못 할 겁니다.
쾅쾅쾅. 벽을 치고 문을 발로 차며 나가려 하겠지만 밖에서 잠긴 문은 열리지 않겠지요. 갇혔다고 생각한 학생은 분노와 공포가 극에 달해 이리저리 벽에 몸을 부딪히고 목이 쉴 때까지 소리를 지르며 울어댈 겁니다.
그래도 결국은 잠잠해집니다. 심리 안정을 취한 덕분에 잠잠해졌나요? 아니요. 진이 빠져서요. 진이 빠져서 녹다운 된 겁니다. 찰칵. 녹다운 되고 나니 잠겼던 문이 열리고 드디어 교실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이 학생은 심리안정실에서 심리안정을 취한 것일까요. 아니면 단순히 격리와 분리가 되었던 것일까요.
근거리, 각 층마다 위치
심리안정실이 본래의 취지를 잘 살리기 위해선 근거리에, 각 층마다 위치해 있어야 합니다. 상황이 발생했을 때 먼 거리로 '끌려가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잠깐 옆 공간으로 '이동한다'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학교 전 층에 걸쳐 심리안정실이 마련돼 있어야 합니다.
공간 구성도 다시 고민해야 합니다. 공간에서 주는 느낌이란 게 있으니까요. 1~2평 남짓한 삭막한 공간에 덜렁 빈백 의자 하나, 또는 빈백 의자마저 없는 텅 빈 공간은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 입장에선 처벌을 위한 독방으로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안락하고 편안한 넓은 공간에 온갖 자극이 가득한 스노즐렌식 형태로 심리안정실을 꾸미면 되는 걸까요. 글쎄요. 그 또한 우려되는 점이 있습니다.
몇 년 전 우리나라에 심리안정실을 처음으로 도입했던 특수교사를 만나 얘기를 들었는데요. 심리안정실 구성에서 학생들이 너무 편한 공간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심리안정실이 딱딱한 교실, 지루한 수업을 벗어나고 싶을 때 수시로 도망칠 수 있는 탈출구 역할을 해버리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교실 밖으로의 분리' 조항에 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