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픽사베이
카페에 저절로 발걸음이 옮겨지는 비결은 뭘까. 그 중심에는 동네 반려견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사장 할머님이 있다. 서로 앞다투어 할머님의 볼을 핥아주며 눈을 맞추려 줄을 선다. 산책을 마친 반려견이 카페로 전력질주하면 사장 할머님이 가게 문을 활짝 열고 나와 반겨주신다.
녀석 또한 '꼬리콥터'로 답례한다. 휴무인 일요일까지 가게 앞을 서성이며 할머님의 부재를 확인한 후에라야 아쉽게 발길을 돌릴 정도이다. 할머님과 통성명을 한 반려견들의 대부분 비슷한 행동이다.
카페를 그냥 지나치더라도 멀리서 손을 크게 흔들어 주고, 한겨울에 반려견과 산책 후 얼어버린 두 손도 꼭 잡아 녹여주신다. 또 이웃 주민들에겐 친구 집으로 차 마시러 가듯 편안하게 곁을 내주신다.
할머님은 때론 자신에게 치매가 올까 미리부터 걱정하지만, 그 얘길 듣는 주민들은 다들 근심부터 덜어드린다. 할머님을 좋아하는 수십 마리의 개 이름을 일일이 외우는 것만 보더라도 그럴 염려 없으니, 걱정 붙들어 놓으라고 말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포근하게 품어주시는 사장 할머님의 입가엔 미소가 항상 떠나질 않는다.
화기애애한 엄마들의 대화 사이로 살포시 문을 열고 들어온 복순이네 아들이 음료수를 주문한 후, 책가방을 내리고 영어 참고서를 편다. 바닥에 발이 채 닿지도 않던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혼자 온 이후로, 올해 고등학생이 되었다며 가장 오래된 '찐 단골'이라 했다.
사장 할머님이 6년 동안 떡도 주고, 빵도 주며 보살피니 어느 저녁 무렵인가, 점퍼 가슴속에 식지 않게끔 붕어빵을 품어와 수줍게 꺼내더란다. 그와 마주친 어느날, 또래 친구도 없는 카페에 왜 자주 오는지 그 이유를 조심스레 물어보니 그는 씩 웃으며 "편해서요"라고 답해줬다. 그 이상은 캐묻지 않았다. 느끼는 건 다 같지 아니한가.
이곳은 공간이 다소 협소한 관계로 지인과 긴밀한 사담을 즐기기는 어렵다. 통상적인 카페처럼 약속에 의해 아무개를 만나거나 주변인들과도 별 인연 없이 스쳐 지나가는 곳이 아닌, 안 보이면 근황을 궁금해하고 모습을 보이면 크게 반색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어제는 순순이 엄마가, 오늘은 사장 할머님께서 내 앞에 스스럼없이 동석하기도 한다. 빈 손으로 오는 법도 드물다. 무 하나라도 깨끗이 씻어와 사장 할머님께 드시라며 툭 내민다. 서로 사는 형편에 대한 편견도 없고 음식도 나눠먹으며 서로의 인생을 공유하는 이곳은, 반려견들과 동네 이웃들의 사랑방이다.
복잡한 삶 속에서 잠시 마음의 정화도 얻고 소소한 선행도 닮아가며 점점 이웃으로 붉게 물들어가는 곳, 36.5°C의 체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커피향보다 사람 냄새가 더 진한 카페. 나는 요즘 '동네 카페의 참맛'을 제대로 만끽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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