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그린베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유세장에 몰린 지지자들이 '바이든을 해고하라'는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호응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첫날 전기차 보조금 지원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연합뉴스
이들의 트럼프 지지 선회에는 불법 이민의 급증이 핵심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엄격한 국경 통제와 추방에 중점을 두었던 트럼프 정부와 달리, 바이든 정부의 포용적인 이민 정책으로 인해 지난 3년 동안 약 900만 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남부 국경 지역에 몰려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바이든 정부 이전 15년 동안의 불법 이민자 수보다 많은 수치이다.
이들 중 240만 명 이상이 미국 전역으로 흩어지면서 저소득 흑인 및 히스패닉계는 일자리와 정부 지원을 놓고 이들과 경쟁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에 따라 불법 이민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트럼프를 지지하게 되면서, 트럼프의 백인 인종주의 문제가 희석되는 정치적 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결국 인종, 계급, 이민 등 미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가 경제 문제를 중심으로 수렴되고 있는 양상이다.
한편, 20~30대 젊은 세대에서도 바이든 지지도가 하락하는 추세이다. 특히 악화하는 소득 및 자산 양극화로 인해 부모 세대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없다고 느끼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민주당이나 공화당이 아닌 제3지대 후보를 선호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 합리적 보수층들이 제3 후보에게서 대안을 찾거나 아예 기권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바이든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특히 바이든의 고령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국민 중 바이든의 나이가 대통령직 수행에 문제가 된다고 느끼는 비율이 10명 중 7명이 넘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권자 표심의 변화는 주요 경합 주들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지난 수개월 동안 트럼프에 대한 높은 지지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남은 대선 기간 동안 많은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이 주요 경합 주에서 1~2% 내의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던 점을 고려하면, 제3의 후보 출현이나 고물가, 고금리가 지속될 경우 바이든이 트럼프의 우세를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가 다수의 죄목으로 기소되어 있지만, 이러한 사법 리스크는 양날의 검과 같다. 트럼프를 싫어하는 쪽에서는 그를 더욱 싫어하게 되겠지만, 이들의 반감은 이미 극에 달해 있어 추가적인 지지율 하락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트럼프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사법 리스크가 오히려 지지 강도를 더욱 높이는 역설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형사재판의 경우 대선 이전에 판결이 날 가능성이 없어, 트럼프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 선거 지형과 같은 한국 총선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