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년 교수가 청원 24에 올린 청원서
김갑년
이번에 임명된 5인 중에서 박이택 한 사람만 집중 조명을 받았다. 그래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피해 간 인물이 뉴라이트인 오영섭 신임 이사다. 김갑년 이사는 "박이택이 워낙 문제였기에 오영섭은 상대적으로 덜 관심을 받은 인물"이라고 언급했다.
윤 정권하에서 홍범도를 비롯한 무장독립투사들이 탄압을 받은 데는 작년 3월 7일 첫 회의를 가진 국가보훈부 '독립운동 훈격 국민공감위원회'의 역할을 배제할 수 없다. 독립운동가들을 재심사하는 이 기구는 17명 중 9명이 뉴라이트 인사들로 채워졌다. 그 9명 중 하나인 오영섭 이사가 독립기념관 이사회에도 진입했던 것이다.
오영섭 이사는 '자유'의 관점에서 독립운동을 해석한다. 정확히 말하면, 자유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반공의 잣대를 독립운동에 적용한다. 5·16 쿠데타 56주년인 2017년 5월 16일 제57회 이승만포럼에서 '이승만의 대한민국임시정부 유지 활동'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한 그는 이승만의 반민족적 행위를 비판하는 임시정부 국무총리 이동휘의 주장을 공산주의자의 공격으로 폄하했다.
3·1운동이 벌어진 1919년에 이승만은 조만간 설립될 국제연맹이 한국을 통치하게 해달라고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에게 청원했다. 한국을 일본의 지배에서 국제연맹의 지배로 옮기자는 주장은 언뜻 들으면 한국을 일본의 지배에서 해방시키기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일본은 1918년에 종전된 제1차 세계대전의 전승국이었고 이를 기반으로 국제연맹 상임이사국이 됐다. 그래서 한국이 국제연맹 수중에 들어간다 해도 일본의 지배를 배척하기 힘들었다.
임시정부 국무총리 이동휘는 임시대통령 이승만이 반민족적 청원을 한 사실을 비판했다. 이런 이동휘의 비판을 이승만이 수용하지 않은 것을 오영섭 이사는 반공 배척의 관점에서 해석했다. 2017년 5월 16일 자 <뉴데일리>는 오영섭 이사의 발표를 이렇게 소개한다.
"오 교수는 '1921년 1월 중 3차례의 국무회의는 세력간 대립과 갈등 양상의 압축판'이라며 '첫 번째 회의에서 위임통치 청원은 외교상 실패이며 그에 대한 사회의 비난이 밀려들고 있으니 대책을 강구하자는 이동휘의 주장은 이승만 대통령에게 위임통치 청원 논쟁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라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며 '그러나 이 대통령은 자신의 신념인 외교독립운동의 원활한 추진과 임시정부의 주도권을 사회주의세력에게 넘기지 않기 위해서도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오영섭 이사는 이승만이 임시정부를 집단지도체제로 바꾸자는 제안을 거부한 것을 두고도 "이승만 대통령은 공산당식 집단지도체제를 경계했기 때문에 소련식 위원제를 찬동하지 않았다"고 해석한다.
이처럼 반공이냐 아니냐로 독립운동을 평가하게 되면, 무정부주의자나 공산주의자들이 주도한 대부분의 무장독립투쟁이 독립운동역사에서 배제될 뿐 아니라, 공산주의 계열의 독립운동을 비판하고 훼방한 사람들이 도리어 독립운동가로 조명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김갑년 이사가 박이택뿐 아니라 오영섭에게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그런 위험성 때문이다.
한시준 현 독립기념관장의 임기는 지난 1월 종료됐다. 후임 관장이 선출되는 대로 그는 떠나게 된다. 박이택과 오영섭의 임명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독립기념관법은 극우세력의 진입을 막는 데 무기력하다. 정권의 뒷받침을 받을 경우에는 극우세력이 독립기념관에 무혈입성할 수 있다. 김갑년 이사는 "박이택의 이사 임명으로 크게 우려되는 사안은 현 독립기념관 관장의 후임 임명과 관련이 있다"며 걱정했다.
조만간 관장 외에 이사 3명의 임기도 만료된다. 박이택의 사례가 선례가 됐기 때문에 극우 인사들이 관장직이나 이사직에 진입하기 용이한 환경이 조성돼 있다.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민의 투철한 민족정신을 북돋우며 올바른 국가관을 정립"한다는 독립기념관의 설립 취지가 무색해지고, '식민 지배가 좋았다', '친일은 부득이했다'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독립기념관을 점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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