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주민토론회’에서 장애인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지역 주민들에게 장애인 학교 설립을 호소하고 있다.
신지수
윤 후보는 김 전 의원 사례로부터 배운 게 있었던 걸까요. 성수공고 부지가 학교 부지임을 감안해 한방 병원 같은 뜬금없는 공약이 아닌 특수학교를 특목고로 바꿔치기하는 묘수를 발휘합니다.
하지만 학교 부지에 대한 학교이용계획은 교육청에 전권(권한)이 있습니다. 국회의원이(설령 당선된다 하더라도) 지역구 주민들에게 한 약속이라며 마음대로 바꾸라 말라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런 상황을 알기에 서울시교육청도 "후보자 공약일 뿐"이라며 별도의 대응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런 의구심도 듭니다. 이미 21대 국회의원을 지내본 윤 후보가 이런 간단한 사실도 모르고 있었을까요? 2016년의 김 전 의원은 몰랐던 게 확실해 보입니다. 만약 알았다면, 학교 부지에 병원을 짓겠다는 해괴한 발상 자체를 하진 않았겠죠.
그렇다면, 윤 후보는 적어도 '알고 있었기에' 부지 용도 변경을 하지 않아도 되는 특목고 설치를 공약으로 들고 나온 것이라면, 왜 그랬을지가 궁금해집니다. 국회의원이 되고 나면 국책 사업에도 얼마든지 힘을 쓸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일까요. 정말 그런 겁니까?
직업학교 옆 특수학교
서울시교육청은 성수공고 부지에 특수학교와 직업학교를 1+1으로 설립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지역 내에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만 짓는 게 아니라, 모두를 위한 직업학교까지 같이 들어서게 해 장애 비장애가 함께 어우러진 환경을 갖추겠다는 의도에서죠.
특수학교에는 '전공과'라는 게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장애인 학생이 곧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기엔 다소 무리가 있기에 직업학교 같은 개념으로 취업 준비를 하는 곳입니다. 보통 2년 과정으로 운영되는데 제 아들이 다니는 특수학교는 전공과가 1년으로 운영됩니다. 교실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특수학교가 부족하다 보니 아들이 다니는 특수학교는 인근 3개구(은평구, 마포구, 서대문구)에서 학생들이 모입니다. 학생들이 공부할 교실 공간도 부족해 초등학생들은 원래 교실 규격의 40%밖에 안 되는 '부엌 옆 골방' 같은 크기의 작은 교실에서 6년을 보냅니다.
게다가 학교 전체로 보면 총 37개 학급의 절반에 이르는 17개 학급이 학생수 과밀입니다. 특수학교가 부족해 그나마 '있는 특수학교'에 학생을 꾸역꾸역 밀어 넣기 때문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아들이 다니는 특수학교도 전공과 건물이 따로 있으면 좋겠습니다. 넓은 공간에서, 특별실을 충분히 갖춘 상태로, 전공과 과정도 2년으로 늘어나, '취업 준비'라는 전공과 본래 목적이 잘 실현되는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특수학교 전공과가 이런 현실이라면. 특수학교 바로 옆에 직업학교가 있어서 특수교육대상자 학생들도 직업학교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로 인해 특수교육대상자의 학령기와 성인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면 그거야말로 베스트입니다.
윤희숙 "특수학교 필요성 찬성한다"
윤희숙 후보는 4일 오후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입장문에서 윤 후보자는 "특수학교가 신속히 건립될 필요성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이며, 성동구 내에 유치되는 것 또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성수공고 부지에 특수학교가 들어서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해당 지역은 이동이 어려운 지역이라 장애 학생들에게 더 안정적이고 편리한 학습 여건을 제공하기 위해 더 나은 대안 부지가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겁니다. 서울시교육청 계획은 초기 단계라 학부모 및 지역구민과의 소통을 통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겁니다.
서진학교 사례도 언급했습니다. 윤 후보는 "서진학교 건립 과정처럼 학부모님들과 아이들, 지역주민들 모두가 마음의 상처를 입는 힘든 과정을 겪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특수학교가 지역과 어우러지기 위해서는 학부모님들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이해하고 협력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함에도 이를 무시한 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일방적인 통보로 소통의 기회를 차단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윤 후보의 입장을 정리하면 이런 듯 합니다. 특수학교 설립 필요성에 적극 찬성한다. 다만 다른 대안 부지를 찾아보자. 서울시교육청 계획은 초기 단계라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서진학교의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장애인의 부모들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이해하고 협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렇게 정리하면 되겠지요?
특수학교 조리돌림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