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 브릿 공화당 상원의원이 바이든 국정연설 공식논평을 하고 있는 모습.
CNBC 유튜브 캡처
"이번 주 <에스엔엘 Saturday Night Live>(미국 NBC 풍자쇼)의 소재는 정해졌다."
지난 7일 바이든의 2024 국정연설이 끝난 후 나온 소리였다. 소재는 바이든이 아니라, 국정 연설에 대한 공화당의 공식 논평이다. 논평은 국정 연설 후 야당에게 주어지는 기회로 국정 연설만큼이나 오래된 전통이다.
공화당의 공식 논평은 앨라배마 주 상원의원 케이티 브릿이 맡았다. 42세로 역대 공화당 상원의원 중 최연소라 고령의 바이든과 대비를 이루었다. 이뿐 아니었다. 국정 연설 장소가 미 의회였다면, 공화당의 선택은 부엌이었다. 이성적이고 열정이 넘쳤던 바이든의 연설과 달리 브릿 의원은 떨리거나 울음을 참는 듯한 어투 등 감정 과잉을 보였다.
국민들이 받은 충격 "젠장,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야?"
이후 '기괴했다' '고등학교 연극이다' 등 조롱과 신랄한 비판이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 쏟아졌다. <롤링스톤>은 "젠장,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야?"라고 제목을 뽑았다. ABC 방송국의 토크쇼 <더 뷰 The View>에 참가한 패널들은 브릿 의원을 향해 "약 먹어야겠다"고 했다. 혹은 "날을 잘못 택했다. 그녀는 '최악의 배우상'으로 이번 주 아카데미 시상식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금요일 미국 방송계를 한껏 달군 후 브릿의 공화당 공식 논평은 예상대로 SNL에 등장했다. 케이티 브릿 역을 맡은 이는 다름 아닌 유명 여배우 스칼릿 조핸슨이었다. 공식 논평 때의 브릿 의원 모습으로 분장한 조핸슨이 선사한 장르는 공포물이었다. 미소와 살벌한 표정을 쉴 새 없이 오가며 오늘밤은 상원의원이 아니라 "무서운 엄마 역으로 오디션을 할 것이며" 제목은 "'이 나라는 지옥이야'라는 창작 독백극"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상원의원이 아닙니다. 저는 아내요, 엄마요, 그리고 쇼핑몰 주차장에서 자리싸움하는 가장 미친X"라고 소개했다.
조핸슨은 SNL에서 "저는 우리 아이들을 걱정합니다. 이게 여러분을 이처럼 이상한 텅 빈 부엌으로 초청한 이유예요. 공화당원들은 제가 여성 유권자에게 특히 호소하길 바라고, 여성은 부엌을 사랑하니까요." 낙태권 문제로 여성 유권자 지지율이 낮은 공화당이 지지를 얻기 위해 선택한 전략적 공간이 부엌이었다는 해석이다.
브릿 의원의 여성과 부엌 설정은 환영받지 못했다. 금요일 여성 패널들이 이끄는 ABC 방송국의 토크쇼 <더 뷰>를 예를 들면, 누구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1940-50년대 가정주부를 이상적인 여성상으로 설정하고 있다거나 "공화당은 레이건 (1980년대) 때에 머무는 듯하다"는 등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여성의 달에 여성을 부엌에 앉혀 놓았다"는 냉소를 보이기도 했다.
부엌이라는 공간 선택은 그 이상으로 공화당의 포퓰리즘을 드러낸다. 브릿 의원은 부엌을 "자기가 살아온 기간(42세)보다 더 길게 정치인으로 살아온 바이든이 이해하지 못하는 곳"이라 했다. 수십 년 관료 엘리트 세계에 있는 바이든과 보통 가정의 간극을 선명하게 드러낼 곳이 부엌이라는 전략적 판단이 엿보인다. 이는 사회를 1%의 엘리트와 99%의 서민의 대결구도로 파악하는 포퓰리즘과 맞닿는다.
엘리트가 이해하지 못하는 서민의 공간 부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브릿은 "가족끼리 까다로운 어려운 대화를 하는 곳"이자 "가족이 손을 잡고 신의 가이던스를 얻기 위해 기도하는 곳"이라 표현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제국을 엎은 애국자들의 핏속에 세워진 곳"임을 강조하며 "우리의 미래는 식탁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기독교 애국주의를 미래상으로 제시하며 부엌을 출발점으로 삼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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