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비자포털'에 기재된 입국목적별 비자 종류 일람표.
대한민국 비자포털 갈무리
외국인 체류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한 연구원과 학자들은 근본적으로 한국의 비자 정책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외국인이 한국에 입국할 때 받는 비자코드에 그들의 삶을 한정시킨다는 것이다.
예컨대 일을 하기 위해 한국에 온 외국인은 E-9 비자를 받는데 한국에서 다른 활동을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직장을 함부로 바꿔서도 안 되고, 결혼을 해서도 안되며, 아이를 낳아서도 안 된다. 밤에 학교를 다니는 것도 안 된다. 한국에서는 오로지 '일'만 해야 하며 다른 활동을 하고 싶다면 떠나야 한다. 자유민주 국가에서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인가.
E-9 근로자가 직장을 바꾸는 것은 '사장님의 회사 경영에 어려움을 초래하므로' 안 된다. 결혼은 할 수 있겠지만 그 배우자에게 비자를 주지 않기 때문에 입국할 수 없다. 자녀도 마찬가지다.
만약 이미 한국에 온 E-9 비자 소지자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면 어떻게 될까? 엄마는 직장에서 출산에 따른 혜택을 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한국에서 낳은 아이에게도 비자가 주어지지 않는다. 결국 엄마가 아이를 안고 모국으로 출국하거나 불법체류자가 되는 수밖에 없다.
인간은 생애주기에 따라 학업·결혼·출산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그러나 한국에 일하러 온 기간에는 설사 그 기간이 10년을 넘더라도 오로지 '일'만 해야 한다는 것이 한국의 비자 정책이다.
비교적 활동이 자유로운 결혼이민비자(F-6)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결혼이민을 한 지 20년 정도가 지나면, 모국의 부모가 늙고 병드는 사례가 많이 생긴다. 하지만 부모를 한국에 초청해 모실 수는 없다.
법무부가 3개월 단기비자 외에는 절대 허용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국에 홀로된 부모님을 모시지 못 하는 결혼이민자의 눈에선 피눈물이 나지만 예외란 없다.
다행히 한국 정부도 변화의 가능성을 보인다. 법무부는 지난해 E-9 노동자가 대학에 다니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발표만 했으며, 국민권익위원회는 E-9 노동자가 회사의 잘못으로 비자 연장을 하지 못 하는 경우를 2025년까지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우리 곁 누군가의 간절함에 대해... 정치가 답해야

▲계절근로자가 일하는 모습. 이 사진은 기사 속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장수군
문제는 간절함이다. 한국에 일하러 온 외국인노동자의 간절함, 한국에 결혼이주한 다문화가족의 간절함, 한국에 공부하러 온 유학생의 간절함에 대해 한국의 정치는 얼마나 알고 있고, 얼마나 배려하고 있나.
외국인노동자의 간절함은 더 나은 일자리에서 안정적으로 일하는 것이다. 다문화가족은 요즘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모국가족이 한국에서 단기간이라도 일할 수 있도록 계절근로자로 초청하는 것이 가장 간절하다. 유학생은 졸업 후 한국에서 일자리를 얻고 더 나은 비자를 얻어 생활하는 것을 바란다.
그런데 이 모든 간절함이 한국 정부의 요구와 맞닿아 있다. 저출생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도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이런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그런데도 법무부는 쫓아내기 위해, 외국인들은 남아있기 위해 여전히 사투를 벌인다.
한국 정부는 생애주기별 변화에 따라 이주민이 삶에 변화를 가질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넓혀주면 된다. 정책 목표 달성에만 골몰하지 말고 이주민의 절실함에 귀를 기울이면 된다. 정부뿐만 아니라 국회도 이 사안에 관심을 갖고 입법 등 이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제도 정비 등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럼 혹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 먹고살기도 바쁜데 어떻게 다른 나라 사람까지 챙기나?'라고. 일견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필요해서 들여온 것이 단순히 노동력이나 물질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곁 누군가가 불행한데 우리만 행복하게 살 수 없다.
이제야말로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을 실현할 때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 정신은 널리 한국인만 이롭게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와 함께 생활하는 이주민들의 간절함에 귀 기울이고 응답할 때 의미가 있을 것이다. 새롭게 꾸려질 22대 국회에 이런 인식을 가진 정치인이 등장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