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고양이마당에서 쉬고 있는 길고양이
도희선
첫 번째 방안은 '반려동물 보유세(개에게만 적용)' 부과입니다. 독일은 국세가 아닌 지방세로 부과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취약계층의 경우 면제해 준다고 합니다.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마릿수, 맹견 해당 여부 등에 따라 세액이 달라지지만 대체로 1년에 약 100유로(한화 약14만~28만 원)을 낸다고 합니다.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도 지방세 형태로 약 10만 원을 걷는다고 하네요. 우리나라 농식품부는 2020년 1월 '제2차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2020~2024년)'을 발표하면서 늦어도 2024년에 보유세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2022년 이후 계획은 잠정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반려동물 보유세'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근거합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의료비 부담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부담하는 게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보유세는 병원비에 대한 걱정도 덜고 반려인의 반려동물 관리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 유기 동물 발생 예방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반려동물을 위한 편의시설 확대, 의료비 부담, 반려동물을 위한 복지 등으로 반려동물과 반려인 모두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간다면 보유세에 대한 공감대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반려동물 관련 산업을 통해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금을 통해서입니다. 지난 4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반려동물 관련 산업 시장은 전년 대비 5.6% 증가한 약 3조 2529억 원으로 10년 전과 비교하면 3배 불어난 규모라고 합니다. 이는 정부가 반려동물 산업을 통해 거둬들이는 세금이 매년 수천억 원 이상이라는 말을 뒷받침합니다. 이 세금을 반려동물 의료지원과 복지를 위해 사용하면 어떨까요.
반려동물 위한 각종 지원법이 만들어지길 바라며
마지막으로 특수목적견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KBS1의 <동물극장 단짝>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은퇴한 인명 구조견 15살 수안이의 사연을 보았습니다. 남양주 소방서 소속 인명구조견으로 활동했던 수안이는 8년간의 인명구조 활동을 마치고, 3년 전 은퇴하여 소방관 부부에게 입양되었는데요.
수안이는 그나마 운이 좋은 편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인명구조견, 군견, 경찰견, 검역 탐지견 등 정부에서 양성되는 여러 종류의 특수목적견이 있지만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정부 부처나 시스템이 없습니다. 특수목적견들은 평생 인간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며 국가를 위해 공을 세우지만 은퇴 후 삶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은퇴를 하더라도 대부분이 노령에다 대형견이라 민간 입양을 꺼리며, 민간에 입양되거나 보호소에 있는 경우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없어 고령, 질병 등으로 인한 의료비를 입양자가 전부 부담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경상남도와 고양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은퇴한 특수목적견을 입양하는 사람에게 예방접종비, 진료비, 장례보조비, 그 밖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비용을 지원하는 조례를 마련한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특수목적견은 평생 국민과 국가를 위해 헌신했습니다. 이들을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은퇴 후에 편안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해 줄 수 있는 관련 법이 하루빨리 제정되기를 희망합니다.
한 조사에 의하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의 90퍼센트 이상이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민법에서는 물건으로, 형법에서는 재물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지난 2021년 10월 민법 98조(물건의 정의)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규정을 신설한 민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지만, 2년 넘게 계류중이다. 22대 국회에서는 변해가는 국민의 인식에 맞게 법과 제도가 개선되어 반려동물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꾸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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