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출국금지를 하면, 한 장짜리 '정보보고'라는 문서를 내부에 뿌린다. 딱 한 장에, 개요, 인적사항, 요청기관, 출국금지기간, 출국금지사유, 딱 포맷이 있다. 그리고 오른쪽 상단에 배부처를 체크하도록 돼있다. 출입국본부장, 검찰국장, 차관, 장관...."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대통령실의 몰랐다는 해명이 말이 안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짚었다.
권우성
출국금지 해제만이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1월에 이미 출금금지 조치가 내려진 인사를 3월 4일에 주호주대사로 임명한 것부터 이상하다. 몰랐던 걸까? 알고도 강행한 걸까? 대통령실은 7일 "출국금지든 뭐든 간에 공수처 수사 상황에 대해서는 일절 알 수 있는 바가 없다"라며 "대통령실이나 대통령이 공수처 수사 상황에 관해 물을 수도 없고 답해주지도 않는, 법적으로 금지된 사항이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이종섭 전 장관이 출국금지 상태였는지를 대통령실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그건 난센스다."
- 왜?
"업무 처리 시스템을 보면, 출입국심사과가 출국금지 업무를 하는데,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급하게 요청이 오면 일단 출국금지를 한다. 빨리 안 하면 도망갈 수가 있고, 그러면 책임을 부담할 수 있으니. 일단 출국금지를 하면, 한 장짜리 '정보보고'라는 문서를 내부에 뿌린다. 내가 본부장으로 근무할 때도 그랬고, 그 이전에도 그랬고, 그 이후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 내부 보고 문서?
"그렇다. 제목이 '정보보고'다. 모든 출국금지에 대해 하지는 않고,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는 사건, 유명인사, 이런 경우 보고를 하게 되어 있다. 장차관이 국회에서 질의를 받으면 알아야 답변을 할 수 있지 않은가. 딱 한 장에, 개요-누구누구 출국금지 처리, 인적사항, 요청기관, 출국금지기간, 출국금지사유, 딱 포맷이 있다. 그리고 오른쪽 상단에 보면 배부처를 체크하도록 돼있다. 출입국본부장, 검찰국장, 차관, 장관.... 민정수석실도 있다."
- 보통 이종섭 전 장관 출국금지 정도면 배부처가 어디까지 체크 되나.
"차관은 물론 장관까지는 반드시 가고, 내가 본부장이었으면 민정수석실까지 체크하라고 했을 것이다. 그 문서는 지금도 남아있을 거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민정수석실이 아예 폐지됐다. 또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던 지난 1월 법무부는 한동훈 장관이 퇴임한 이후 장관 공석 상황이었다(1월 18일까지 이노공 차관이 장관 대행, 19일부터는 심우정 차관이 대행).
"차관의 직무대행이었다 해도 보고가 올라오고 매주 국무회의에 참석하는데 그걸 본인 혼자만 알고 있었다? 난센스다. 게다가 과거 민정수석실이 하던 인사검증 업무를 현재는 법무부가 직접 하지 않는가."
- 인사검증을 하더라도 출국금지든 뭐든 수사상황에 대해서는 일절 알 수 없다고 설명하는데.
"출국금지는 수사상황이 아니다. 수사에 기초한 행정조치다."
- 출국금지 여부는 수사상황이 아니다?
"그렇다. 그걸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수사상황은 우리가 알 수 없다. 수사기관 내부에서 누구를 소환하고 언제 소환했는지, 소환할 것인지, 그건 알 수 없고 알아서도 안되는 거다. 하지만 출국금지는 수사를 위한 행정조치로, 법무행정을 하는 출입국 당국에서 상시적으로 하는 업무이고 항상 보고한다."
- 그러면 인사검증 때 대상자의 출국금지 여부를 법무부에서 체크해서 올리는가.
"당연하다. 행안부에서 범칙금 과태료 체납 여부를, 경찰서는 범죄 경력을, 국세청은 세금 체납을 올리는 것처럼, 출입국 당국은 출국금지 여부를 조회하고 회신했다. 당사자 진술만 가지고는 알 수 없기 때문에 검증을 하는 거 아닌가. 검증이 그런 거 아닌가."
- 그래서 대통령실에서 몰랐다, 법적으로 알 수 없는 사안이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수사 상황 어쩌고 하는 것은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거다."
김학의 출국금지와 이종섭 출국금지 해제

▲"본의 아니게 수사와 기소를 겪는 과정에서, 너무나 어이없고 분노가 치밀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최전선이었다."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권우성
김학의 사례와 이종섭 사례는 여러모로 대조적이다. 하나는 출국금지가 문제가 됐고, 다른 하나는 출국금지 해제가 문제가 되고 있다. 하나는 재수사가 기정사실화 된 상황에서 실질적 피의자가 야밤에 급하게 도주성 출국을 하려다가 저지됐고, 다른 하나는 이미 피의자 상태인 자가 외형상 합법적으로 출국을 하면서 사실상 범인 도피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김학의 출국금지가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수사를 독려했던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금은 대통령으로서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을 강행했다. 그리고 김학의 출국을 막았다가 수사와 기소 등 고초를 겪었던 차 전 본부장은 정치인으로 변신해 이종섭 출국을 맹공하고 있다.
- 그래도 법정 투쟁과 정치 참여는 좀 다른데, 결심하게 된 계기는?
"이전부터 검찰 개혁에 대한 문제의식은 가지고 있었지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사람들이 수사를 할 경우에 어떻게 한 사람을 망가뜨릴 수 있는가, 어떻게 무모하고 어이없는 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는가를 내 사건을 통해 너무 뼈저리게 느꼈다. 몸으로 느낀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기회가 된다면 국회에서 제도적으로 작업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는 내가 법무부의 탈검찰화 케이스로 국적난민과장(노무현 정부~이명박 정부)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문재인 정부)을 하면서 이주와 이민에 관한 정책에 오래 관여했다. 이 부분은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다. 균형 잡히고 지속 가능한 이민 정책을 만들어보고 싶다."
대중에게 비쳐진 차규근의 이미지는 행정가보다는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법정투쟁을 하는 모습이다. 현재 차 전 본부장이 피소되거나 직접 제기한 사안이 5개에 이른다. ▲ 김학의 불법출금 혐의 재판(1심 무죄) ▲ 한동훈을 상대로 제기한 직위해제 처분 취소 소송(1심 승소) ▲ 김학의 1차 수사팀을 대상으로 특수직무유기 혐의 고발(공수처 무혐의 처분 → 서울고법에 재정신청) 등이다. 아직 진행중인 게 대부분이지만, 지금까지는 그가 다 이겼다.
- 승률이 꽤 높다. 비결이 있나.
"내가 좀 디테일에 강하다. 그래야 전문가들은 마음이 움직인다."
- 인재영입식 때 15분 연설도 인상깊었다. 직접 썼나.
"그렇다. 일주일 넘게 준비를 했다. 나는 막연하게 윤석열 정권 나쁘다, 이거 가지고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왜 나쁜지 호소하고 싶었다. 그래서 중도나 보수라 하더라도 내 연설을 보고, 틀린 말은 아니네,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끔 하고 싶었다."
- 지나온 과정을 보면, 변호사로서 사회운동가의 모습도 보이고, 행정가의 모습도 보이고, 끈질긴 투사의 모습도 보인다. 자신의 정체성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사람들이 차규근 하면 어떻게 인식했으면 좋겠는가.
"약속은 지키는 사람, 그리고 끈질기게 본질을 파악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사람. 나는 항상 민주주의는 협상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약간씩 양보해서 접점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내 스타일에 맞다."
- 협상과 양보, 조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투사가 됐는가(웃음).
"그래서 내 친구들은 우스갯소리로, 투사가 된 (차)규근이, 원래 학자 스타일인데, 그런다(웃음). 본의 아니게 수사와 기소를 겪는 과정에서, 너무나 어이없고 분노가 치밀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최전선이었다."
인터뷰 다음날인 10일 오후 기사를 정리하는데 차 전 본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는 이종섭 출국을 막기 위해 인천공항에 나가 있다고 했다.
"어제 인터뷰 때 이야기를 못했는데, 내가 본부장으로 근무할 때인 2021년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의 출국정지 이의신청을 심의위에서 받아들여 해제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때는 지금과 상황이 전혀 다르다. 우선 외국인이고, 이미 기소가 된 상황이었다. 이종섭 전 장관 같이 출국금지를 해제하는 건 정말 말도 안된다."
그는 역시 디테일에 강했다. 이날 저녁 이종섭 전 장관은 신임 주호주대사 신분으로 결국 출국했다.
▲"막연하게 윤석열 정권 나쁘다, 이거 가지고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왜 나쁜지 호소하고 싶었다. 그래서 중도나 보수라 하더라도 내 연설을 보고, 틀린 말은 아니네,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끔 하고 싶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그 방법으로 "디테일"을 꼽았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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