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국민의힘 송파갑 예비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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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또 한 명의 박정훈은 총선을 맞아 눈에 자주 띄는 분입니다. 박정훈 국민의힘 송파갑 예비후보입니다. 송파갑 현역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자, 국민의힘은 박 예비후보를 이 지역에 단수 공천했습니다. 그는 총선 출마 선언 직전까지 TV 조선(TV CHOSUN) 보도본부 시사제작국장으로 <박정훈의 정치다>라는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언론계에 있다가 바로 정치권에 직행하는 이런 분들을 '폴리널리스트'(politician+ journalist)라고 합니다. '이해충돌'의 가능성이 있는 데다가, 언론인의 신뢰성·공정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폴리널리스트들의 행보는 꾸준히 문제시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요즘은 이들에 대한 비판마저도 사그라든듯합니다.
언론인은 선거에 출마할 경우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90일 전(지역구 출마의 경우)까지 그 직을 그만두어야 합니다. 이는 언론인이 단순한 '사인'의 위치에 있지 않다는 점을, 나아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수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물론 저는 박정훈 예비후보가 '불편부당'의 언론 윤리를 지켰던 언론인이었다고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가 출마를 선언하며 낸 책 <본질을 향한 여정>에 담긴 내용은 앵커 시절의 말과 기자 시절의 칼럼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글의 제목만 보더라도 그가 주로 야당을 비판해 왔음을 알 수 있었고요. 그 점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 여당의 국회의원 후보가 된 것은 아닌지, 영 불편한 마음이 듭니다.
제아무리 박 예비후보가 그때는 맞는 이야기를 했다고 해도, 지금 와서는 '다른 의도'가 있지는 않았는지 의심받을 수밖에 없게 된 겁니다. 또 이러한 상황이 언론계 전반의 신뢰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것이고요. 정훈님은 폴리널리스트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 궁금하네요.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사실 '호명되지 않는' 박정훈들도 많습니다. '야', '어이', '너'부터 시작해서 '박씨' '아저씨', '○○아빠' 등등... 따뜻하게 이름을 불리는 일은 누군가에겐 흔치 않은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의 시구처럼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누군가와 관계를 맺기 위한 최소한의 행위일 겁니다. 이름을 부르고, 불리면서 비로소 우리는 아무렇게나 대체되는 '부속품'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의 존재를 증명받는 것이겠죠.
그런데 요즘은 '이름을 부르는' 분위기가 아닌 모양입니다. 양극화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데 정치나 사회운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은 사라지고, '능력주의'는 더욱 강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대하기보다는 일단 살아남기 위해 '각자도생'을 택한다는 느낌입니다. 인터넷 공간은 서로가 서로의 추락을 바라는 것 같아 종종 섬뜩합니다. 타인의 처지에 공감하며, 같이 잘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고 말을 하는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때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무력감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아마 '노동조합'을 만들고 이끄는 정훈님도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박정훈이 박정훈에게'는 사실 정훈님뿐만 아니라, 세상의 수많은 박정훈들에게 전하는 글이기도 합니다. 이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저는 그들 한 명 한 명의 삶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깊이 상상하게 됩니다. 그리고 감히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싶어집니다. "정훈아 힘내라." "정훈아 별일 없지?" "박정훈씨, 잘살고 있어요?" 그렇게 당신의 이름을 크게 불러주면서, 손을 잡겠다고 말입니다.
첫 편지가 참으로 장황했습니다. '서러운 시대'에도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을 정훈님과 함께 고민해 보고자 이 연재를 시작했는데요. 너무 제 이야기만 한 것 같아서 쑥스럽네요. 혹시 정훈님을 요즘 화나게 하는 일은 무엇인지, 또 평소에 어떤 고민을 갖고 사는지가 궁금합니다. 답장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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