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부가 SK설득을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는 아사히 신문의 기사
아사히신문 보도 갈무리
<키옥시아-WD 통합 협상 결렬 뒤 SK설득을 위해 한미일이 혈안이 되다>
제목에서부터 한미일이 함께 SK를 설득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며 세게 나갑니다. 그럼 키옥시아와 WD의 합병이 한미일과 해당 기업에 어떤 의미이기에 이러는 걸까요? 기사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키옥시아의 뿌리는 도시바입니다. 도시바는 2018년에 경영 위기를 맞아 메모리사업부를 2조엔을 받고 미국 투자펀드 베인캐피탈이 주축이 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에 매각했는데, 이때 SK하이닉스는 우리 돈 4조 원 정도를 투자해 컨소시엄 내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게 됩니다. 이후 베인캐피탈은 키옥시아의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려 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어려워지자 업계 재편을 통해 기업가치를 올린 후 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WD와 키옥시아의 합병에 베인캐피탈이 적극적인 이유입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WD와 키옥시아의 합병은 경쟁상대의 체급을 올려주는 일이 되기 때문에 SK하이닉스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절대 찬성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합병을 하더라도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세 회사의 합병이 SK하이닉스의 생각이었습니다.
베인캐피탈은 그런 SK하이닉스의 반대를 너무 쉽게 봤나봅니다. 베인캐피탈은 SK하이닉스에 "정치적 압박을 가하면 동의를 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던 겁니다. 기사는 베인캐피탈 간부의 말을 빌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지난해 협상 당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한국 정부 등 '관계자 일동이 혈안이 돼 설득'했지만, SK가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라고 적었습니다.
WD와 키옥시아의 합병은 불황과 과당 경쟁으로 인한 누적된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두 회사의 체질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키옥시아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미국계 투자회사 베인캐피탈 역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으니 좋은 일입니다. 미국과 일본 정부가 두 회사의 합병에 "혈안이 돼 설득"하는 건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여기에 보조를 맞출 이유는 없습니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업계 2위 자리를 내 주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경쟁력을 잃고 시장에서 밀려날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의 합병을 막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릅니다. WD와 키옥시아가 4월 하순에 통합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SK하이닉스는 당연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겠지요. <아사히신문>은 SK하이닉스 관계자에게 묻습니다. 반대를 계속 관철할 수 있느냐고. SK하이닉스의 답은 "우리는 압력에 굴복하는 회사가 아니다"입니다. SK하이닉스, 멋집니다. 저 압력이 미국과 일본 정부의 압력이라면 SK하이닉스가 굴복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압력도 더해져 있다면 상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압수수색이라도 한다면 SK하이닉스가 어떻게 버티겠습니까?
한 번의 실수로 뒤처지기 시작하면 회복하기 어려운 곳이 반도체 산업입니다. 한때 반도체 시장의 선두에 있던 일본 반도체가 몰락하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아주 오랫동안 회복을 못했습니다. 이제 일본은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낸드플래시 시장의 회복이 늦어 키옥시아가 조 단위의 적자를 이어가자 일본 정부는 신규 팹에 2조 원이 넘는 보조금을 지원하면서까지 생존을 돕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지금 누구 편에 서 있는가?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열한 번째, 부산이 활짝 여는 지방시대'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은 이제 국가 단위의 경쟁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우리 기업의 편에서 지원을 해 주고 외부의 압력을 막아줘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대통령님이 해야 할 일이 바로 그겁니다.
그래서 재차 대통령님께 확인하는 겁니다. WD를 위해 미국 정부가, 키옥시아를 위해 일본 정부가 SK하이닉스를 압박한다고 하더라도, 대통령님은 우리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위해 SK하이닉스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게 맞는 거지요? 누가 뭐래도 대통령님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을 위해 불철주야 뛰는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니까요.
그럼 이제, <아사히 신문>를 향해 가짜뉴스를 내리라고 당당히 요구해야 합니다. <아사히 신문>의 기사를 인용보도한 <한겨레>에 대해서도 어떤 식으로든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정부가 미국과 일본의 기업을 위해 우리 기업을 압박한다는, 이런 말도 안 되는 기사를 쓴 언론들은 국익과 대통령님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혼이 나야 합니다. 기사가 나온 지 벌써 일주일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 대통령님의 반응이 없는 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이번 보도만큼은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정말 만에 하나 보도가 사실이라면, 우리 정부가 SK하이닉스와 경쟁 관계에 있는 미국과 일본의 기업을 위해 SK하이닉스를 압박하고 있다는 게 사실이라면, 대통령님은 우리 반도체 산업을 망친 '나쁜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대통령님이 앞장서서 미국과 일본의 두 회사의 합병을 돕고, 그렇게 탄생한 회사가 낸드플래시 시장을 좌지우지하면서 우리 기업이 그 경쟁에서 낙오하는 그런 상황은 꿈도 꾸고 싶지 않습니다. 대통령님이 그렇게까지 나쁜 대통령은 아닐 거라는 데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 보렵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마이뉴스> 기사가 게재된 후 28일 저녁 "우리 정부가 미-일 반도체 합병에 SK하이닉스가 동의하도록 압박했다는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만 알려왔다. <아사히신문> 보도에 대한 설명이나 해명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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