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 서비스연맹 마트노조가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청 앞에서 연 '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 반대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동대문구는 지난해 12월 29일 마트 의무휴업일을 2·4주 일요일에서 수요일로 변경하기 위한 '동대문구 대·중소 유통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하고, 2월부터 대형마트 의무휴무일을 평일로 전환한다.
연합뉴스
최근 'MZ'로 지칭되는 젊은 직장인들의 태도가 우리 사회의 화두이다. 특히 기성세대가 불편해하는 청년들의 대표적 태도 중 하나가 소위 말하는 '칼퇴'다. 즉 업무 시간이 종료되면 칼같이 퇴근한다는 뜻이다. 요즘 청년들의 분위기가 이러다 보니 이들에게 '주말 근무'를 요청한다는 것은 기성세대들에게도 '넘지 말아야 하는 선'으로 인지되고 있다. 그런데 이는 요즘 청년들만의 생각도 아니다.
이번에 이직하려는 회사와 협상을 끝낸 지인은 IT업계의 개발자로서 오십 대의 시니어 엔지니어다. 그는 이번 이직에 대해 이렇게 심정을 밝혔다.
"솔직히 이전 회사를 그만둔 가장 큰 이유가 주말 근무 때문이었어. 물론 중소기업 상황을 사회생활 30년 차인 내가 모르겠나? 그렇지만 이제 내 소중한 주말 시간까지 회사에 소모하고 싶지는 않아. 그래서 이번 이직하려 하는 회사에는 이 부분을 분명히 했지, 평일 야근까지는 감수하겠다. 그러나 주말에는 부르지 말라고."
최근 대형 자영업 커뮤니티에도 이런 맥락의 논쟁이 있었다. 한 신생 프랜차이즈 기업 대표가 '주말 휴식을 선택한 가맹점주들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글을 올린 것이다. 해당 글을 지지하는 댓글들도 있었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른 의식의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잖았다. 이러한 대립은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사람 중심'의 가치와 '이윤 추구'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문제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번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로 앞으로 일요일이 아닌 평일에 쉬게 된 대형마트 노동자들은 '가족과 함께할 시간'의 상실을 우려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의 반발은 본사의 '연중무휴' 강요 등 선택지 없는 영업 환경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주말 영업을 강행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고통과 맞닿아 있다.
지난해 12월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2023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라는 제목의 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세계 31위로 나왔다. 그러나 노동시간을 감안한 GDP는 세계 47위로 떨어졌다. 이는 우리나라 경제활동 인구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장시간 노동을 한다는 뜻이었다.
더 나아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지난해 12월 발표한 'OECD 연간 근로시간 비교분석과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장시간 노동 국가'란 오명을 쓰는 데는 '자영업자 비중'이 큰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한국은 전체 근로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커서, 연간 노동시간이 길게 나타난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몇몇 특수상권, 특수업종이 아닌 자영업자들에게 주말 영업은 필수이다. 그러니 이들이 행복할 리 없다.
필자 또한 한때 자영업자였다. 그 시절 부득이한 주말 영업에 치여 친구는 물론, 가족과의 교감이 줄며 사회적 고립감을 심각하게 느낀 적이 있었다. 이런 고립감은 정신을 피폐하게 만든다. 이러한 사회적 고립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병리 현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기도 하다.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 논란은 단순한 경제 정책의 변화를 넘어, 근본적으로 한국 사회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제 경쟁의 환경이 공정한지를 다투는 문제를 넘어, '인간다운 삶'이 시대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그리고 노동자와 자영업자 모두는 '인간다운 삶'에 대한 자신들의 권리를 찾아달라 호소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선진국 대한민국'에 걸맞은 민생 정책을 펼치고자 한다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 변화를 민감하게 관찰하고 깊이 고민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그래야 해당 정책이 단순한 기업 매출, 소비자의 편익 증대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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