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의 약물복용,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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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아들(자폐성 장애)은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었어요. 저는 문제해결을 위해 학교에 긍정적행동지원(PBS) 프로그램을 신청했지요. 전문가 컨설팅을 처음으로 받던 날, 외부에서 파견된 행동전문가는 "왜 (정신과) 약을 안 먹이세요?"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되물었어요. "왜 약을 먹어야 하죠?" 아들의 도전적 행동(문제행동)은 원인이 분명한 특정한 상황에서 나타났기 때문이었어요. 제가 느끼는 무기력이 칼럼이나 외고를 쓸 땐 나타나지 않다가 책 원고를 쓸 때만 나타났던 것처럼 말입니다.
아들 행동의 원인은 분명했습니다. 그렇다면 행동의 원인이 되는 근본 요소를 살피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본 요소를 제거하거나, 제거할 수 없으면 다른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 거죠.
왜 발달장애인에겐 정신과 약을 먹으라는 말이 그토록 쉽게 나올까요. 아마도 그편이 빠르기 때문이겠죠. 쉽기 때문일 겁니다. 게다가 당사자한테 약을 먹이면 사실 주변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약물이 알아서 당사자의 행동을 제어할 테니까요.
약을 먹었는데도 여전히 행동이 이어진다고요? 그러면 주변에선 약의 증량을 권할 거예요. 그렇게 먹는 양의 용량이 늘어갑니다. 당연히 그에 따른 부작용도 늘어갑니다.
다약제 처방으로 인한 부작용
느티나무 의원의 정신과 순회의사 장창현 선생님은 비판정신의학 관점에서 발달장애인의 약물복용 남용을 잘 살피자는 분입니다.
"약을 먹지 말자"가 아니라 '함께 하는 의사결정'을 통해 적정한 양의 정신과 약물을, 적절한 이유로, 가능한 한 짧은 시간 동안, 복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에요. 장 선생님의 강연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찾아갔습니다.
장 선생님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적장애인의 45.9%, 자폐성 장애인의 49.6%가 항정신성약물을 복용중입니다. (발달장애인의 정신건강문제에 대한 실태 빅데이터 분석, 2018, 한국)
발달장애인에게 주로 처방되는 정신과 약들은 다양한 부작용을 갖고 있었어요. 2세대 항정신성약물인 아리피프라졸과 리스페리돈은 체중증가, 변비, 점막건조, 근육 부작용 가능성이 있었고, 기분안정제인 디발프로엑스과 발프로에이트, 라모트리진은 체중증가, 간기능 이상, 피부 발진, 혈액 부작용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항우울제인 에스시탈로프람과 플루옥세틴은 조증으로의 전환에 주의해야 했고, 신경자극제인 메틸페니데이트는 자극과민성, 불안정성, 공격성, 흥분이 높아질 수 있었습니다.
항불안제인 로라제팜, 알프라졸람, 클로나제팜, 디아제팜 등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제는 의존성, 남용, 탈억제 부작용에 주의해야 했고, 수면유도제인 졸피뎀과 조피스타는 의존성, 남용, 탈억제, 몽유병, 야간폭식 등의 부작용에 주의해야 했습니다.
제 아들은 약을 먹지 않지만 이미 알고 있는 약 이름이 많았어요. 그만큼 아들 주변 친구들이 많이 복용하는 약이었거든요. 약을 먹으면서 몸무게 20kg이 늘어난 친구도 떠올랐고, 약을 바꾸면서 6개월 동안 코피를 흘렸다는 친구도 생각이 났습니다.
정신과 약은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정신과 약 처방은 주로 행동의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처방됩니다. 문제는 무분별한 다약제 처방이 이뤄질 경우 뇌의 취약성으로 인해 발달장애인에겐 부작용이 더욱 민감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장 선생님은 "약물 부작용은 몸과 마음으로 나타나는데, 발달장애인이 몸의 불편을 느낄 때 비언어적인 소통의 형태로 '어려운 행동'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어요.
단번에 이해가 갔습니다. "약을 늘렸는데 오히려 행동이 더 심해졌어"라는 얘길 종종 들었거든요.
아마 약의 부작용으로 신체 어딘가에 불편함을 느끼지만 당사자는 자신이 느끼는 불편함을 말(언어)로 유창하게 표현하지 못하니 몸으로, 행동으로 부작용을 호소했을 거예요. 그 덕에 오히려 약이 증량됐을 겁니다. 행동이 심해졌다고요.
장 선생님은 정신과 약은 무엇이든 해결하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기 때문에 당사자의 최선을 위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약물만이 아닌 일상생활 지원, 정서적 지원, 여가생활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새겨들을 부분입니다.
딸과 다른 아들의 세상
▲아들도 딸과 똑같이 사춘기를 겪고 있다. 하지만 세상으로부터 딸만큼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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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쌍둥이 엄마예요. 발달장애인 아들과 비장애인 딸이 있어요. 작년에 딸이 중2를 중2답게 보내고 있을 때 딸 친구 엄마들을 만나면 모두가 같은 얘길 했어요.
누가 사춘기 아니랄까 봐 애들이 말도 안 듣고 부모에게 반항하고 말과 행동이 거칠어졌다고요.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자녀에게 정신과 약을 먹여 말 잘 듣는 '착한 아이'가 되게 해야겠다는 사람은 없었어요.
아들도 딸과 똑같이 사춘기를 겪고 있습니다. 키가 커지면서 반항도 강도가 세졌고 말도 잘 안 들어요. 아들은 인간으로서 거쳐야 할 마땅한 과정을 거치고 있지만 세상으로부터 딸만큼 이해받지 못하고 있어요.
같은 행동을 해도 딸이 하면 "아휴~ 저놈의 사춘기"가 되고 아들이 하면 "발달장애인의 문제행동"이 되거든요. '문제행동 있는 발달장애인'으로 대상화되면 그다음 순서는 정신과 약 복용을 권유받는 것이고요.
동반되는 정신장애가 없는 상태에서 복용하는 정신과 약이 발달장애인에게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봅니다. 약 복용이 당사자에게 좋은 일인지 주변인에게 좋은 일인지도 생각해 봅니다. 약물 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은 오롯이 당사자의 몫인 상황에서 말입니다.
혹시나 발달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주변 비장애인이 '손쉬운 통제'를 위해 발달장애인의 정신과 약 복용의 문턱을 낮춘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진지한 고민이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발달장애인 둘 중 하나가 약 먹는 현실은, 그냥 넘길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류승연 작가 scaletque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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