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입구역 주변에 버려진 일회용컵들. 1시간만에 250여개의 일회용컵을 수거했다.
녹색연합
11월 7일 환경부가 발표한 종이컵 규제 허용에 대한 내용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종이컵 사용을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고 했으나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서 이미 시행하거나 시행예정이라는 있는 것이 불과 몇 분만에 밝혀졌다. 또 발표자료엔 푸드트럭에서 붕어빵과 어묵을 판매하는 상인의 사례가 담겼는데, 종이컵이 규제대상이 되면 더 이상 어묵은 판매할 수 없으니 붕어빵만 팔겠단 내용이었다. 이것이 환경부의 발표자료라니... 너무 부끄러웠다. 왜냐하면 푸드트럭에서 판매하는 음식은 포장과 배달로 적용되어 일회용품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회용품 사용량 감축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 금지 유예(22.4.1)
- 1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유예(22.5.20)
-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계도로 전환(22.11.1)
- 1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지역 축소(22.12.2)
- 1회용컵 보증금제 지자체 자율 시행 검토(23.9.12)
- 매장 내 일회용 종이컵 사용 허용 (23.11.7)
윤석열 정부는 임기 1년 6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유예하고, 축소하고, 철회하는 행정을 펼치면서도 환경부 장관은 일회용품 사용 감축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말하고 있으니, 황당할 따름이다.
또 다른 문제는 규제 완화 발표 또한 졸속으로 진행됐단 것이다. 제도 시행일을 불과 2~3주 앞두고 일회용품 규제에 대한 원칙을 손바닥 뒤집듯 바꿨다. 환경부의 이런 결정은 정책의 후퇴뿐 아니라 정책의 신뢰도까지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이제는 환경부가 무슨 말을 해도, 어떤 정책을 내놔도 믿지 않겠다는 의견이 줄을 잇는다. 법과 제도를 잘 지키면 피해를 본다라는 신호를 준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환경부는 정부의 규제가 아닌 시민의 자발적 실천을 통해 환경 정책의 효과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감축하고, 시민이 노력해서 우리가 원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면, 환경부가 왜 필요한가? 환경부는 부처의 존재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공동의 규칙을 정하고 책임을 나누어야 하는데, 그것이 곧 법과 제도이다. 그리고 공동의 규칙은 모두에게 적용된다. 생산자에게는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생산을 규제하는 것이고, 소비자에게는 최대한 사용하지 않도록 하되, 사용 후에는 재활용을 해서 자원 절약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 않은가.
▲식당에서 사용하는 일회용품들. 물티슈, 생수, 종이컵 등 다양하다.
녹색연합
2024년에는 좀 나아질 수 있을까?
종이컵 사용을 허용하겠다는 환경부의 발표 하루 만에 식당과 카페에서 종이컵을 봤다는 인증샷이 쏟아졌다. 관련 법령이 정비되지 않았지만 정책의 효과는 현장에서 빠르게 확인된다. 종이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제도를 정비해 왔던 15년의 시간이 와르르 무너진다는 생각에 너무 안타깝고 허탈했다.
최근에는 홀더 대신 종이컵을 이중으로 사용하는 매장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종이컵이 홀더보다 가격이 더 저렴하다는 이유다. 가격이 더 싸고, 사용에 불편함이 없다면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상황이 이러니, 환경을 생각한다면 사용을 제한할 강력한 규제가 필요한 것이다.
제도가 있어도 강력한 이행 의지가 없는 행정부라면, 환경보다 산업을 대변하는 환경부라면, 지금과 같은 규제완화 정책의 기조가 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전 세계가 일회용품 규제를 더욱 강화하더라도, 우리나라에 쓰레기 대란이 다시 한번 오더라도 제도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민들의 목소리와 힘은 더욱 커질 것이다. 환경부가 제 할 일을 못 찾고 있다는 것을 아는 시민이 많아질 것이고, 시민들의 힘으로 정책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시민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더욱 강력한 제도를 만들기 위한 시민의 행동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래서 희망을 갖는다. 서로를 응원하자.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사회'는 누구나 긍정하는 우리 사회의 지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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