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팁 문화 1~2달러 아래이던 식당의 음료수를 3.99달러로 받기 시작했다. 영수증에 아예 팁을 인쇄해 오는 일이 대다수이고 18% 아래로는 팁을 지불하지 못하게 암시하는 듯하다. 이미 25% 가까이 팁을 계산했는데 팁을 더 줄 수 있다고 써있는 계산서. 코스트코도 이런 방법으로 배달하는 이에게 추가 팁을 줄 수 있도록 유도한다.
장소영
얼마 전에 뉴욕 주민들의 외식률이 증가했다는 보도와 함께 팁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거세다는 기사를 읽게 되었다. 기사와 달리 주변에서는 외식을 줄이거나 방문 포장해 집에서 먹는다는 이가 많다. 미국은 배달 음식 문화가 없다시피 했는데, 팬데믹 기간에 배달 식당과 업체가 제법 늘었다. 당연히 배달료가 붙고 배달하는 이에게 주는 팁도 따로 있다.
최근 배달하는 이와 다퉜다는 글이 한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왔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며 팁을 이미 지불했는데, 현금으로 얼마를 더 원하더란다. 그런 내용은 읽지 못했다고 했더니 요즘은 다 그렇게 준다며 화를 냈다고 한다.
일부 가게에서 '추가 팁' 안내를 조그맣게 써놓은 것을 가끔 본다. 분명히 배달료와 구매 금액의 15% 정도를 팁으로 결제했는데, 배달자 평가를 하고 나면 팁을 더 주겠냐는 페이지가 나오는 것이다. 처음엔 팁을 안줬던가하고 5달러(6500원) 이상의 팁을 결제했는데 그것이 추가 팁이라는 걸 알고 난 후 어이가 없었다. 식당 영수증에서도 추가 팁 안내를 발견하곤 한다.
식당에서 주던 팁도 서비스를 받은 만큼 기분 좋게 내는 것이 아니라 마치 강제당하는 기분이 든다. 계산서 아래에 아예 팁을 계산해 놓고 얼마를 줄지 고르라는 식이다. 10%와 15%는 아예 없고 18%, 20%, 25%를 요구한다. 미국인들의 팁 피로감 때문에 2023년 평균 팁 비율이 19.4%로 감소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가족이 함께 40달러(6만 2000원) 정도에 즐기던 패스트푸드 세트도 70달러(9만 1000원) 선으로 뛰었고, 간식처럼 먹던 베이글 샌드위치는 5달러(6500원)에서 8.99달러(1만 2000원)으로, 단골 외식 메뉴였던 순두부는 10달러(1만 3000원)에서 14달러(1만 8000원)로, 자장면은 8달러(1만 원)에서 12달러(1만 6000원)로, 탕수육은 18달러(2만 3000원)에서 25달러(3만 2000원)로 오르면서 외식이 자연스럽게 줄었다.
피자에 토핑을 몇 개 얹으면 순식간에 23불(3만 원)이 넘으면서 피자빵이 얇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가게로 단골 가게를 옮겼다. 뉴욕시에 나갔다가 아이들 없이 우리 부부만 외식을 했는데, 가벼운 밑반찬과 함께 먹은 돼지국밥, 순댓국이 각각 18.99달러(2만 5000원)로 팁을 포함 50불(6만 5000원) 가까이 냈다. 한숨이 나왔다.

▲가격을 덧붙인 푸드코트 메뉴판이전에 한끼 식비였던 가격이 이제는 핫도그 하나 가격이 되었다. 푸드코트의 메뉴판에 오른 가격표가 덧대있다.
장소영
기아 극복을 위한 비영리단체 피딩 아메리카(Feeding America)에 따르면 뉴욕의 어린이 6명 가운데 1명이 굶주린단다. 통계를 떠나 자원봉사를 나가보면 굶주리는 사람들이 확실히 늘었다는 걸 알 수 있다. 학교 자원봉사 클럽에서 활동 중인 아이를 통해 2023년 한 해 동안 다섯 번가량 음식을 기부했다. 교회와 단골 빵집, 가게 앞에도 음식 기부 상자를 두는 곳이 늘었다.
미국에서 늦가을부터 연말은 '나눔의 계절'(the Season of Giving)이라 불린다. 추수감사절 전후로 음식 나눔이 시작되는 데 2023년 들어 음식을 나눌 방법과 장소가 더 많아진 것 같다. 얼마 전 동네 도서관 근처에 음식을 나누는 장소가 새로 생겼다.
그동안 집 근처나 교회에 기부 물건을 넣곤 했는데, 소포장 음식과 캔은 이제 도서관 근처에 넣고 있다. 도서관을 드나드는 아이들에게 비어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이다. 가격표에 집중하다 보면 한숨짓기 쉽지만, 가벼워진 장바구니 속에서 캔이라도 하나 꺼내어 기부하는 작은 정을 잃고 싶지는 않다.
고물가 시대, 우리 집 화분에서는 꽃 대신 채소가 자랐다. 뒷마당 잔디를 덜어내고 텃밭을 시작해 수확한 작물을 나눠주는 친구들, 시시때때로 집에서 키운 로즈메리나 바질을 한 움큼 주고 가는 이웃이 고마웠다. K-허브라 소개하며 그들에게 깻잎을 답례로 나누기도 했다. 견뎌내고 버틸 수밖에 없지만, 정도 나누고 고단함도 나눠지며 어려운 시기가 잘 지나갔으면 좋겠다.
▲'당신이 나눌 수 있는 무엇이든 넣고, 당신이 원하는 무엇이든 가져가세요.' 음식과 생활용품을 나누는 팬트리들이 동네 곳곳에 설치되었다.
장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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