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의 경제학자들은 2023년 6월 유럽에서 발생한 인플레의 핵심 원인이 기업들이 취한 이윤(오렌지 색)에 있음을 밝히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출처 : EUROSTAT
Eurostat
인플레가 최고조에 달했던 2023년 초의 물가는 2년 전에 비해, 에너지 46%, 식음료 22%, 담배 10%, 공산품 8% 상승해있었다. 주지하다시피, 에너지와 담배 가격은 정부가 직접 개입하여 조절하는 것이기에, 시장 원리에 의한 것이기보다는, 정책이 개입된 인위적인 물가에 가깝다. 전쟁이라는 정황과 정부의 개입, 기업의 마진이 합해져 결정된 에너지 가격의 인상은 나머지 모든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세 요소 중 가격 인상에 가장 큰 몫을 차지한 것이 기업이 취한 이윤이었다는 사실은 굳이 IMF 보고서를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토탈에너지(TotalEnergies)가 2022년, 사상 최고치의 순이익(약 100억 유로, 한화 약 14조2천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실질적 물가 인상의 주범은 푸틴이기보다는, 전쟁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이윤을 극대화시킨 기업과 거기에 협조한 정부였다. 4대 소비자단체들이 정부와 기업을 향해 포효한 그대로다.
토탈에너지 뿐이 아니다. 프랑스 40대 대기업이 모두 최대치의 이윤을 남겼고, 이들은 2022년말, 21년보다 20% 올라간 사상 최대의 배당금(675억유로, 한화로 약 100조원)을 주주들에게 안겼다.
토탈에너지와 명품업체 LVMH, 스텔랑티스(Stellantis, 푸조, 시트로엥, 크라이슬러의 합병으로 생겨난 자동차업체), 아르셀러미탈(ArcelorMittal, 철강기업)은 2022년 프랑스에서 최대 수익을 낸 4대 기업으로 꼽힌다. 시민들을 빈민들로 전락시킨 그 주범들이 자신들이 벌인 행각의 피해자를 향해 적선을 하며 자선가의 인자한 미소를 지었던 것이다.
2022년 1분기 프랑스 40대 기업은 2020년 같은 기간에 비해 364배, 2019년에 비해서도 1.7배의 순이익을 챙겼다. LVMH그룹의 대표이자 세계 제1의 거부인 베르나르 아르노의 자산은 지난 2020년부터 2022년 말 사이 2배 이상 (857억 유로에서 1840억 유로, 한화로 약 260조 원) 증가했다고 프랑스의 시민단체 옥스팜이 밝힌 바 있다.
이들이 절대다수의 주머니를 털어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는 동안, 최저 임금은 고작 1~2% 상승했다. 현재 18%의 프랑스인들은 카드빚으로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2023년 초, 전국의 제빵사 3-4만명이 파리에 모여, 미친 에너지 비용을 정상화하라고 정부에 요구하며 격한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제빵사들이 조직적으로 거리에 나서 시위를 벌인 것은 1789년 이후, 처음이라는 소리가 나돌았다. 고삐 풀린 물가를 방치한 정부, 사상 최대의 배당금 잔치를 벌였던 40대 기업들은 그들의 잔치가 너무 요란했음을, 이대로 가다간 경제가 완전히 붕괴하고 성난 시민들의 발아래 그들이 놓일 수 있음을 감지했다. 제빵사들이 움직여준 덕에 바게트의 가격은 여전히 1유로다.
프랑스 정부는 2024년 시간당 최저임금을 11.65유로(약 1만6500원)로 확정했다. 2023년 보다 1.13% 증가한 금액이다. 아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나지 않았어도, 정부는 에너지 가격을 조절했지만,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러설 마음이 없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